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마음가짐 (52)

2012.06.27 15:17:00

커텐을 열었다. 새소리는 여전하다. 집에 있어도 새소리, 학교에 있어도 새소리, 새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행복하다. ‘덕불고라 필유린(德不孤必有隣)’이라. 덕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다. 나무에게는 벗이 있다. 그게 바로 새다. 새가 언제나 벗이 되어 곁에 있으니 외롭지 않다. 기쁘다. 즐겁다. 시끄러운 차소리보다 자연을 노래하는 새소리가 훨씬 정겹다. 아침에 새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유쾌하다.

선생님은 나무와 같다. 나무는 덕이 있다. 언제나 마음이 넓다. 마음이 올바르다. 언제나 유익만 준다. 그러니 새들이 떠나지 않는다. 새들이 찾아온다. 이와 같이 우리 선생님들도 마음이 올바르다. 마음이 넓다. 포용력이 탁월하다. 온후한 인격을 가지고 있다. 학생들을 바르게 인도한다. 학생들을 경복(敬服)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새들이 나무를 그리워하며 떠나지 않듯이 학생들은 언제나 선생님 곁은 떠나지 않는다. 존경하며 말씀에 순종한다. 선생님의 말씀에 탄복한다. 선생님이 황금이 많아서가 아니다. 물질로 혜택을 주어서도 아니다. 오직 덕(德)이 있기에 덕(德)이 있는 선생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기 위해 모여든다.

명심보감 성심편에 “황금 천 냥은 귀할 것이 없고, 덕을 지닌 사람의 한 마디가 말이 천금보다 낫다”고 하였다. 사람들은 누구나 황금을 좋아한다. 황금이 있는 사람에게는 어디 살아도 모여든다. 깊은 산중에 살아도 조금 관계가 된다 싶으면 찾아간다. 가난하면 시끄러운 시장에 살아도 서로 아는 사람이 없다. 이렇게 사람들은 황금 위주로 살아가지만 우리 선생님들은 황금보다 덕(德)을 더 소중히 여긴다. 그러기에 학생들은 황금보다 덕(德)이 더 소중하고 귀함을 알게 된다.

선생님은 새와 같다. 새는 부지런하다. 성실하다. 해보다 먼저 일어난다. 자기의 본분을 다한다. 오직 노래한다. 함께 어울려 합창한다. 하모니를 만든다. 사람들의 마음을 유쾌하게 만든다. 은혜나 나무에게 배워 덕(德)을 지니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덕택이 되게 한다. 고마움을 알게 한다.

우리 선생님들도 새와 같이 부지런하다. 성실하다. 해보다 먼저 일어난다. 자기의 사명을 다한다. 오직 즐거워한다. 함께 어울려 즐긴다. 늘 평안한 생활을 유지한다.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함께 하는 교직원들에게 유익을 준다. 도와준다. 어려움을 함께 나눈다. 위로한다. 격려한다. 늘 학생들에게 노래하듯이 ‘사람다운 사람 되라’고 타이른다. 새들과 같이 매일 같이 교육한다. 학생들은 그래서 선생님들에게 귀 기울인다. 즐거움을 느낀다. 평안함을 느낀다.

그러니 선생님들도 학생들도 새들과 같이 황금보다 편안하고 즐거운 것이 가치가 많음을 깨닫게 된다. 사람의 의리가 황금 때문에 끊어지지 않도록 지도하는 선생님의 말씀에 수긍을 한다. 집에서 손님을 맞이할 줄 모르면, 밖에 나가서야 바야흐로 자기를 반기는 사람이 적다고 가르치시는 선생님의 말씀이 귀에 쏙 들어온다. 그게 노래로 들린다. 그게 시로 들린다. 그게 아름다움으로 들린다. 새들이 들려주는 것처럼 유쾌하게 들린다.

학생들은 선생님들에게서 성실함을 배운다. 부지런함을 배운다. 열정을 배운다. 즐거움을 배운다. 기쁨을 배운다. 노래를 배운다. 시를 배운다. 그림을 배운다. 문학을 배운다. 말을 배운다. 행동을 배운다. 마음을 배운다. 선생님의 말씀을 잔소리로 듣지 않는다. 좋은 사람이 된다. 새 사람이 된다. 훌륭한 사람이 된다. 인품이 좋은 사람이 된다.

선생님은 재주 있는 사람이 아니다. 새처럼 서툴러 보이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사람이다. “재주 있는 사람은 서투른 사람의 종이다”는 말은 예사로이 들리지 않는다. 재주 있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서툴러 보이고 능숙해 보이지 않아도 진실이 담겨 있고 정성이 담겨 있고 열정이 담겨 있고 성실이 담겨 있어 학생들은 더 좋아한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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