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

2012.10.01 14:43:00

일전에 어머님을 뵙고 왔습니다. 저희 어머님은 오래 기간 와병 중이신 분입니다. 뇌졸증 1급 장애로 자신의 육신이면서 자신의 의지로 다스리지 못하시는 분입니다. 육신이 자유롭던 시절 작지만 단단하신 분이셨는데…. 중픙이 덮치신 후 자신에게 닥친 불행에 대해 받아들이시지 못하셔서 많이 힘들어하셨습니다. 와병 후 6년여 세월이 흐른 지금 체념하시고 계시는 어머님을 뵙는 것이 참 힘이 듭니다.

어머님을 뵙고 답답한 마음에 어둠이 내린 동네 앞 산을 올랐습니다. 산 뒤편으로는 태풍 탓에 가로등이 들어 오지 않고 있었습니다. 지척을 분간 할 수 없는 어둠 속에서 반딧불이 한 마리가 날고 있었습니다. 경이였고 신비였습니다. 오래 전 국민학교 다닐 때 동네 앞 여울에서 초여름 경에 무리를 지어 날던 그 반딧불이가 분명했습니다.

지금 반딧불이가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반딧불이가 있는지 정말 놀라울뿐이었습니다. 가지고 갔던 손전등을 끄고 외롭게 혼자 날고 있는 반딧불이의 비행궤적을 한참 지켜보았습니다. 세상의 온사위가 침잠하고 있는 적막한 어둠 속에서 반딧불이의 비행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때 아닌 9월 하순의 반딧불이의 비행 독자분들도 한 번 보셨더라면 참 좋았을텐데 한 번 보셨더라면 참 좋았을텐데 저 혼자 간직하기에는 너무 운치 넘치는 모습이었기에 글로 적어 같이하고 싶습니다.그러나 글이 짧아 그 외로운 반딧불이의 단독 비행의 모습, 어둠이 내린 동네 앞 산의 정경을 다 담지 못하네요.

하여튼 한 40년도 더 전에 가지고 놀았던 반딧불이 분명했고요. 군무가 아닌 독무였다는 것, 그리고 날 때가 아닌 때 독무를 했다는 것. 참 미스테리는 미스테리였습니다. 그 날 그 밤에 그 장소에 그런 모든 미스테리가 있었지만 반딧불이의 독무를 지켜보면서 "야", "아"하는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머리 아파할 쉰 줄에 앉은 아들을 위해 어머님이 마련해주신 것이려니 하면서 말입니다.
권광식 충청남도서산교육지원청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강주호 | 편집인 : 김동석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