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이후의 할 일 (7)

2011.11.27 18:28:00

요즘 수험생들은 집에 가면 고역이다. 부모님들의 지나친 관심과 기대 때문이다. 부모님의 관심과 기대가 크다보니 자식이 그 기대에 못 미치면 꾸중을 듣게 되고 잔소리를 듣게 된다. 수험생들은 잔소리를 듣기 싫어하고 마음 속에 걸리는 말을 하면 잠을 자지 못한다.

이럴 때 수험생들은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매사에 지혜가 필요하다. 특히 부모님께 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거슬리는 말과 마음에 걸리는 일이 독약이 아니다. 양약이다. 좋은 약은 입에 쓰나 병을 고치는 데는 이롭고, 충성된 말이 귀에는 거슬리지만 행동에는 이롭다고 하지 않았는가?

채근담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귀로 항상 거슬리는 말을 듣고 마음속에 항상 걸리는 일이 있으면 이는 덕을 쌓고 행실을 닦는 숫돌이 된다”고 하였다. 귀에 거슬리는 잔소리, 충고, 하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누구나 다짐을 하게 되고 노력을 하게 된다. 그러니 부모님의 듣기 싫은 잔소리가 독약이 아니고 양약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자신의 덕을 쌓고 행실을 닦는 데 유익을 주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에 아무리 듣기 싫은 말, 마음에 거슬리는 말을 들어도 참을 줄 알아야 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또 수험생들은 기쁨보다 걱정이 많은 때이다. 새들도 사나운 비바람이 불면 걱정스러워한다고 하지 않는가? 역시 채근담에 보면 “사나운 비바람이 불면 새들도 걱정스러워 어쩔 줄을 모르고…” 사나운 비바람이 불면 새들도 걱정스러워 어쩔 줄 모른다고 하는데 하물며 사람이야 말할 것 있겠나? 수능결과를 기다리며 걱정스러워 하는 수험생이 많이 있을 줄 안다. 하지만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인내가 필요하다.

사나운 비바람 뒤에는 화창한 날이 오게 되어 있다. 화창한 날 산들바람이 불면 초목도 기뻐하게 되어 있다. 초목도 좋은 일이 오게 되면 기뻐하는데 사람이야 말할 것 있겠나? 그러니 맑은 날, 화창한 날이 반드시 오게 되어 있고 신바람 나는 산들바람이 불 때가 있으니 참고 인내해야 한다. 어떠한 형편에 있든지 기쁘고 즐거운 마음을 늘 가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언젠가 신바람 나는 산들바람이 불게 되어 있으니까 그 때를 고대하면서 기쁨과 즐거움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한가한 때라 할 수 있다. 이럴 때 마음이 풀어지면 안 되고 긴장된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고가 나게 되고 어려움이 닥치게 된다. 채근담에 보면 “천지는 쥐죽은 듯 고요하여 움직이지 않지만 그 움직임은 잠시도 쉬는 일이 없고, 해와 달은 밤낮으로 달리지만 그 밝음은 영원히 바뀌지 않는다” 하였다.

수험생들은 한가하다고 해도 할 일은 많다. 쥐죽은 듯 고요하게 눈에 보이게 활동하는 것이 없어 보여도 대입을 향한 최종의 발걸음은 쉼이 없어야 한다. 늘 긴장된 마음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해와 달이 밤낮으로 달리듯이 수험생들도 밤낮으로 노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되고 해와 달이 밝음의 소명을 위해 달리듯이 수험생들도 합격의 목표를 위해 밤낮으로 달려야 한다.

그것이 논술준비가 될 수 있고, 면접을 위한 준비가 될 수도 있고 스펙을 쌓는 일이 될 수도 있고 독서를 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침착하게 준비할 것을 하루도 빠짐없이 하는 것이 좋다. 리듬이 끊겨도 안 되고 노력이 달라도 안 된다. 꾸준하게 평소와 같이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중동이 우주의 근본이듯이 한가한 가운데 꾸준히 노력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망중한(忙中閑)도 필요하지만 한중망(閑中忙)이 더욱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수험생은 수험생답게 준비할 것 준비하고 평소와 다름없이 쉼없는 전진이 요구된다 하겠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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