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 표기법은 국어 정서법을 지키는 것

2011.11.22 14:35:00

국어는 우리나라의 언어. 즉 ‘한국어’를 우리나라 사람이 이르는 말이다. 말 그대로 현재 우리나라 사람이 한반도에서 쓰고 있는 언어를 국어라고 한다. 국어라는 표현은 15세기 문헌인 ‘훈민정음’에 보이고 있는데, 그 전부터 사용하던 표현이라고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는 단일 민족이 단일한 국어를 사용함으로써 온 국민이 문화적·정신적으로 동질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국어라 하면 곧 고유어와 동의어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국어에는 고유어만 있지 않다. 한자어가 있고, 외래어도 있다. 한자어도 국어라는 말에는 반응이 없다가도 외래어가 국어라면 놀라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외래어는 엄연히 국어다. 따라서 국어사전에 표제어로 등재되어 있다.

외래어를 외국어와 혼동한다. 물론 외래어도 원래 외국어였다. 이 외국어가 우리에게 들어와 쓰이는 가운데 사회적으로 널리 인정받으면서 외래어가 됐다. 이를 차용어(借用語)라고도 한다. 반면 외국어는 다른 나라의 말을 뜻한다. 중국어, 영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 여러 외국의 언어들은 모두 외국어에 속한다.

외래어와 외국어는 다른 나라에서 온 말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국어처럼 느껴지는 정도에 차이가 있다. 외래어는 상당히 우리말처럼 느껴져 다른 나라에서 온 말이라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없는 말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문자가 없던 시절에 한자를 빌려 썼다. 그래서 우리말에는 한자에서 온 어휘가 많다. 그러다보니 한자어는 아예 외래어라는 의식도 없다.

다른 나라의 언어가 들어와 세월이 흐르면서 토착화되어 국어와 마찬가지로 통용되는 일은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외래어 수용에 다소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우리나라는 광복 이후 서구와 우호적인 교류를 가지면서 외래어를 비교적 많이 받아들이고 있다. 무분별한 외래어 도입으로 한때 국어 순화 운동을 통해 저항을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개방된 사회 구조 탓에 막지를 못했다. 그리고 외래어에 대한 묘한 심리가 작용해 쉽지 않았다. 반면 강압적인 문화 수용의 외래어는 국민이 저항감을 갖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제강점기의 일본어가 그렇다. 당시에 강압적인 문화 교류의 탓으로 일본어가 근원인 외래어는 지금도 꾸준히 배척 당하고 있다.

외래어는 국어라고 한 것처럼, 이는 국어의 음운체계에 동화된 대로 적는 것이 원칙이다. 이 원칙을 정한 것이 외래어 표기법이다. 외래어 표기법은 한글맞춤법 등과 함께 국어 4대 어문 규정의 하나다. 외래어 표기법에 대한 시도는 구한말 주로 일본어를 표기하기 위해 시작된 바가 있다. 그러다가 1933년 조선어학회(朝鮮語學會)에서 제정한 ‘한글맞춤법통일안’에서 처음으로 규정되었다. 그후 1986년 1월 7일에 문교부고시 제85⁃11호로 새로 제정된 ‘외래어 표기법’을 공포하였다. 이 법안은 ‘표기의 기본원칙’, ‘표기 일람표’, ‘표기 세칙’, ‘인명 · 지명 표기의 원칙’ 등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표기의 기본원칙에서는, ① 외래어는 국어의 현용 24자모만으로 적으며, ② 외래어의 1음운은 원칙적으로 1기호로 적으며, ③ 받침에는 ‘ㄱ · ㄴ · ㄷ · ㅁ · ㅂ · ㅅ · ㅇ’ 만을 쓰며, ④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⑤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습을 존중하되 그 범위와 용례는 따로 정한다는 것 등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원칙이 있는데도, 외래어 표기법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외래어는 원음에 가깝게 ‘오뤤지’라고 하자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외래어를 잘못 이해한 사람이다. 외래어도 언어마다 음운 체계나 문자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어느 한 언어의 어휘를 다른 언어로 흡수하여 표기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규칙이 필요하다. 이러한 규칙이 없다면 ‘chocolate’을 표기하는 데 많은 혼란이 생긴다. 이를 외래어라는 이유로 표기법을 정하지 않으면, 언중은 ‘초코릿, 초코렛, 초콜릿, 초콜렛, 쪼코렛, 쪼코릿, 쪼꼬릿, 쪼꼬렛, 쪼콜릿, 쪼꼴릿, 초코레뜨’ 등 천차만별로 쓴다. 이러한 혼란을 막고자 ‘외래어 표기법’이 규정되어 있다.


우리 주변에 외래어 표기법에 어긋난 사례를 몇 가지 제시해 본다. 쇼팽 센터를 플라자라고 많이 한다. ‘plaza’는 ‘프라자’로 적지 않고, ‘플라자’로 적는다. 어중의 [l]이 모음 앞에 오거나, 모음이 따르지 않는 비음([m], [n]) 앞에 올 때에는 ‘ㄹㄹ’로 적는다라고 규정한 ‘외래어 표기법’ 제3장 제1절 영어의 표기에 따른 것이다.


‘리더십’과 ‘잉글리시’를 ‘리더쉽’과 ‘잉글리쉬’로 표기한 경우도 많다. 외래어 표기법 제3장 표기 세칙 제1절 영어의 표기 제3항에 어말의 [ʃ]는 ‘시’로 적고, 자음 앞의 [ʃ]는 ‘슈’로, 모음 앞의 [ʃ]는 뒤따르는 모음에 따라 ‘샤’, ‘섀’, ‘셔’, ‘셰’, ‘쇼’, ‘슈’, ‘시’로 적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캐시, 캐시백, 잉글리시, 챔피언십, 리더십, 멤버십’ 등으로 적는다.
‘윈도’도 ‘윈도우’로 많이 적는다. 외래어 표기법의 영어 표기 세칙 제8항에 따르면 중모음은 각 단모음의 음가를 살려서 적되 [ou]는 ‘오’로 적는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윈도’라고 해야 한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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