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과 추억 만들기 1박2일

2012.01.23 11:14:00

'품 안에 자식'이란 말이 있다. 자식이 어렸을 때는 부모 말을 잘 듣지만 성장해선 부모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좋게 말하면 자식의 머리가 컸다는 것이요 독립정신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부모는 자식이 부모 마음을 알고 그 뜻대로 자라주길 바란다.

필자는 딸과 아들을 두고 있다. 둘 다 대학교 1년생이다. 딸은 서울에서 자취를 하고 아들은 집에서 도보 통학을 하지만 부모와 자식간의 대화가 많지 않다. 딸은 거리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아들은 같이 살지만 하루 한 두 마디 건네는 정도다. 대화라고도 할 수 없다.

방학 중 부부가 시간을 내어 딸과 시간을 함께 하기로 했다. 추억만들기다. 바로 자취집에서 1박을 하는 것. 이사할 때 가보고 나서 처음 가니 무려 1년만이다. 그만치 부모가 무관심했던 것이다. 하루 세 끼는 제대로 먹는지, 방 청소는 깨끗이 하고 정리정돈은 되었는지, 한겨울에 방은 따뜻한지가 궁금한 것이다.

오후에 종암역 인근에서 만나 음식점으로 향한다. 딸이 안내를 맡았다. 정통 인도 음식점이다. 주문을 하니 밥도 노랗고 커리(Curry)도 노랗다. 강황밥이다. 인도 빵이라는 버터 난(Nan)도 먹어 보았다. 대학가 인근이라 대학생들의 음식문화단면을 볼 수 있었다. 주위 손님을 보니 대부분 대학생이다. 






이어 마을버스를 타고 CGV관을 찾았다.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을 보았다. 시놉시스를 보니 '지상 최대의 스케일, 사상 초유의 액션, 불가능한 미션이 시작된다!' 지상 828m 세계 최고층 빌딩에서 이루어지는 100% 리얼액션이라는 설명이다. 흥미는 진지하고 스릴은 넘치는데 영화를 보고 난 후 남는 것이 별로 없다.

이제 자취집으로 향한다. 방이 살림살이로 꽉 찼다. 아내는 물수건으로 바닥 먼지를 제거한다. 필자는 창문을 열어본다. 이중창인데 하나는 열려있다. 문을 닫고 잠근다. 열손실을 막으려는 것이다. 기울어진 행거를 바로 잡아 수평으로 맞춘다.



깜짝 놀랄 일 하나. 자취 1년 동안 아침을 해 먹지 않았다는 사실. 이사 왔을 때 아내가 한 밥이 그대로 말라 붙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만한 사건이다. 아침을 시리얼로 대신하거나 굶고 다닌 것이다. 아마도 점심이나 저녁을 폭식하지 않았을까? 건강을 해치는 것이다. 하루 세 끼 정해진 시각에 챙겨 먹을 것을 당부한다.

취침 시간, 방 온도를 높이니 바닥이 뜨끈하다. 이부자리를 보니 뜯어진 진 자국이 보인다. 부모의 손이 못 미친 흔적이다. 딸의 어렸을 적 앨범을 펼쳐본다. 가족의 추억을 되살리는 순간이다. 가족이라는 것, 공감대가 많아야 한다. 추억이 많아야 이야기거리가 생긴다. 딸, 아내, 필자 셋이 누워 잠을 청한다.

이튿날 아침, 자취생들의 전용식당을 찾았다. 반찬은 차려져 있고 밥과 국만 담아가서 먹는 것이다. 한 끼에 3800원이다. 종업원이 직접 상을 차려주고 서빙을 하는 백반을 먹었다. 5000원인데 반찬이 무려 10가지가 넘는다. 식당에 와서 아침을 챙겨 먹는 학생은 그래도 부지런한 것이다.

아내 모임 약속이 있고 필자도 지방 출장이 있어 이별을 서두른다. 딸은 대학에 가서 할 일이 있다고 한다. 방학 중이지만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자식이 크고 나니 함께 하는 시간이 많지 않다. 자식 두 명이 모두 다 따로따로다. 부모는 부모대로 바쁘고 자식은 자식대로 바쁘다. 함께 시간을 갖고 진지하게 대화를 나눌 시간이 별로 없다. 이렇게 일부러라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추억거리가 생긴다. 마음의 거리를 좁혀 공감대가 생기는 것이다. 1박2일,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 딸은 무엇을 생각했는지?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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