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학생이 회초리에 어떤 반응을 할까? 고등학생도 대체로 회초리를 맞는 것에 거부 반응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무서워하기도 한다. 이런 반응을 보면서 곰곰이 생각해 본다. 왜 손바닥 한 대를 맞는 것초차 두려워하고 종아리 한 대 맞는 것에도 겁을 낼까? 그렇다고 손바닥을 선생님이 세게 때리는 것도 아닌데. 참으로 이상한 생각조차 든다.
멀리 생각할 것도 없어 보인다. 내 집에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고 있는가를 살펴보면 쉽게 답은 풀리는 것 같다. 적게 낳아서 귀공자처럼 공주처럼 기르지 않는 가정이 얼마나 될까? 먹을 것 부족함이 없고, 배울 곳이 학교 선생님 외도 많이 있고, 부모가 늘 내 곁에 붙어 있어 간섭하는 것도 아니고, 혼자 있어도 pc가 있어 휴대폰이 있어 심심하지도 않다. 부러울 것 없이 살아가는 가정에서 부모는 자식에게 지나친 간섭을 자제하고, 오히려 부모가 자신의 뜻에 따르는 경우가 더 빈번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닌 지.
수업을 하다가 벌레가 교실에 날아들어 돌아다니면 그것이 자기에게 올까 싶어 두려워하고 소리치며 아우성이다. 선생님의 야단이 무서운지 벌레가 무서운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교사의 말이 이미 학생들의 귀에는 친구들의 말소리 정도로 들리는 것이 다반사라고 해야 할까? 선생님이 출석을 불러도 다른 학생들의 번호를 대신 대답하고, 책상에 왜 엎드려 있느냐고 하면 옆 학생이 아파서 그런다고 대신 대답하곤 한다. 정작 아픈 학생은 선생님께 아무런 사전 허락도 없이 수업시간에 엎드려 있다. 깨우면 옆 학생이 아픈 학생은 깨운다고 오히려 투정이다. 또 엎드려 있는 학생은 아파서 누워 있는데 왜 깨우느냐고 교사에게 짜증을 부린다.
출석하지 않는 학생을 부르면 대신 "선생님께 병원에 갔다고 말해 달라고 하던데요"라고 말하곤 한다. 엄연히 핸드폰이 있고 학교 담임에게 알려야 하는데도. 참으로 열통 터지는 소리가 온 몸에서 치를 떨 정도다. 병원에 병문안을 가도 환자는 손님을 위해 일어나 앉으려고 안간힘을 쓴다고 충고하고 나면 그때서야 책상에 엎드렸던 고개를 겨우 들다가 다시 엎드린다.
회초리로 학생을 때리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교사 앞에서 부담감 없이 이야기한다. 동영상을 찍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회초리 한두 대 맞아서 문제되는 학생이 있느냐? 어느 교사가 학생을 나쁘게 되라고 회초리 들겠느냐? 회초리 많이 맞은 학생이 졸업하면 꼭 선생님 뵈러 오더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면 학생들은 슬며시 수긍하는 척 한다. 회초리로 다스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달래는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진 모습을 취하지 않고서는 수업을 100% 내 마음에 들 수 있도록 이끌어 가기에는 참으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더 잘 해보려고, 교사이니까. 직업 교사라는 말을 요즘 많이 쓰지만 직업 교사이기 이전에 한 인간의 길을 이끌어 가는 길을 내가 선택했기에 직업 교사라는 단어를 나는 쓰고 싶지 않다.
한 대의 회초리로 내가 비난을 받는 일이 있더라도, 올바른 길이라고 판단되면 바른 회초리로 바른 길을 이끌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다. 회초리로 인해 교사에게 올 불이익이 두려워 학생들이 뱉어내는 비속어를 지도하지 않고, 학생들이 교사에 대한 존경심이 약해졌다고 이제는 직업 교사로서의 길로 가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그런 교사의 길은 걷고 싶지 않다. 초심에 있었던 열정어린 교사로, 현재는 그래도 학생들의 발랄한 열정을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다시 올 교사의 시대를 맞이하는 마음으로 오늘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