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부터 대학입시에 대한 것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라는 곳으로 이관되었다. 입학사정관제 도입에 정부의 개입이 있었지만 그 비율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입학사정관제의 시행으로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이 현실이긴 하지만 그래도 대학에 자율권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율이나 선발방법 등을 대학에서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학사정관제는 물론 수시, 정시전형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관장하고 있다. 이것이 현재 우리나라 대학입시의 현주소이다.
그런데 유독 수능시험만은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출제와 시행, 결과통보까지 관리·감독을 하고 있다. 그렇게 하다보니 시행장소도 일선 중·고등학교가 되고, 감독관 역시 중·고등학교 교사들이 맡아서 하고 있다. 시험은 여러사람 중에서 특정한 사람을 선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합격시키고 누군가를 불합격 시켜야 하는 것이 시험인 것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명칭과 달리 등급을 따지기 때문에 명칭처럼 수학능력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고, 평가를 통해 등급을 매기고 이를 가지고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다.
실제로 시험을 보는 학생들은 수능결과가 대학합격의 당락과 직결되게 된다. 학생들을 선발하는 곳은 대학인데 시험의 출제와 시행, 결과통보는 국가기관이라 할 수 있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도맡아서 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런 일련의 체계가 제대로 된 것으로 볼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대학에서 유능한 학생들을 선발하는데, 시험을 주관하는 곳과 선발하는 곳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공무원시험도 그렇고 기업체의 선발시험도 결국은 인재를 선발하는 곳에서 주관하고 있는 현실과도 동떨어진 것이다.
평가부분에 대한 국가기관의 역할 때문에 계속해서 이런 체계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구체적으로 최소한 평가권은 국가에서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논리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국가에서 모든 것을 주관했던 시대와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학생 선발권을 대학에 넘겨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런 학생선발권을 대학에서 넘겨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단기적은 아니더라도 중기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문제이다. 장기적인 과제는 아니라고 본다.
이와 관련하여 좀 다른 이야기 하나를 덧붙이겠다. 대학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을 선발하는데, 시험장소가 대학이 아닌것도 의아스럽지만 감독관을 중·고등학교 교사들이 하는 것은 더욱더 의아스럽다. 특히 각 시·도교육청이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수능업무에 매달리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감독관 역시 교사들이 도맡아서 하는데, 대학에 진학할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해 실시되는 수능에서 대학교수나 교직원들이 감독업무를 하는 것이 맞는 것이 아닌가. 장소 역시 전국의 수많은 대학에서 실시해야 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 아닐까. 수능시험을 보는데 왜 대학이 아닌 일선학교와 교육청이 업무과중을 겪어야 하는 것인다.
수시전형에서는 해당대학에 아무리 많은 학생들이 지원해도 대학 자체적으로 시험을 실시하여 무리없이 선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수능시험 역시 대학에서 맡아서 시행해도 된다는 이야기가 된다. 출제부터 시행까지 대학에서 맡아서 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 지금의 수능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되 장소와 감독관만 바꿔도 중·고등학교의 수업결손을 막고, 교사들의 감독부담을 덜 수 있다.
이렇게 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있다. 대학에 평가권을 넘겨야 한다. 대학에 평가권을 넘긴다고 해서 지금의 체계를 무너뜨리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같은 방식으로 실시하더라도 대학입시를 관장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수능관련 업무를 넘겨주자는 이야기이다. 학생은 대학에서 선발해 가는데, 시험 실시에 관한 것은 교육과정평가원이 관장하고 감독과 장소를 중 고등학교로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가 잘 모르는 일련의 상황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것만 놓고 볼때는 현재의 수능관리에 관한 부분은 개선되어야 옳다. 전국에 4년제 대학의 수만 100개가 넘는다. 이들 대학에서도 학생선발을 위한 종합평가 성격인 수능관리가 가능하다고 본다. 앞으로 발전적인 개선안이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