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어김없이 계절에 맞춰 옷을 갈아입는다. 맑은 향기가 풍겨오는 녹색 세상이 싱그럽다. 강렬한 햇살아래 펼쳐진 녹색세상이 어디론가 무작정 떠나라고 유혹한다.
"와아~"
자유와 여유를 누리는 게 여행이다. 아름다운 풍광과 자연생태계가 그대로 보존된 대청호로 떠나보자. 카메라를 둘러메고 중얼중얼 콧노래를 부르면서….
호수 위에 작은 섬들이 떠있고 낮은 산줄기들이 호수 속에 발을 담근 대청호. 댐 준공으로 환경이 많이 바뀌었지만 주변의 식생(植生)들은 늘 그 자리에서 푸른 호수, 쪽빛 하늘과 어우러지며 한 폭의 수채화를 만든다.
몸을 낮추면 야생화가 지천으로 널려있다. 관심을 두는 만큼 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자연 앞에서 겸손을 배운다. 대청호반은 계절마다 여러 종류의 꽃들이 아름다움을 뽐내는 야생화 정원이다. 꽃을 보면 저절로 즐겁고 흥이 난다. 넓은 물가에서 예쁜 꽃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게 행복이다.
스스로 생명을 유지하는 들풀과 들꽃, 들짐승들이 넓은 호수의 주인이다. 수면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숲속에서 들려오는 새소리, 수면위에 두둥실 떠있는 흰 구름, 호반에 꽃을 피운 야생화가 같이해 호수에 생명력이 느껴진다.
곱디고운 야생화와 은빛물결이 어우러지며 멋진 풍경을 만들면 뭐하나. 사람의 발길이 멈춘 호수를 상상해봐라. 얼마나 외로울 것인가. 호반이나 주변의 산길에서 두런두런 사람의 말소리가 들려와야 살아있는 호수다.
청주삼백리와 대전둘레산길잇기를 비롯한 여러 모임에서 대청호 주변의 역사와 문화,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답사하며 발길을 이어가고 있다. 호반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희망을 발견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대청호를 사랑해야 한다.
청주삼백리 회원인 권금주 숲해설사는 '대청호는 봄맞이, 길마가지, 산괴불주머니, 쇠별꽃, 애기똥풀, 속속이풀, 족제비싸리, 캐모마일, 패랭이, 으아리, 털중나리, 메꽃, 갈퀴나물, 개망초 등이 차례로 꽃을 피우는 야생화의 보고'라고 말한다. 아울러 '자연은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며 일반인들이 꽃이나 나무의 이름을 알아내는데 시간을 많이 허비하지 말란다.
온갖 색깔의 야생화들이 호반을 뒤덮은 모습이 장관이다. 이름 모를 야생화의 군락지가 발길을 붙든다. 그런데 다 같은 야생화가 아니다. 수몰민은 고향 주변에서 발견한 야생화를 바라보며 옛날 그곳을 터전으로 살던 시절을 회상한다. 뿔뿔이 흩어져야했던 친척과 친구들을 떠올린다. 작고 여린 야생화 한 송이가 삶을 위로받고 삶의 의미를 되찾게 하는 활력소다.
"와〜 애기똥풀이 예쁘네."
"개망초가 꽃밭을 이뤘네."
"와아〜 호반에 메꽃이 지천이네."
대청호반의 길가, 밭둑, 돌담, 풀숲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이 애기똥풀이다. 자연은 금방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해줘 좋다. 줄기에 상처를 내 애기의 똥과 비슷한 노란색 즙을 확인한다. 답사를 하다보면 개망초의 흰색과 연분홍색 작은 꽃이 무리를 이뤄 바람에 흔들리고, 메꽃이 호반 가득 흐드러지게 꽃을 피운 곳도 많다.
빛바랜 사진처럼 옛 모습을 펼쳐놓아 충청도의 동막골로 불리는 청원군 문의면 소전리 벌랏마을, 농촌문화체험마을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대전 동구 직동 찬샘마을, 반도처럼 호수방향으로 길게 몸을 내민 동구 신하동 절골, 길이 험한 오지마을로 물이 빠지면 호반에 넓은 초원이 펼쳐지는 옥천군 군북면 막지리, 부소담악의 아침풍경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군북면 추소리에 가면 주변의 볼거리와 함께 예쁜 꽃들을 손쉽게 만난다.
대청호가 들어선 후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청남대와 대청호자연생태관도 늘 꽃에 둘러싸여 있다. 대통령들이 별장으로 사용했던 청남대는 해마다 야생화축제를 여는 야생화 천국이다. 아늑하고 호젓한 호반에서 대통령의 하루를 경험하며 야생화를 만끽한다.
대청호자연생태관은 영상관ㆍ향토관ㆍ생태관ㆍ환경관 등의 전시실, 부들ㆍ부레옥잠ㆍ수련 등 수생식물로 조성한 생태연못, 주변에 서식하는 식목류와 초화류ㆍ맥문동과 원추리 등 40여종이 식재되어 있는 야생화단지가 있어 초록세상을 꿈꾼다.
자연이 위대한 스승이다. 자연이 최고의 쉼터다. 대청호는 너른 휴식공간이자 학습장이다. 야생화가 예쁘게 꽃을 피워놓고 기다린다. 그곳에 어울림과 아름다움, 공부거리와 얘깃거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