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마음가짐 (58)

2012.07.10 09:27:00

커텐을 열었다. 밤이 되면 보이는 것은 교실의 불빛뿐이다. 불빛으로 인해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만 희미하게 보일 뿐이다. 배우는 이도 책과 씨름하고 가르치는 이도 희미해져가는 눈으로 책과 씨름한다. 사서삼경의 하나인 맹자의 양혜왕장구하 제5장의 하반부와 제6장을 읽었다. 여기서도 얻는 바가 있다.

제5장의 하반부에선 제선왕과 같은 고집은 버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가 한번 생각한 것은 아무리 훌륭한 선생님이 가르쳐도, 같은 동료가 설득을 해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맹자께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정치는 왕도정치를 하는 것이 백성을 위한 것임을 알고 가르치고 설득하는데 제선왕은 어떻게 해서든지 자기 변명을 들어 왕도정치를 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변명을 하면서 자기 합리화하는 것은 좋은 모습이 아니다. 바른 길이고, 옳은 길이며, 해야 일이면 자기의 생각을 바꾸어야 하는데 자기 고집 때문에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변명만 늘어놓는다. 한번쯤 생각해 보면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옆에서 봐도 답답할 정도다. 양보가 아예 없다. 오직 자기 생각대로만 하려고 한다. 넓은 마음과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맹자께서 문왕의 정치를 예로 들면서 왕도정치를 하도록 권유했지만 제선왕은 또 변명을 한다. “과인은 병통이 있으니 과인은 재물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왕도정치를 할 수 없다고 한 것이다. “과인은 병통이 있으니 과인은 색(色)을 좋아합니다. 변명거리가 왜 그렇게도 많은지, 그래도 낙심하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교육을 시키는 맹자가 돋보인다.

맹자의 인내심은 꼭 배울만하다. 학생들도 우리 선생님들이 지도하다 보면 자신의 잘못을 고치려 하기보다 자기 행동을 합리화하며 모면하려고만 하는 이를 볼 수 있다. 그 때 필요한 것이 인내심이다.

맹자의 폭넓은 전문지식과 합리적인 설명방법도 배울 만하다. 재물을 가지고 변명하려 할 때는 공유(주왕조의 시조로 일컬어지는 후직의 증손)와 시경의 내용을 예로 들어 풀어나갔다. “왕께서 만일 재물을 좋아하시거든 백성과 함께 하신다면 왕도정치를 하는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색(色)을 가지고 변명하려고 할 때는 태왕을 예로 들고, 시경에 나오는 고공단보를 예로 들어 색(色)을 좋아하여도 왕도정치를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색을 좋아한 고공단보는 백성이 모두 색을 좋아할 수 있도록 하였기 때문에 당시에는 남편이 없는 아내가 없었고, 아내가 없는 남편이 없었다. 그러니 “왕께서 만약 색을 좋아하시거든 백성과 함께 하신다면 왕도정치를 하는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제6장에서는 자기의 위치에서 자기의 역할을 잘 하도록 가르치고 있다. 왕은 왕의 위치에서 자기의 역할을 잘 감당해야 하고, 신하들은 신하의 위치에서 자기의 역할을 잘 감당해야 하고, 재판관은 재판과의 위치에서 자기의 역할을 잘 감당해야 하며 친구들은 친구의 위치에서 자기의 역할을 잘 감당해야 함을 가르치고 있다.

교장은 교장의 위치에서 자기의 역할, 교감은 교감의 위치에서 자기의 역할, 부장선생님은 부장선생님의 위치에서 자기의 역할, 선생님들은 자기의 위치에서 자기의 역할을 잘해야 교육의 발전을 기대할 수가 있다.

맹자의 가르침은 단호했다. 자기의 위치에서 자기의 역할을 잘못하면 친구와는 절교하고, 재판관은 파면하고, 왕은 물러나야 함을 단호하게 가르쳤다. 맹자는 친구가 친구의 부탁을 잘 감당하지 못했을 때는 “버릴 것입니다”라고 가르쳤고, 사사(소송을 다스리는 재판관)이 재판을 잘못했을 때는 “그만두게 할 것입니다”라고 가르쳤다.

맹자께서는 제선왕에게 “사방의 국경 안이 다스려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왕은 좌우를 돌아보며 다른 것을 말했다”고 하였다. ‘그만 두어야지요.’라는 말을 맹자께서는 듣고 싶었지만 제선왕은 다른 말로 피해 갔다. 자기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말해주고 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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