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만점, 독서가 비결

2011.12.18 20:55:00

2012년 대학수학능력 시험(수능) 결과 언어·수리 나·외국어와 사회탐구(윤리·국사·한국근현대사) 등 4개 영역에서 만점을 받은 전남 곡성고 백주홍(18)군 인터뷰가 화제였다. 이번 수능이 쉬어서 만점자가 제법 많았는데도 백군이 화제가 된 이유는 공교육의 힘 때문이다. 그는 전형적인 시골마을인 곡성군에서 나고 자랐다.

백군이 재학 중인 곡성고는 섬진강과 지리산을 낀 농촌학교로 전교생이 450명이다. 전교생 중 절반은 희망과 성적에 따라 기숙사 생활을 하는 농어촌 기숙형 학교다. 곡성군은 인구가 3만1400여 명뿐이다. 입시 전문학원이 한 곳도 없고, 백군은 당연히 사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백군은 고교 3년 간 오직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오후 10시 자율학습이 끝나면 새벽 1시에 기숙사에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공부를 했다. 그 결과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

백군이 학교에서 1등을 하고, 전국적인 수능 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데는 이유가 따로 있었다. 보스니아 내전 현장을 다룬 ‘네 이웃을 사랑하라(A STORY OF WAR)’ 등 60여 권의 책을 고교 3년 간 읽었다는 것이다. 백군이 책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것은 부모님 덕도 컸다. 백군의 부모님은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책과 친해지도록 수시로 책꾸러미를 내놓았다. 백군은 인터뷰에서 논술학원 하나 없는 시골에서 논리적인 사고력을 기르려면 다양한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백군의 이야기뿐만이 아니다. 2011년 8월 23일자 중앙일보 기사도 비슷한 인터뷰였다. 여기서 작년 수능 만점자 7인에게 비결을 물었다. 비결을 묻는 답에 모두 책 속에 수능 정답이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기우(19·서울대 사회과학부)씨는 다섯 살 때부터 동화책을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다고 했다. 출판사에 다니는 어머니가 책을 사다 책장에 꽂아놓았고, 자연스럽게 책을 많이 읽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 속독법을 터득했고 수능 지문을 이해하기 쉬워졌다고 말했다.

김다은(19·서울대 경영학과)도 어릴 때부터 동네 도서관을 찾았다. 독서가 독해력을 키웠고, 글쓴이가 주장하는 것이 무엇인지 쉽게 집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재수를 한 윤정욱(20·서울대 경영학과)씨는 뒤늦게 책벌레가 된 학생이다. 고교 2학년 때 소설 읽는 재미에 빠져 일주일에 2~3권씩 읽기 시작했다고 했다. 윤씨는 점점 소설에서 인문서로 독서 범위를 넓혀 갔고 재수할 때도 하루에 30분씩은 머리를 식히기 위해 책을 봤다. 그는 어려운 인문서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던 습관 때문에 수능에서 만점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능 만점자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해왔다. 공부를 열심히 한 결과이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어릴 때부터 꾸준히 책을 보았다는 것이다. 책이 독해력을 기르고 학습 능력을 신장시켰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어릴 적부터 키워온 독서 능력이 언어·외국어뿐 아니라 수리 영역 점수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세상을 바꾼 사람들은 모두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우리 역사에 길이 남은 세종대왕, 박제가, 정약용 등은 모두 독서광이었다. 프랑스의 영웅 나폴레옹은 전쟁터에서도 책을 들었고, 미국의 대통령 링컨도 책을 즐겨 읽었다. 에디슨은 학교에 가지 않은 대신에 책을 읽었고, 헬렌 켈러는 책 읽기로 상상력의 날개를 펼치며 장애를 극복했다.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서울대 교수 안철수도 자신이 뛰어난 재주를 가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남들보다 먼저 어떤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책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대부호 빌 게이츠도 자신의 오늘날 업적은 동네 도서관이 만들었다고 자주 이야기했다.

책은 지식이 담겨 있고, 미래 삶의 모습이 있다. 책에는 사람답게 살아가는 세계가 있고, 인간 세상을 널리 유익하게 하는 지혜가 있다. 그래서 책을 읽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 가운데 가장 맑은 일이라고 한다.

간혹 독서가 공부를 방해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을 본다. 이는 아주 위험한 생각이다. 책을 읽으면 정보를 수집하고 조직하는 전두엽이 활성화된다. 이것이 학습 능력으로 이어진다. 교육목표인 이해력, 사고력,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그 바탕에 읽는 행위가 있다. 또 학습에는 체험이 중요하다. 이 체험 충족시켜 주는 것이 독서이다. 그런 점에서 독서는 강력한 학습 양식이다.

21세기 리더는 책을 많이 읽어서 대중을 감화시키는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책을 읽히는 습관을 키워주는 것은 내 자녀의 삶에 미래 성공의 주춧돌을 남기는 것이다. 내 자식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깊이 인식하는 진지한 인간으로 길러져 사회로 배출되기를 바란다면, 책을 읽게 해야 한다. 내 자녀를 사랑한다면 값비싼 스마트폰보다는 책을 사주라. 책을 읽는 습관을 남겨주는 것이 가장 값있는 유산을 물려주는 것이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