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혁신으로 수업혁신 마무리 짓자

2012.12.18 09:36:00

‘행복 수업’ 이름도 멋지다. 우리는 교사에게 수업은 생명이라고 수 없이 들어왔다. 수업을 제대로 하는 교사는 생명력이 살아있지만 그렇지 못한 교사는 활력을 잃게 되어 교직생활에 염증을 느끼게 된다. 그 만치 교사에게 있어서 수업은 중요하고 교사의 보람은 수업 성공에서 찾아야 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 교직원과 운영위원들이 자발적으로 혁신학교를 신청하더니 예비지정 6개월만에 본지정을 받았다. 혁신학교 심사위원 말씀을 비공식적으로 들으니 “예비지정 학교가 마치 혁신학교 2∼3년차처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칭찬의 말씀이 고맙다. 이런 성과를 가져오게 한 교직원들 또한 고맙다.

필자가 KBS 생방송 심야토론(2012.5.19)에서 혁신교육을 홍보한 효과가 있는지 울산에서, 강원도에서, 인천교육정책자문단이 우리 학교를 방문한다. 혁신교육에 있어 전국적으로 앞서가는 학교가 되었다. 우리 학교 혁신사례가 경기도뿐 아니라 전국에 전파되었으면 한다.


교장으로서 우리 학교가 앞서가는 혁신교육을 하게 된 이유를 생각해 본다. ⓵혁신학교를 운영하려는 전교직원의 의지와 집념 ⓶교직원의 자발성과 자율성, 특히 혁신 리더그룹의 선도적 역할 ⓷평가혁신을 통한 학생 중심의 교실 수업 전개-국어과 논술형 100%, 영어과 서술형 100% 실시 ⓸유쾌한 혁신, 즐거운 혁신으로 행복한 학교 만들기에 전교직원 혼연일체

지난 10월, 수원시 초·중 교장연수에서 분임토의가 있었다. 동료 교장이 우리 학교 ‘2013 창의지성평가 계획’을 보더니 깜짝 놀란다. 표정을 살펴보니 ⓵아니 벌써?(내년도 계획이 빨리 나왔음) ⓶지필고사가 학기별 1회라니?(고정 틀 탈피) ⓷수행평가 비중이 60% 이상이라니?(획기적인 수행비율) ⓸국어 논술형 100%, 영어 서술형 100%, 도덕·기술가정·미술은 논술형+서술형?(타교과로 논술과 서술형 확대)으로 요약된다. 학부모 민원 발생에 대한 걱정과 우려도 제기한다.

우리 학교는 올해 국어와 영어를 이미 시행해 보아서 민원 발생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선생님들의 선견지명과 지혜로 미리 대처했기 때문이다. 암기위주, 지식 위주의 선다형 출제가 아니라 학생들이 참여협력식 수업에 충실히 임했으면 답안을 쓸 수 있게 출제했다. 이런 말도 들린다. “율전중 학생들은 우리 학원에 오지 마라!” 왜? 과거 학원에서 하던 기출문제 중심의 쪽집게식 과외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평가와 연계된 수업혁신은 사교육을 잡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우리 학생들은 논술식, 서술식 시험문제가 어떻게 출제되는지 미리 알고 있다. 수업시간에 토의·토론학습, 모둠학습, 발표학습, 협력학습 때 이루어진 것이 그대로 출제가 되고 사전에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다루어 보았다. 채점의 공정성에도 신뢰를 보낸다. 동교과 교사들이 공동채점하고 국어과의 경우, 첨삭지도가 이루어져 학생들이 자기 답안지를 확인한다. 학생들은 향상된 자기 점수를 확인하고 수용한다. 교사들에겐 고생스런 10여 일간의 채점에 대한 자부심이 살아있다. 이게 바로 교직의 전문성이고 자존심이다.

어느 교장은 시험 횟수가 줄어들면 낮은 지필고사 점수를 회복할 시간이 없다고 우려한다. 일견 맞는 말이다. 우리 학교의 경우, 지필고사 비중은 40% 정도, 수행평가 횟수가 4회 정도이고 비율이 높기 때문에 학생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점수 복구 기회가 충분하다. 1학기 1회 치루는 지필고사에 대한 보완장치를 해 놓은 것이다.

학생들이 학습의 주체로, 모둠이 협력하여 참여하는 수업, 학생이 수업의 주인공이 되는 교수-학습을 전개해야 한다. 교사 위주의 일방통행식 수업, 지식전달식 수업은 더 이상 안 된다. 이런 수업은 교사를 지치고 힘들게 만들 뿐 아니라 학생들을 수동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미래사회를 주도할 창의적인 인재 양성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 학생을 수업의 주체가 되게 하여 학생과 함께 가는 교사는 늘 청춘이 된다. 아울러 자신의 수업을 늘 새롭게 창조하며 수업시간을 재충전과 피드백 시간으로 활용해 전문성을 향상시킨다.

명예퇴직을 넘어 정년퇴직으로 가고 싶으면 수업을 학생참여형, 모둠협력수업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수업은 반드시 평가로 연계되어야 한다. 창의지성교육, 평가혁신으로 수업혁신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과거 교사 위주의 수업관행을 과감히 바꾸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학생들은 재미있는, 신나는 수업이 된다. 수업시간 졸거나 딴청 피울 시간이 없다. 수업의 주인공이 된 학습자는 한가할 틈이 없다. 그들의 눈동자는 맑게 반짝인다. 이것이 우리가 교단에서 살아남아 교육의 주체가 되는 길이다.

우리 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실천한 그 실증적인 통계자료가 나왔다. 3학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국어과 기초학력 미달 인원이 3% 대에서 0.9%로 되었다. 다른 교과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평가혁신과 수업혁신, 말하기와 쓰기 능력을 신장시킨다. 학력이 향상된다. 자, 결론은 나왔다. 교사들 스스로 수업과 평가방법을 개선하자. 실행이 답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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