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마음가짐 (8)

2012.02.27 14:59:00

이번 추위가 금년의 마지막 추위가 되었으면 한다. 봄의 기운이 온 세상에 가득하기를 기대해 본다. 혹한을 이겨낸 나무들에게서 푸른 새싹들이 파릇파릇 돋아나기를 기대해 보고, 온 산에, 온 들에, 온 가정에 봄의 생기가 가득차기를 기대해 보는 아침이다.

오늘은 목민심서 제3편 봉공육조(奉公六條-남에게 봉사하는 정신) 제4장 문보(文報-공문서 처리를 잘하라)에 대해 생각해 보고 새롭게 다짐도 해 본다. 제4장 문보(文報-공문서 처리를 잘하라)는 하나의 절로 되어 있다. 하지만 내용은 꽤 길다. 공문서 처리에 대해 소상하게 소개되어 있다.

공문서 처리를 잘하기에 앞서 한 가지 개선되어야 할 점을 먼저 생각해 보겠다.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전문가다. 학생들이 반듯하게 잘 자라나도록 인성교육을 시켜야 하고 학력신장을 위해 전문교육을 시켜야 한다. 그런데 학생들을 위한 교육에 장애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게 바로 공문서 처리인 것이다.

수업을 하고 나서 시간이 나면 교재연구를 해야 되고 틈틈이 학생지도를 해야 한다. 그런데 공문서 처리가 발목을 잡고 있어 선생님들의 본연의 업무를 하지 못하고 공문서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많은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을 잘 지도할 수가 없다. 그래서 공문서 처리 같은 것은 전문적인 분이 맡도록 되어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학처럼 하면 된다. 대학 교수님이 공문서 처리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공문서 처리 같은 것은 별도의 공무원들이 하고 있지 않은가? 교수님이 오직 전문지식에 대한 연구에만 몰두하듯이 우리 선생님들도 연구하는 일, 학생들을 상담하고 인성지도하는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교육 외적인 업무도 함께 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에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원망만 하고, 한탄만 하며 자기 업무를 소홀히 한다면 지도자로서의 사명을 다하는 것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제4장 문보(文報)에서는 “보고하는 문서는 마땅히 정밀하게 생각하여 자신이 작성할 것이요, 아전의 손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보고문서가 정확해야 한다. 내용을 잘 모르는 분에게 맡기면 오류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면 보고문서는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는 꼴이 되고 만다. 그래서 자기가 맡은 업무에 대한 공문이 오면 자기가 작성하는 것이 좋다.

또 “월말의 보고문서로서 생략해도 좋은 것은 상사와 상의해서 없애버리도록 한다”라고 말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잡무를 많이 줄이고 형식적인 보고도 없애야 함을 말해주고 있다. 어떤 공문은 두 번 세 번 보고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국정감사, 행정감사를 앞두고는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선생님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청에 계시는 장학사님들은 공문 보고 받는 것이 선생님들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고 힘들게 하는 것임을 알고 자체에서 해결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공문서 처리에 있어서 주의해야 할 점은 보고 기한을 넘기지 않는 것이다. 물론 수업하는 일과 학생들을 지도하는 일 때문에 보고해야 할 공문을 잊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꼼꼼하게 챙겨 교육청의 독촉을 받지 않도록 함이 좋다. 제4장 문보(文報)에서는 “보고 문서를 지체하여 상사의 독촉과 문책을 받는 것은 공무를 이행하는 자의 도리가 아니다”고 하였다.

끝으로 모든 문서는 마땅히 목록을 붙여서 평가에 대비하고 감사에 대비함이 좋을 듯 싶다. 미루어 놓으면 그것도 스트레스 된다. “상사와 백성에 오고 간 모든 문서는 마땅히 목록을 붙여서 책으로 매어 두고 참고와 검열에 대비할 것이며 그 기한이 설정되어 있는 문서는 따로 떼어 소책자로 만들도록 한다”라고 하였다.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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