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서비스로 경쟁해야

2013.02.12 10:46:00

설 명절에 아들 녀석이 명절 상여금으로 온누리 상품권을 받아 왔다. 이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원에서 발행한 상품권이다. 2009년 7월 처음 발행되었으니 햇수로 5년째에 접어든다. 이 상품권은 우리나라 전통시장 어디서나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기업들이 시장 활성화를 위해 일괄 구입 후 직원들에게 명절 상여금의 일부로 지급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상품권을 지급해 값싸고 좋은 상품으로 설 명절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기업은 지역경제 활성화시책에 적극 동참해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이중 효과가 있다. 특히 공기업을 중심으로 직원 포상 및 대외행사 때에 전통시장 매출과 직결되는 온누리 상품권을 지급함하고 있는데,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그런데 이 상품권 사용이 불편하다. 시장에서는 파, 오이, 가지 등을 구입할 때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한다. 상점에 따라 구입하기 때문에 소액이다. 액면가 만 원짜리 상품권을 내면 거스름돈을 받을 수가 없다. 따라서 필요 없이 팔천 원을 사용해야 한다. 무조건 80% 이상 소비해야 현금으로 거스름돈을 내준다는 규정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 규정이 이해가 안 된다. 천 원 권 상품권 발행으로 거스름돈을 내주는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

그리고 온누리 상품권은 현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일부 매장에서는 상품권이기 때문에 현금 영수증을 발행을 해줄 수 없다고 한다. 현금 영수증 때문에 시장 상인하고 말다툼을 할 수도 없어 기분만 상하고 돌아 나선다.

전통시장은 오래 전에 생겨 시설이 오래되고 낡았다. 개수, 보수 또는 정비가 필요하다. 구조적으로 유통 기능이 취약하여 경영 개선 및 상거래의 현대화 촉진이 필요하다. 한때 재래시장이라고 했는데, 재래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전통시장으로 변경된 것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전통시장을 살리려고 애를 쓰고 있다. 지역 시장 활성화는 곧 지역 경제 회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관공서는 관련부서 뿐만 아니라 단체장까지 관심을 갖고 노력하고 있다. 시설 현대화를 위해 시장 지붕 시설, 전용주차장 확보, 인테리어 현대화 등 직접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이는 기업형 슈퍼마켓(SSM) 입점 제한 등 소극적인 전통시장 보호 정책에서 나아가, 전통시장의 경쟁력과 자생력을 갖추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이 약자를 보호하고자 전통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상품권 사용 등을 어렵게 하거나, 현금영수증 발행 등을 거부한다면 전통시장이 활성화되기 어렵다.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질 좋은 상품을 싸게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서비스 정신이 필요하다.

상품권 사용이 오래되었고,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시장 상인들도 상품권을 사용하는 소비자를 대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시장 상인 연합회라는 것이 있다. 일종에 상인 이익 단체이다. 여기서는 상인들의 친목을 도모한다고 산악회 등을 조직하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서비스 교육을 해야 한다. 상품권에 대해 현금 영수증 발행을 의무화하는 서비스 교육이 필요하다. 현금 영수증 거부는 작은 것을 얻으려다 더 큰 것을 잃게 된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설, 대보름, 단오, 삼복, 추석, 동지 등 각 절기마다 고유의 세시풍속이 있다. 이 세시풍속은 전통시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매일 대형마트로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고 불만만 할 것이 아니라, 세시풍속과 연계한 행사 등도 기획해야 한다. 대형 마트에서는 할 수 없는 명절에는 그네타기, 널뛰기 등의 전통시장만의 이벤트도 좋다. 대보름 세시풍속에 맞춰 부럼용 호두, 잣, 땅콩 등과 오곡밥 재료 수수, 팥, 조 등을 할인 판매하는 행사도 해볼 만하다.

대형마트의 진출로 골목 상권이 위협받고 있다. 그래서 정부 차원에서 전통 시장을 살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온누리 상품권도 같은 맥락이다. 전통시장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제도다. 이제 전통시장은 이러한 호재를 이용해 다시 살아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언제까지나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다. 상품권 사용이 불편하거나 현금 영수증도 거부한다면 전통시장은 활성화되기 어렵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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