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의 활로 모두가 고민해야

2012.03.27 09:29:00

꽃샘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작은 학교에서 새로운 3월을 맞고 있다. 몇 명 되지 않는 아이들이 있는 교실에도 감기로 결석하는 아이들이 생기고 있다. 이 작은 학교에서는 신학년도를 맞아 학구 외 타 지역 학생들의 학년 초 전출이 발생하고 있다. 동창회에서 기사 급여 등 비용 일체를 지불하는 적극적인 학교지키기와 교직원들의 열정으로 학생수가 지난 학년말 10명 정도 늘게 되었다. 이렇게 되다보니 소형버스 하나로는 타 지역 학생을 한 번에 실어 나를 수 있는 임계치를 넘어서게 되어 그동안 등교 시 1회 운행하던 것이 신학년도부터 2회 차 까지 늘게 되었다.

2회 차로 나누어 학생을 등교시키다보니 9시가 넘어서 학교에 등교하는 아이들이 생기고 있었다. 40분 이상 통학차를 타고 등교해야하고, 아침 급우들과의 자유 시간이 허용되지 못하는 빠듯한 시정은 원래 처음부터 초등학생들에게 무리였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학교는 집 근처에 있는 학교 일수밖에 없다. 모교를 지키겠다는 동창회 및 지역민들의 열망에 대해 건전한 이성과 냉철한 교육적 판단 없이 학생 수 불리기에만 급급했던 단견에 따른 폐해가 이 봄 3월에 드러나고 있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학교는 인구 60만의 시 지역 외곽에 위치한 6학급짜리 작은 학교로서 나름 강점이 많은 학교이다. 주변의 풍광이 아름답고 시골의 학교들의 태반이 그러하듯 유구한 역사와 전통이 있는 학교로 지역에서 오직 유일한 공공기관이자 지역민들의 문화, 교육의 센터로서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올해 부임에서 한 달여 생활을 해보니 그간 학교변화의 이력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 평화롭고 강점이 많던 학교에 전국일제고사인 학생학력고사와 학교평가. 교원평가 바람이 불어닥치면서 조용하고 평화로우며 교육의 본질 추구로 지역민의 자랑이자 쉼터이고 문화공간이었던 학교가 어지러워졌던 것 같다. 전국일제고사 결과 이 학교의 성적이 전국에서 하위권에 위치해있었던 모양이다.

평균성적 이하인 학교에는 교과부에서 학력향상창의경영학교라는 이름으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학력향상에 매진할 수 있도록 했었다. 한 3년에 걸쳐 이 작은 학교에 1억원에 상당하는 예산이 투입되었다. 그러면서 모든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등 교육적 프로그램이 수익자 부담이 아닌 공부담으로 처리되었다. 이런 여러 가지 영향으로 시내권에서도 아이들이 전학을 오게 되었다.

세상사 모든 일, 무리하면 탈이 나게 된다고 본다. 학력 하나로 전국의 모든 초,중,고 학생을 균질화 시키고자 하는 교육정책 그만두어야 한다. 미래, 다양성의 시대라 한다. 전국일제고사라는 똑 같은 학력이라는 잣대로 우리 아이들을 육성해내는 것, 다음 세대들에게 기성세대가 큰 죄를 짓고 있는 것이다. 다양성, 독창성, 개별성 등의 개념이 시대의 트렌드가 되고 문화와 풍토가 될 미래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교과부가 정한 교육과정에 의해 재어지는 동일한 학력의 잣대, 과연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필요한 소양과 자질을 길러줄 수 있을까? 택도 없는 이야기라고 본다. 물론 지지난 정권에서 “한 가지만 잘하면 대학 갈 수 있다”는 어떤 분의 논리도 한심하였지만…

작은 학교는 작은 학교만의 강점이 분명 있다. 산과들이 키워낸 시골 아이들, 풍부한 정서, 자연을 공감하는 능력 등 도시아이들과는 다른 미래를 살아갈 그들만의 강점이 분명히 있다. 이들에게 강남 대치동에 사는 아이들과 경쟁을 하도록 하는 것 분명 잘못된 정책일 수 밖에 없다. 구름 모양을 보고 내일의 일기를 읽을 줄 아는 아이들, 동물의 울음 소리, 몸짓 하나를 보고 내일의 강수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삶의 지혜를 가진 아이들에게 전국일제고사 성적 과연 의미가 있을까?

권광식 충청남도서산교육지원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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