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하기 힘든 현실?

2011.09.13 21:11:00

필자는 교장을 해본적이 없다. 물론 교감도 해보지 못했다. 다수의 교장, 교감을 가까이서 보면서 20년 넘는 교직생활을 해왔을 뿐이다. 그동안 교장에 대해 생각한 것은 이런 것들이다. 교장은 철학이 있어야 하고, 학교교육에 대해 염려하고 학생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간혹은 교육에 대한 관심보다는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만 노력하는 교장도 보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장들은 학교교육을 걱정하고 학생들을 제대로 성장하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해왔다.

최근 경기도의 한 학교에서 교장이 학부모를 3시간이나 교장실에 세워두고 폭언을 했다는 기사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학생의 복장이 불량하고 진한 화장을 하는 등 문제가 있어 학부모를 불렀다고 한다. 학부모에게 심한 폭언까지 했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교장실에서 이루어진 일이기에 정확한 정황은 파악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교장이 학부모를 교장실로 불러서 이야기를 한 것은 사실인 모양이다.

상식적으로 볼때 아무리 교장이라도 학부모를 3시간이나 교장실에 세워두고 이야기 했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해당교장이 수학여행 관련 출장비 등을 규정에 어긋나게 사용한 사실이 도교육청 감사에 적발돼 정직 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고도 한다. 규정에 어긋나게 사용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정확히 헤아리기 어렵지만 다소 문제가 있었던 것만은 사실로 보인다.

문제는 이 사건을 두고 해당학교 교사들 사이에서도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사건과 관련없는 이야기를 언론에 흘리고 있다는 것도 문제이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교장이 학생에게 '학교 그만두고 술집이나 나가라'라고 했고, 연락을 받고 온 학부모에게 폭언을 하며 3시간동안 서있게 했다. 내가 봤을 때 해당 학생이 화장을 심하게 하지도 않았고, 치마가 지나치게 짧지도 않았다"며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교장선생님의 질책이 심하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 했다고 한다(연합뉴스, 2011.09.08). 또한 이 교사는 "우리 학교 일부 교사는 교장선생님의 요구에 따라 교장선생님을 집이 있는 고양시 일산까지 태워다 준 적도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반면에 다른 교사는 "해당 학부모가 교장실에 있었던 것은 2시간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학생이 교장선생님에게 다소 불손하게 말을 한 측면도 있다"고 말한 뒤 "교사들이 교장선생님을 차에 태워줬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편 해당교장은 이런 이야기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학부모를 3시간 동안 서있게 하지 않았고, 회식때 차를 같이 타고 가기는 했어도 집까지 데려다 달라고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누구의 이야기가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사건의 본질이 학부모를 3시간동안 교장실에 세워두고 폭언을 했다는 것임에도 회식때 집까지 태워다 주도록 요구했다는 부분들이 도리어 전면에 나오고 있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정말로 교장이 학부모에게 폭언을 하면서 3시간이나 세워 두었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학부모를 마치 죄인처럼 대했다는 것에 대해 공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절차에 따라 처리되어야 옳다고 본다.

그러나 해당교장의 평소 행동에 대해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 사이에서도 이야기가 엇갈리는 것은 정확한 근거없는 이야기가 나온 것일 수 있다. 어쩌면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를 자신의 관점에서 이야기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신이 직접 겪은 이야기가 아니고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를 전달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이렇듯 교사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다른 것은 그동안 교장이 철학 없이 학교를 운영했기 때문이라는 조심스런 분석이 가능하다. 즉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함으로써 평소에도 교사들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확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이다.

학교내에서 교장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것은 교사들의 문제일 가능성도 있지만 교장의 문제가 더 큰 경우가 많다. 학생과 교직원을 꼼꼼히 살피고, 학생들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면 교사들 사이에서 엇갈리는 이야기가 나오기 어렵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수시로 문제가 된다면 당연히 교장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교장의 입장에서 억울하기도 하겠지만 평소의 생활이 이런 문제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교장은 한 학교의 최고 경영자로 모든 면에서 모범적이어야 하며, 교사들과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 그만큼 깊이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 것이다. 학교에서의 사소한 문제가 외부로 유출되면서 문제를 발생시키는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교장이 학생지도에 열정을 가졌기 때문에 위와 같은 불상사가 발생했을 수 있지만 그 문제를 접어두고 다른 문제가 부상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교장들은 교장들대로 교장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자주한다. 권한이 없다고도 한다. 그러나 교장에게 권한이 없다는 것은 교장의 리더십이 통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된다. 예를 들어 교육과정 편성권을 가지고 있는 교장에게 권한이 없다면 누구에게 교육과정 편성권이 있다고 할 수 있는가. 교장들이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이야기가 권한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학교의 최고경영자가 쉽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절대로 아니기 때문이다.

교장이 있고 나머지 교원들이 함께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 학교이다. 교장의 잘잘못을 파헤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학교의 특성상 사소한 것에 매달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교사들 역시 교장과 자신의 생각이 다르다고 무조건 교장을 나쁘게만 바라봐서도 안된다. 적법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 학교구성원들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소기의 교육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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