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산행, 아이젠은 필수!

2012.01.15 18:13:00

한빛산악회 칠갑산 정기산행 참가기

"겨울산행이 이렇게 위험한 줄 몰랐습니다. 아무리 낮은 산도 얕잡아 보아서는 안 됩니다. 준비된 산행이 필요합니다." 

지금 필자는 산행 중 미끄러운 눈길에 넘어져 엉덩방아를 세 번 찧고 오른손목 인대가 늘어나 생활에 조금 불편함을 겪고 있다. 이게 다 초보 산악인의 준비 부족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겨울산행에서는 아이젠, 배낭, 장갑, 모자, 방한복, 간식 등이 필수다.

역사 16년의 한빛산악회(회장 이영화)의 칠갑산(561m) 정기산행(2012.1.10. 08:00)에 참가했다. 마치 어린이가 소풍 기다리 듯 자명종을 06시에 맞추고 찬합에 한라봉, 사과, 단감 등을 깎아 넣었다. 타월, 화장지, 오렌지, 과자도 넣었다. 음식은 여럿이 나누어 먹을 분량이다.

08:10 호텔 캐슬 맞은편에서 교직선배님과 함께 대절버스에 올랐다. 모두 24명이다. 남성 9명, 여성 25명. 대략 나이를 가늠해 보니 40대에서 60대다. 회장, 전임회장, 고문, 총무의 새해인사가 이어진다. 산행대장 이규옥은 '모두 함께 하는 산행,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을 부탁하며 '개인행동을 지양할 것'을 당부한다.

총무가 뜨근한 백설기 2개와 캔커피, 물병을 배부한다. 이웃 자리 회원이 인삼차와 사과를 건넨다. 이번 산행에는 필자처럼 신입회원 몇 명이 있다. 마이크를 잡고 신입회원 인사를 하니 기존회원들이 따뜻이 맞이해 준다.

10:30 산행 출발지인 천장호(청양군 전산면 소재)에 도착하였다. 운동화 끈을 조이고 아이젠을 묶고 출발이다. 출렁다리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고추, 구기자가 보인다. 청양의 특산물인 것이다. 임진년 용띠해 상징물도 보인다. 산행 곳곳 표지판에도 고추, 구기자, 메론 그림이 그려져 있다. 지자체 홍보를 겸하는 것이다.

그런데 헉? 호수를 지나니 가파른 계단이다. 얼마 오르지 않았는데 숨은 차오르고 땀은 비 오듯하며 현기증이 일어난다. 오랜만의 산행이라 몸에 이상이 온 것이다. 잠시 휴식을 취하니 기운이 살아난다. 준비운동 없이 곧바로 무리하게 계단을 오른 것이 원인이다.






다른 한 여성 회원도 얼굴이 하얗게 되며 힘들어 한다. 동행한 선배가 배낭과 옷을 건네 받는다. 산행대장과 전임 회장이 손을 잡아 준다. 대장이 산행 앞장을 서야 하는데 초보산행자 돌봄에 나선 것이다. 가파른 비탈 눈길이 미끄럽다. 대장은 아이젠까지 건네 준다. 아이젠이 없는 사람은 곳곳에 설치된 줄을 잡고 간신히 오른다.

출발한 지 800m 지점, 칠갑산 정상까지  2.9km 남았다. 선두와는 거리가 한참 벌어진 것 같다. 12:30 드디어 칠갑산 정상 도착. 후미대원 10명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필자는 준비해 간 과일을 일행에게 한 조각씩 돌리었다. 시장기가 돌지만 선두를 쫒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정상에서 주변 풍관 감상 여유가 없다.

집결지인 장곡사(長谷寺)로 부지런히 향한다. 미끄러운 하산길에 엉덩방아를 몇 차례 찧으면서 엉금어금 기어 내려간다. 다행히 등에 맨 배낭이 부상을 방지해 준다. 다음번 산행엔 안전을 위해 제대로 준비를 하리라 다짐해  본다.

14:20 장곡사 도착, 칠갑산 맛집에 도착하였다. 파전, 나물 비빔밥으로 늦은 점심을 대신한다. 충청도라 그런지 반찬 인심이 후하다. 우리 일행 외 다른 분들은 집행부에서 준비한 점심으로 해결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번 산행의 아쉬운 점이다. 임원진에서 참가자들에게 겨울산행에 대한 충분한 안내가 부족하였다. 특히 '아이젠은 필수' 만 알렸어도 이렇게 고생하지는 않았다. 또한 사전 답사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선발대의 길 안내 리본 표시, 대열 유지, 식사 장소 안내, 산행 대장과 부대장의 선두와 후미에서의 역할 분담 등이 필요했다.

귀로의 버스안에서 산악대장은 인사를 건넨다. 다음 산행에도 꼭 나오시라고. 그리고 친한 친구 한 분과 함께 나오시라고. 현재 산악회와 연락이 닿아 문자를 수신하는 회원은 240 여명이라고 한다. 임원진으로서는 참석율을 높이는 게 급선무. 그리고 다음 번 산행은 태백산이라고 안내한다.

산악회 집행부의 치밀한 준비가 산악 사고를 막는다. 그리고 회원들의 산행을 알차고 즐겁게 해 준다. 남성회원 2만 5천원, 여성회원 2만원의 회비가 아깝지 않게 해야 한다. 임진년 새해 첫산행의 부족한 점을 꾸준히 보완하면 인간미와 정감 넘치는 산악회가 되리라 믿는다.

한빛 산악회의 정기산행일은 매월 둘째 화요일이다. 출발장소는 수원시청옆 08:00, 호텔캐슬 08:10, 영통 08:20 이다. 산악회 연락처는 회장 010-2361-2444 총무 016-749-6639 이다. 등산에 관심 있는 분들의 동참을 바란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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