교사 1만명 해외진출, 탁상행정의 전형

2011.05.19 09:04:00


교과부는 교사들의 국제역량 강화와 교원 임용 적체 해소를 위해 현직 교사 및 예비 교사 1만 여명을 해외로 진출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교과부가 발표한 ‘우수교원 해외진출 지원 5개년 계획’에 따르면, 2015년까지 현직교사 5620명, 예비교사 4425명을 뽑아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동남아시아 등에 연수를 보낼 방침이다. 현재 3~6개월인 파견 기간을 12개월로 늘린다고 밝혔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예비 교원들의 취업률이 갈수록 저조해지는 반면 기간제 교사 등 비정규교원은 날로 증가해 국내 교원의 해외진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우수교원 해외진출 계획’을 위해 2015년까지 600억원 상당의 예산을 책정했다.

필자는 이 소식을 들으니 교과부의 앞자락 넓음에 실소를 금치 못하겠다. 왜 교과부가 청년 실업, 예비교사 취업까지 신경쓰는가? 마치 고용부 같다. 그게 그렇게 급한 일인가? 교과부의 할 일인가? 교과부는 학령인구 감소를 예측하고 미리 교대 사대 입학정원 조절 등 교원수급에 만전을 기했어야 했다.

지금 이 계획은 교과부가 직무유기로써 일을 벌려놓고 마치 국민을 위하는 생색내기로 보인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포퓰리즘으로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득표 전락의 일환으로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국민과 교육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정치적 책략이라고 보는 것이다.

우수 예비교사들은 국내에서 임용고사에 합격, 우리 교단에 서지 구태어 해외에 나가 자격증을 딸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계획은 우수 교사 파견이 아닌 것이다. 임용교사 탈락자를 취업 차원에서 국외로 내보내는 것에 불과하다. 더욱이 해외에 나가 그 나라 문화와 생활에 적응하는 것도 힘든데 교사 자격증을 따라니 말도 아니 된다. 언어 익히기도 어렵고 교과시간을 영어로 진행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게다가 예비교사들이 해외에서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하면 국가에서 대 준 돈을 반환해야 한다는데 교과부는 쓸 데 없는 일을 만들어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예비교사 1인당 저소득층 2600만원, 일반대상자 1200만원 국가에서 대어 주는데 이게 바로 전형적인 예산 낭비가 아니고 무엇인가? 이번 계획은 정치적 생색내기 내지는 쇼라고 혹평을 받아 마땅하다.

또 해외에서 어렵게 교사 자격증을 취득하여도 국내에서는 그것으로 교단에 설 수 없다. 다시 임용고사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교과부가 내 놓은 교사 해외파견 계획은 심사숙고 하지 않은 즉흥적인 탁상행정의 산물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현직 교사도 1년간 해외 나가서 성과 거두기가 어렵다. 예비교사처럼 적응하기 어렵다. 해외파견은 바람쏘이기 내지는 외유에 불과하다. 또 귀국하여 투자한 만큼 교육 효과를 거두기도 어렵다고 본다. 단기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귀국하여서는 적응하기에 바쁘다. 돈 낭비에 교육력의 손실이다. 극히 일부 교원들이 해외생활 잠시 맛보는 단기 체류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그 600억원으로 현장의 교육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초중고 급당 인원수 낮추어 학생 개개인에게 교사가 신경 쓰도록 만들어 교수-학습의 질을 높여야 한다. 교사 1인당 주당 수업 시수를 줄여 교재연구에 충실하게 하는데 지원하는 것이 낫다고 보는 것이다. 교사들이 수업을 잘 할 수 있게 투자하라는 말이다. 이렇게 하면 예비교사 취업도 저절로 해결되니 1석2조다.

그러니까 교과부 계획은 현장을 모르는 탁상행정의 전형이고 혈세 낭비의 표본이다. 지금 일선교원들은 현재의 ‘무너진 교권’을 비상사태로 보고 있는데 교과부는 정책의 우선 순위를 시급히 재검토해야 한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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