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을 두고 순직이라고 표현하는 것일까. 수능을 하루앞두고 들려온 소식이 교사들을 슬프게 했다. 수능출제위원으로 참여했던 교사가 심장마비로 추정되는 원인으로 사망에 이른 사건은 그동안 우리가 무관심했던 곳에 대한 의혹으로 발전될 소지가 충분하다. 필자는 수능 출제위원을 해본 적이 없어 그 안에서 어떤 일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미루어 짐작만 할뿐 정확한 것은 알 길이 없다. 그렇더라도 수능출제위원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요구는 없었는지 출제본부의 환경은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단순 심장마비로 추정했고, 가족들 역시 부검을 원하지 않는다는 보도를 접했다. 출제위원으로 한달정도 참여하면 800-1,000만원정도가 수당으로 지급된다고 한다. 적지않은 돈이다. 그러나 이 돈 때문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참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 볼 수도 있다. 단순히 생각일 뿐이지만 실제로 그 안에서 어떤 업무를 어떻게 진행해 가는 것인지 따져볼 필요는 있다고 본다.
외부와의 접촉이 완전히 끊어진 상태이고, 부친상을 당했던 교사가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단순히 조문만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것도 삼엄한 경비속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출제위원으로 참가할 정도면 충분한 양심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경비원의 감시속에서 부친상을 조문으로 마칠 수 있다는 것인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또한 그동안의 경우를 보면 교사들을 동원하여 수당을 지급하면 그 수당 이상의 업무를 하도록 했었다. 학업성취도 평가의 서술형채점의 경우 한번 갔다온 교사들은 두번다시 가기 싫다고 했다. 고작 20~30만원의 수당을 받았을 뿐이다.
물론 출제위원들은 채점위원들보다 상황이 좋았을 것으로 본다. 그렇지만 외부와 차단된 상황에서의 생활과 출제문제에 대한 오류발생의 우려로 받는 스트레스, 새로운 문제를 개발해야 하는 심적인 압박감 등을 견디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만일 신체적, 정신적으로 정상이 아닌 교사라면 그 부담감은 더욱더 커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의 출제위원 사망사건을 통해 사후조치라도 철저히 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여러가지 상황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출제위원을 뽑을때, 해당교사의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과정도 꼭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그런 과정을 거치고 있을 수도 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 제2, 제3의 사망사건을 예방한다는 차원에서도 이 문제를 꼭 짚고 넘어갔으면 한다. 일반적으로 출제위원이나 채점위원들을 선발할때 학교에 명단만 제출하라고 할 뿐, 건강상태에 대한 이야기는 접하지 못했다. 혹시 수능출제위원 선정에서도 이렇게 하지는 않았는가 노파심에서 하는 이야기이다.
언론의 접근도 안되는 곳이 출제현장이라고 알고 있다. 철저히 폐쇄된 곳이라는 것은 오래전부터 들어서 알고 있다. 어떤 과정으로 출제가 이루어지는 것도 미루어 짐작만 할 뿐 정확히는 알 수 없다. 어떻게 출제위원으로 선정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알지 못하고 있지만 최대한 편안한 상태에서 출제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고싶다. 아니 실제로 그럴 것 이라고 생각한다. 만에 하나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면 보완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수능출제과정에서 출제위원이 사망한 것은 매우 안타깝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앞으로의 대책은 정책당국인 교과부에서 세워야 할 것이다. 출제과정의 환경과 여건 등을 다시한번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