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선생님 안 오세요?”
“오늘은 너희 선생님이랑 같이 안 왔는데….”
만 5세인 유치원 남학생 영민(가명)이다. 담임선생님 차가 도착하기를 눈이 빠지게 기다린 듯하다. 실망스런 눈빛이다. 돌아선 뒷모습이 힘이 없어 보인다.
승용차 5일제 운행 때문에 유치원 담임선생님과 자주 카풀로 출퇴근 한다. 차에서 내릴 때마다 주차장 근처에서 서성거리던 영민이가 쪼르르 달려와 담임선생님께 인사를 한다. 영민이의 얼굴에는 정말 반갑고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진다. 자연스럽게 선생님 손을 잡고 유치원 교실로 향한다. 참 정다워 보인다. 선생님의 따뜻한 배려와 영민이의 천진한 사랑이 엉킨 만남은 산뜻하고 화사한 아침 햇살과 잘 어울리곤 했었다.
“영민아, 선생님이 좋으니?”
“예, 전 우리 선생님이 최고로 좋아요.”
쓸쓸히 돌아서는 영민이의 대답이다. 선생님이 세상에서 최고로 좋단다. 선생님이 계시지 않으면 교실에 들어가기 싫단다. 선생님 보고 싶어서 유치원에 온다고 한다. 선생님을 기다렸다가 손을 잡고 교실에 들어갈 때 정말 좋다고 한다. 선생님 오실 때까지 언니 교실에 가자고 해도 그냥 버틴다. 기다리기 무료해지면 돌멩이로 땅바닥에 낙서도 해 보고 공연히 돌멩이를 발로 차기도 한다. 틈틈이 눈을 들어 주차장을 바라보면서….
“영민아, 조금만 더 기다리면 오실거야. 기다려.”
“저도 알아요.”
이미 알고 있는데 새삼스럽게 그런 말이 무슨 소용 있냐는 듯, 벌써 몇 개월째인데 그 정도도 모르겠느냐는 듯한 대답이다. 조금만 기다리면 곧 도착할 줄 뻔히 안다. 불현듯 둘 사이의 아침 만남에 내가 방해 인물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임선생님과 함께 내리는 할아버지 같은 훼방꾼(?) 때문에 애정 표현에 제약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이만 만나면 선생님의 따뜻한 품에 안겨서 어리광을 부리면서 만남의 기쁨을 만끽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격이 비교적 내성적이어서 말이나 행동보다 눈과 표정으로 마음을 알아본다는데 제 선생님 외의 다른 사람은 별로 반갑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초등학교 때 선생님을 좋아해 본 경험이 있다. 특히 여선생님이 훨씬 좋았다. 예쁘기도 했지만 내가 남자이어서 더 그랬을 것이다. 선생님에 대한 경이로움은 보통 사람들과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먹는 밥이 내가 먹는 것과 다를 것 같았고, 여느 사람들과는 대소변도 다를 것이라는 엉터리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무슨 일로 칭찬을 받으면 날아갈 것처럼 좋았다. 선생님께서 심부름을 시킬 때는 세상에서 최고가 된 것처럼 득의만만했다. 그렇다고 모든 여선생님들이 그렇지는 않았다. 특별히 내게 관심을 주는 그런 선생님들이 좋았던 것이다.
아직 엄마 품이 더욱 그리운 영민이, 세상 물정 모르고 마음 내키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고 느끼는 영민이, 선생님의 따뜻한 사랑이 어린 가슴에 감동으로 다가와 세상에서 최고로 좋은 선생님을 갖게 된 영민이에게 선생님을 그리워하는 것은 분명 설레는 첫사랑일 것이다. 영민아, 어린 네 가슴에 담겨진 선생님에 대한 사랑으로 어여쁘고 건강하게 자라거라. 선생님과의 첫사랑 추억을 고이 간직하면서 가끔씩 꺼내 보면서 훌륭하게 자라렴. 유아 시절의 철없던 이 소중한 경험들이 예쁜 마음과 아름다운 인격으로 승화될 줄 믿는다. 너의 예쁜 사랑을 받는 너의 선생님도 정말 행복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