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달문 시장에서 가죽장갑을 사다

2012.11.24 10:29:00

우리가 필요한 물건을 살 때 어디로 갈까? 동네 슈퍼, 백화점, 할인매장? 인터넷이 능통한 사람들은 컴퓨터를 켜 물건을 고를 것이다. 필자의 경우, 집 가까이 있는 대형매장을 주로 이용한다. 그럼 재래시장 언제 이용할까? 시장 분위기를 느끼려 할 때 일부러 찾는다.

재래시장? 좀 구닥다리 느낌이다. 지금은 용어가 전통시장으로 바뀌었다. 2010년 7월 1일,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의해 용어가 바뀌었다. 재래시장이라는 진부한 느낌을 없애기 위해서란다. 수원에는 10여개의 전통시장이 있다.

지난 일요일 아내와 함께 전통시장 나들이를 하였다. 장소는 정조대왕이 만들었다는 팔달문시장. 57년 되었다는 만물사에서 시계전지를 3천원에 교환하고 내복가게에선 7천원에 여성팬티 내의를, 일상용품 가게에서 무릎토시 3천원, 가죽장갑을 1만 6천원에 샀다.




가죽장갑의 경우, 백화점에서 사면 최소 2만원 이상이다. 5만원, 7만원짜리도 있다. 시장 주인이 부르는 가격은 중국산 가죽장갑은 1만 5천원, 국산은 1만 7천원이다. 한국산을 깎아달라고 하니 천원을 빼준다. 이게 전통시장의 맛이다. 인정이다. 에누리가 있다.

팔달문 시장, 과거 머릿속에 있는 불편한 재래시장이 아니다. 아케이드가 설치되어 비와 눈을 막을 수 있는 통행로를 통과한다. 아내는 물건을 구입하려는 인파를 보고 깜짝 놀란다. 시장이 바뀌어 살아나고 있다고 말한다. 옛 시민백화점 자리로 들어가니 의류시장으로 변했다. 상품이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다.




우린 재래시장에 대한 추억도 있지만 안 좋은 이미지도 있다. 시장이 비위생적이고 서비스 질이 낮고 물건도 좋지 않고. 이번 팔달문 시장을 둘러보니 과거 나쁜 이미지는 자취를 감추고 없다. 시설도 현대화되어 좋은 이미지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상인들도 친절하다.

팔달문 시장은 상인회가 중심이 되어 전통시장 활성화에 노력한 결과 상권이 살아나고 있다. 스토리텔링으로 '왕이 만든 시장'이 널리 알려지고 있다. 율전중 1, 2학년 2개반 학생들은 팔달문 시장 팸투어에 참가하여 전통시장의 새로운 모습을 배우고 익혔다.

화성행궁에서 수원천을 따라 남수문쪽으로 내려가면서 정조가 수원에 심으려는 개혁의 꿈을 보면서 과제를 해결하였다. 수원 상인이 유상(柳商)이라는 것. 정조가 수원에서 상업을 일으키려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배웠다. 유상 박물관에서는 이 곳 상인들의 활동상도 볼 수 있었다. 4통8달의 새로운 해석도 배웠다.

술을 권하는 임금 형상의 동상도 만났다. ‘취하지 않으면 들어오지 못한다’는 뜻의 ‘불취불귀’ 동상인데 술잔을 기울이며 백성 모두가 평화롭게 사는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정조의 의지를 표현한 동상이라는 것도 배웠다. 이게 다 우리 고장 알기 교육의 힘이다.

전통시장 활성화, 국민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필자의 경우, 부부교원이라 소비계층은 중상류에 속한다. 유명메이커 제품을 선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명품에 빠지지 않았다. 한 달 전 이 곳에서 스웨터도 샀다. 이름 있는 상표가 겉에 달린 것은 아니지만 입을 만하다.

우리의 의식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명품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의 전통시장, 좋은 물건 싸게 팔고 있다. 얼마 전 다녀온 못골 시장은 인파가 얼마나 많은지 물결따라 걸어야 한다. 전통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자세가 중요하다. 가죽 장갑을 껴보니 올 겨울은 따뜻이 지낼 것 같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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