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마음가짐 (23)

2012.04.29 20:05:00

식물의 성장은 속도가 매우 빠르다. 벚나무가 연한 잎을 낸 지가 엊그제인데 지금은 제법 짙은 푸른 잎을 자랑하고 있다. 학생들의 배움의 성장, 변화의 속도가 이와 같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많이 듣던 말 중의 하나가 ‘비우라’는 것이다. 비움의 반대가 채움이다. 우리는 평생 비우면서만 살아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비울 것은 비우고 채울 것은 채워야 한다. 무엇을 채워야 하는가? 지식이다. 배움은 채워야 한다.

도덕경에 노자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배움의 목표는 날마다 새로운 것을 채우는 것이다. 도(道)의 목표는 날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버리는 것이다.”라고 하셨다. 이는 둘을 함께 시행하는 것이 좋음을 가르치고 있다. 무조건 비우기만 해서는 안 된다. 채워야 한다. 새로운 것을 채워야 한다. 바른 것을 채워야 한다. 배움의 목표는 채우는 것이다. 우리는 평생 배워야 하기 때문에 평생 채워야 하는 것이다.

특히 배우는 학생들은 평생 채워야 한다. 지식을 채워나가야 한다. 우리 선생님들도 평생 채워야 한다. 채움이 없으면 나눠줄 수 없다. 아는 것이 없는데 어떻게 나눠줄 수 있겠는가? 잘 가르치려면 많이 배워야 한다. 늘 배움에 힘써야 하고 전문지식을 채워나가는 것은 욕심이 아니다.

선생님은 가르치면서 배운다. 가르치면서 늘 새로운 것을 깨닫는다. 가르치면서 깊이가 더해진다. 가르치면서 새로운 것을 채워나간다. 교학상장(敎學相長)이 말해 주듯이 선생님도 학생들도 가르치고 배우면서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것이 바로 채움이다. 그러므로 배움으로 인해 채워나가는 것은 욕심도 아니고 과욕도 아니고 탐욕도 아니다.

“도(道)의 목표는 날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버리는 것이다.” 여기서 도(道)란 인성이다. 성품이 좋으려면, 품격이 높으려면, 인격이 성숙하려면 버려야 한다. 무엇을 버려야 하나? 버려야 할 것이 많다. 우선 나쁜 습관이다. 게으름도 버려야 한다. 나쁜 생각도 버려야 한다. 나쁜 말도 버려야 한다. 굽은 말도 버려야 한다. 남을 해치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건강을 해치는 좋지 못한 습관들은 다 버려야 한다. 이런 것 온전히 버릴 때 온전한 사람이 된다. 품격이 높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인품이 좋은 사람이 된다.

또 버려야 할 것은 나쁜 행동이다. 학생들을 함부로 대하는 것, 학생들의 인격을 무시하는 것, 학생들에게 욕을 하는 것, 학생들에게 듣기 싫은 말을 하는 것, 잘난 체 하는 것, 자랑하는 것, 욕심을 부리는 것, 고집을 부리는 것, 자기의 주장을 내세우는 것 등 바르지 못한 행동들을 다 버려야 한다. 학생들도 그렇고 선생님도 그렇다. 이런 것 버리는 것이 바른 인성을 가진 선생님이고 바른 학생들이다.

배우는 것은 올라가는 것이라 생각된다. 올라가는 것은 땀이 많이 요구된다. 배움에는 땀이 필요하고 노력이 필요하고 인내가 필요하다. 아무리 배워도 끝이 없다. 그래도 배워야 한다. 평생 배움, 평생 교육이 우리 선생님들이 해야 할 일인 것 같다.

인성교육은 내려가는 것이라 생각된다. 하나하나 내려놓아야 한다. 마음도 비우도, 욕심도 비우고, 과욕도 비우고, 나쁜 생각도 비워야 한다. 나쁜 습관도 비우고 나쁜 행동도 지워야 한다. 이런 교육도 끝이 없다. 평생 교직에 몸담고 있으면서 해야 할 일이라 생각된다.

지덕체(智德體)는 우리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가져야 할 요소라 생각된다. 선생님들은 늘 지식으로 가득 채워져야 하고 좋은 성품으로 갖춰져야 하며 건강한 체력을 유지해야 하며, 학생들도 실력을 쌓고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고 좋은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채울 것은 채우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하는 것이다.

“爲學日益(위학일익),爲道日損(위도일손)”이라 ‘배움은 날마다 채우는 것이요, 도를 닦는 것은 날마다 비우는 것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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