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하다’와 ‘못 하다’

2012.08.02 10:49:00

‘못하다’는 하나의 단어로 쓰기도 하지만, ‘못 하다’라고 구로 쓰기도 한다. 어떨 때 이렇게 써야 할까.

○ 런던 올림픽 경기를 시청 하느냐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 나는 국문과 교수가 되기를 원했으나 꿈을 이루지 못하였다.
○ 어릴 때부터 가수의 꿈을 키웠지만 부모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예문에서 보듯, ‘못하다’는 어떤 일을 일정한 수준에 못 미치게 하거나, 그 일을 할 능력이 없다는 뜻으로 쓴다. 화자나 문장 속의 의미상 주체가 어떤 일을 성취하지 못하거나 능력이 없는 상황을 표현한다. ‘노래를 못하다. 술을 못하다.’ 등의 타동사도 마찬가지다. 음치이기 때문에 노래를 못하거나, 체질이 맞지 않아 술을 못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하다’라는 동사에 ‘못’이라는 부사를 써서 ‘못 하다’라는 문장 구성을 할 때가 있다.

○ 밤새워 올림픽 중계를 보느냐 숙제를 못 했다.
○ 연습을 많이 못 했다.
○ 물놀이를 못 했다.

‘못’이라는 부사는 주로 동사 앞에 쓰여, 동사가 나타내는 동작을 할 수 없다거나 상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부정의 뜻을 나타낸다. 이는 ‘~하지 못하다’로 대체 가능하다. 실력과 상관없이 행위를 제대로 못 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발화 상황은 화자가 충분히 능력은 있지만, 외부적 상황으로 인해 목적했던 행위를 하지 못 한 것이다.

다시 정리를 하면, ‘나는 운동을 못해.’라고 일반적인 능력이나 수준을 드러낼 때 ‘못하다’를 쓴다. 이때 반대말은 ‘잘하다’이다. 반면 특정한 경우에 할 수 있고 없음을 드러낼 때는 ‘나는 운동을 못 해.’라고, ‘하다’ 앞에 부정부사 ‘못’을 써 화자의 심리 상태를 나타낸다. 이때는 ‘못’과 ‘하다’를 띄어 쓴다. 이 상황의 반대말은 ‘하다’이다.

이 밖에 ‘못하다’는
○ 음식 맛이 예전보다 못하다(형용사로 비교 대상에 미치지 아니하다.).
○ 아무리 못해도 스무 명은 족히 넘을 것이다(아무리 적게 잡아도.).
○ 눈물 때문에 말을 잇지 못하다(앞말이 뜻하는 행동에 대하여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그것을 이룰 능력이 없음을 나타내는 말.).○ 편안하지 못하다(앞말이 뜻하는 상태에 미치지 아니함을 나타내는 말.).
○ 기다리다 못하여 돌아갔다(앞말이 뜻하는 행동이나 상태가 극에 달해 그것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음을 나타내는 말.).
참고로 ‘잘못하다’와 ‘잘 못하다’를 쓰는데, 이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 보관을 잘못해서 생선이 상했다.
○ 술을 마시긴 해도 잘 못하는 편이에요.

먼저는 ‘잘못하다’는 ‘틀리거나 그릇되게 하다.’라는 뜻이다. ‘셈을 잘못하여 손해를 보다./수술을 잘못하다./그 상인은 계산을 잘못하여 손해를 보았다.’ 등으로 쓴다. 그리고 ‘적당하지 아니하게 하다.’라고도 쓰는데, ‘내가 말을 잘못하여 싸움이 났다./보관을 잘못해서 생선이 상했다.’라고 사용한다.

그러나 ‘술을 마시긴 해도 잘 못하는 편이에요.’는 띄어 쓴 의도는 알겠지만, 이렇게 쓰는 어법은 이상하다. 여기서 ‘잘’이 의미적으로 ‘못하다’를 꾸미는 것이 부자연스럽다. 그리고 ‘못하다’만으로 충분히 부정의 뜻을 나타낼 수 있는데, 굳이 ‘잘’을 덧붙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잘 못하다’는 올바른 표현으로 보기 어렵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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