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추억을 갖게 하는 교육

2012.06.19 14:09:00

최근 우리 교육이 지나친 경쟁 체제로 고착되면서 위기에 빠졌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성품 좋은 인간을 기르는 일보다는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래 사회에 부응하는 교육과정을 준비한다고 부산을 떨지만, 대학의 입시제도가 달라지면 학교 교육시스템이 확 바뀌고 마는 세상이다.

물론 교육도 시대에 따라 그 내용과 방법이 달라져야 하지만, 언제나 변하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람직한 인간상을 구현하는 일이다. 즉, 지식과 기능 함양을 통하여 일상의 편리함을 도모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바른 품성을 갖춘,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적 파트너십을 고양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교육은 경쟁에서 이기는 교육만을 강조한 결과, 바르게 살아갈 지혜를 나누는데 너무 소홀하고 말았다.

유치원에 때부터 아이들은 학원을 서너 개씩 다니면서 남보다 더 많이 배우고, 남보다 앞서려고 하는 일에 정신이 없다. 친구들과 함께 재미있고 즐거워야 할 학교가 마치 생존 게임을 벌이고 있는 듯 치열하기만 하다. 이런 치열한 경쟁은 아이들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주고 있으며,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된 아이들은 걸핏하면 서로 대립하고 갈등하면서 폭력과 일탈에 빠지기도 한다.

이와 같은 교육의 위기를 가져온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정의 교육적 역할이 현저하게 위축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인 이민 소수자로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고 세계은행 총재가 된 김용의 특별한 자녀교육이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김용 총재가 아프리카의 빈곤 국가들에서 결핵과 에이즈 퇴치 구호사업을 활발하게 펼치면서 늘 그의 아들 토마스를 대동하였다고 한다.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돕는 아버지를 보면서 토마스가 무엇을 배웠을까. 토마스의 생각을 온전히 전할 수는 없지만, 그 속에 담긴 교육적 함의는 대단히 클 것으로 생각한다.

홍콩의 재벌, 리자청은 그의 아들들이 열 살이 되면, 회사의 임원회의에 참석하게 했다고 한다. 그 어린 아들들이 그 회의장에서 무엇을 깨닫고 느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마도 그 아들들은 임원회의를 들여다보면서 자신의 위치와 역할에 대한 탐구와 성찰을 하였을 것이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특별한 체험 기회를 갖게 함으로써 그들이 살아가면서 힘이 되는 특별한 에너지를 주기 위한 부모의 배려이리라. 이를 뒷받침하는 이야기는 에미 워너 박사의 하와이 카우아이 섬 종단연구에도 잘 나타나고 있다. 하와이 카우아이 섬은 주민 대다수가 범죄자나 알코올 중독자 혹은 정신질환자로 교육적으로 매우 열악한 곳이었다. 그 섬에서 특별히 환경이 더 열악한 201명에 대하여 오랜 시간에 걸쳐 관찰한 결과 그 가운데 72명은 그들이 처한 출생과 환경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훌륭하게 성장하였다는 것이다. 그 비결은 매우 단순했다. 72명, 그들에게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열악한 환경임에도 자신을 믿어주고 응원해 준 가족이 반드시 한 사람 이상 있었다는 점이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 어렸을 때 경험한 “좋은 추억”과 가족이 보여준 “열렬한 지지”는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역경과 고난을 굳건히 이겨낼 수 있는 에너지가 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부모와 함께 만든 좋은 추억은 아이들에게 늘 사랑의 위대함을 일깨워 주는 것은 물론이고, 어떤 상황에서든 용기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게 된다. 김용 총재의 아들 토마스도 그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아름다운 마음으로 세상을 열어갈 것이다. 리자청의 아들들은 거대한 기업을 경영하는 놀라운 지혜를 얻게 되어 수성(守成)의 기반을 다질 것으로 기대된다. 칭찬을 받으면서 자란 사람은 남을 칭찬하는 데 인색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했던 아련한 추억만으로도 평생 동안 외로워하지 않고 의연하게 세상과 맞설 용기와 에너지를 얻게 된다.

지금 부모들이 학원을 몇 개씩 정해놓고 시간에 맞춰 아이들을 데려다 주는 모습만으로는 결코 아이들의 감동을 자아낼 수 없다. 인간과 이웃에 대한 아름다운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소중한 체험을 공유하는 것이 훨씬 더 교육적이다. 평생 동안 아이들의 가슴 속에 남아 있을 소중한 체험을 위하여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송일섭 (수필가, 칼럼니스트)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