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니까 男女 같이 옷갈아 입으라고?'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어느 기사의 제목이다. 기사의 제목이 너무 자극적이다. 왜 이렇게 제목을 붙이는지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사를 읽어 주어야 하는 언론사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자극적인 제목을 사용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제목을 자세히 보면 선정적이라는 느낌도 든다. 기사의 내용이 다소 과장된 점도 있다. 이런 기사를 단순히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해서 쓰지 말고 학교현실이 어떤지 단 몇명의 교사들에게 물었다면 기사의 내용이나 제목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기사참고, 노컷뉴스, 2011-09-17 12:48)
기사의 주요 내용은 전국 남녀공학 중·고등학교 절반 가까이에 탈의실이 설치돼 있지 않거나, 남여 공용탈의실이 설치돼 있어 사춘기 학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점은 정말로 남여 공용탈의실이 설치되었느냐는 것이다.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탈의실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남여 학생이 공동으로 옷을 갈아입으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탈의실이 설치되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학교에 여유공간이 없는 경우가 가장 대표적이다. 여유공간이 있더라도 예산상의 문제로 탈의실 설치가 여의치 않았을 경우도 많을 것이다. 탈의실이 없는 것이 문제의 핵심인 것은 사실이다. 학생들이 옷을 갈아입을 공간이 없다면 무대책이 될 수 있지만 그래도 대책을 세웠어야 한다. 무대책으로 일관해 왔다면 학생들을 그대로 방치한 꼴이 되는 것이다.
우리학교도 탈의실을 만들 공간이 없었다. 오죽하면 컨테이너 박스로 탈의실을 만들자는 이야기를 했을까. 그래도 아이디어를 짜내서 어느 정도는 탈의실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각 교실에 커튼을 설치하여 간이 탈의실을 만들었다. 그곳을 활용하는 학생들이 꽤나 많다. 그래도 끝까지 활용하지 않는 학생들도 있다. 아마도 불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좀더 개선해서 모든 학생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교실안에서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탓에 교복을 입은채로 체육복을 갈아입는 '기술'까지 몸에 익었다는 이야기도 기사의 내용중 일부이다. 그러나 이런 기술은 탈의실이 마련되어 있어도 익혔던 기술이다. 탈의실이 있어도 교실 바로 옆이 아니면 학생들의 이용률이 매우 저조하다. 이동해서 갈아입는 불편이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 학년별로 하나씩 탈의실을 마련해도 학생들은 여전히 교실에서 교복을 입은채로 체육복을 갈아입는 비율이 높다. 이것이 현실이다.
탈의실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도 많다. 만일 교실 옆에 화장실이 있으면 그곳으로 학생들이 몰린다. 특히 남학생들의 경우는 조금 떨어진 탈의실에 가는 것을 귀찮아 하기 때문에 더욱더 화장실로 몰려든다. 학교에 탈의실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 오래전부터 탈의실 문제의 현실은 일반적인 생각과 달랐다. 학생들의 특성을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다면 현실을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탈의실의 유무만을 따지게 되는 것이다.
탈의실이 마련된 학교라고 고민이 없는 것이 아니다. 탈의실은 학교 일과 중에 항상 열어 두어야 한다. 모든 학생들이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이런 탈의실이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학생들이 쉬는 시간은 물론이고 수업시간에 몰래 교실을 이탈하여 탈의실에서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금품갈취나 폭력의 장소가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전체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교사라면 탈의실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수시로 탈의실 주변을 순시하지만 학생들은 교묘하게 교사들의 눈을 피해다닌다. 탈의실이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현실적으로 꼭 그렇지만은 않다. 탈의실이 있어도 활용면에서 여러가지 문제가 있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학교에 탈의실을 만드는 것이 맞다. 학교별로 탈의실을 마련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공간을 마련하는 것부터 탈의실을 어떻게 꾸미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빈 교실만 마련해서 탈의실을 만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교복을 보관할 사물함도 필요하고, 갈아입을 때의 편의도모를 위한 시설도 필요하다. 가령 의자, 거울 커튼 등의 부가적인 시설도 꼭 필요한 것이다.
국정감사자료로 제출받은 결과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대안도 함께 마련되었으면 한다. 학생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학교로의 변신을 위한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 그렇더라도 탈의실 문제를 다루면서 대안없이 문제제기만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다.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여 대안도 함께 제시되는 기사가 씌어 졌다면 더욱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