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에서 놓치기 쉬운 것들

2011.05.30 09:27:00

가장 좋은 교육은 태교(胎敎)이고 그 다음이 가정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너무나 바쁘다는 핑계로 가정교육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서양의 사고가 밀물처럼 들어와서 자녀교육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 우리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전문가라 해도 인성교육은 부모의 사랑이 담긴 본능적인 가르침만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백지장 같은 맑고 깨끗한 아이들에게 사랑의 대화나 행동은 밑그림처럼 각인되고 아이들의 뇌리에 입력된다고 합니다. 부모와 함께 살아가면서 아이들은 부모의 감탄을 받고 살아가는 방식을 배우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의 가정교육은 한 인격체가 평생을 살아가는데 기본 틀이 형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세살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생긴 것 같습니다. 이 때를 놓치면 가르칠 수 없습니다. 부모의 욕심을 채우려고 지나치게 간섭을 하면 아이들과 멀어만 집니다.

아이들의 특성은 보고, 듣고 배운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대화를 잘해야 하고 아이들 앞에 어른들이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언어를 사용하면 안 됩니다. 격려와 적절한 칭찬이 필요합니다. 인격으로 대하며 인정해 주고 부모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 말고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야 책임감이 생깁니다.

음식을 바르게 먹는 방법을 익히면 건강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습니다.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부모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려서부터 부모가 만들어준 음식 보다 가공식품이나 식당에서 사 먹는 음식에 길들여지면 건강에 이로울 리가 없습니다. 어릴 때 길들여진 입맛은 평생을 간다고 합니다. 어른이 되어도 어린 시절에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음식이 그리워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값비싸고 먹음직스러운 진수성찬 보다 어머니가 차려주는 소박하고 따뜻한 밥상이 그리운 것도 어린 시절의 입맛 때문이라고 합니다.

옷을 바르게 입을 줄 알고 가족 간에 지켜야 할 예절을 가르쳐야 합니다. 예의 바른말로 인사하는 법, 웃어른을 공경하는 법, 친척 간에 예절 등은 가르치기도 해야 하지만 어른들이 모범을 보이는 교육이 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사람의 도리를 지키며 이웃과의 관계를 원만히 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집안마다 가풍이 있고 가훈도 있듯이 아이들에게 집안내력을 이야기해주며 뿌리교육을 해야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있기에는 조상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하고 조상의 얼을 본받을 수 있도록 해야 자아존중감도 생기는 것입니다. 뿌리가 튼튼한 나무가 모진풍파를 잘 견디듯이 어려서부터 자아정체감을 심어주면 효행을 배우고 실천하는 자녀가 되는 것입니다.

어려서부터 우리말과 글을 바르게 가르쳐야 합니다. 우리 것을 기본적으로 익힌 바탕 위에 다른 나라의 언어를 익혀야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우리의 고전이야기를 많이 들려주거나 읽혀야 합니다. 이러한 것들은 건축을 할 때 기초공사가 튼튼해야 건물이 오래가는 이치와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고유의 음식이나 우리고유의 옷, 우리고유의 주택이 외면당하고 점점 사라지는 것은 우리의 뿌리가 약해지는 것과 같습니다.

어린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고 질문을 많이 합니다. 어떨 때는 귀찮을 정도로 질문을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 때 그 호기심의 싹이 싱싱하게 자라도록 답을 해주고 격려하며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의 창의력은 저절로 키워집니다. 귀찮다고 질문을 무시해 놓고 나중에 창의력을 키워주겠다며 돈을 주고 창의력 학원을 보내는 것은 싹을 시들게 해 놓고 좋은 거름을 주려고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어려서 인성교육을 하지 않으면 커서는 힘들고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어릴 때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들을 놓치지 않고 가르치면 자라면서 자기가 할 일을 스스로 할 줄 아는 그릇이 큰 사람으로 키우는 지름길입니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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