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합리적 행정을 제안한다

2013.03.11 10:16:00

새누리당과 정부가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세법·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6일 발의했다.  

보건복지부도 담뱃값 인상에 적극적이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담뱃값 인상 관련 질문을 받고 “(담배가) 외국에 비해 싸기도 하다.”며 “가격을 적정 수준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지난 1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담뱃값을 지금의 두 배인 5,000원으로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보고했었다.

담뱃값 인상의 목적은 국민 건강 증진에 있다. 담뱃값을 인상하면 흡연율이 대폭 줄어든다. 이에 따라 흡연 관련 질환도 줄어들어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도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다. 법안을 발의한 김 의원도 이점을 명시했다. 흡연으로 인한 각종 피해 금액이 연간 10조원에 달하고,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가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6배나 많다고 했다. 따라서 담뱃값을 2,000원 올리면 담배 소비량이 연간 12억8,000갑(29.3%) 줄어들고, 현재 성인 남성 흡연율(47.8%)도 30%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담뱃값 인상의 주된 목적은 흡연율을 떨어뜨리기 위한 것이다. 가격을 10% 올리면 흡연으로 인한 질병으로 죽었을 미국인을 매년 6,000명씩 살리는 효과가 난다는 조사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 고교생 흡연율이 현재 6~12%에 달하는데, 담뱃값을 2,000원 정도 올리면 주머니가 얇은 청소년의 흡연율을 떨어뜨리는 데도 효과가 크다고 전망한다.

반면 담뱃값 인상은 증세를 위한 꼼수라는 주장도 있다. 세제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는 담뱃값 인상은 국민건강증진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세수 확대 목적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그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김 의원이 발의 당시에도 개정안이 통과되면, 담배 관련 지방세 징수 금액은 연 4조 2,000억 원에서 5조 4,000억 원으로,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징수금액은 연 1조 5,000억 원에서 3조 5,0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복지예산 확충이 필요한 시점에 재원 마련을 위해 고민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담뱃값 인상은 국민 건강을 명분으로 한 세입 증대안이라는 시각이 많다.



양쪽의 주장이 팽팽하다. 흡연율을 낮춰 국민 건강을 지키려는 의도도 맞고, 세수 확보를 위한 의도도 있다. 그렇다면 두 가지 목적을 어떻게 실현하는가에 있다. 그 방안으로 ‘담뱃값 가격 조정위원회(가칭)’를 두는 것이다. 여기에는 의사, 세금 과련 공무원, 애연가 등 이해 당사자가 함께 의견을 모아 담뱃값을 결정하도록 한다. 그리고 흡연율로 국민 건강 실태를 조사하고, 세수 확보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담뱃값을 정하면 사회적 갈등도 줄일 수 있다. 흡연율이 일정 부분 떨어지지 않을 때 위원회에서 가격을 조절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국민 건강을 챙기는 것이 목적이라면 가격 정책과 함께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담뱃값 판매 수익금 중 일정액을 흡연자를 위한 금연 정책 및 건강 대책에 투자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정부는 세수 확보만이 아니라 국민 건강 증진이 목적이라는 의도도 의심을 받지 않을 수 있다.

조사에 의하면 저소득층일수록 학력이 낮을수록 담배를 많이 피운다고 한다. 미국인을 대상으로 1944~2004년 사이 흡연 실태를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1964년까지는 대졸자 흡연율이 고졸자보다 6%포인트 낮았지만, 1986년 이후에는 차이가 15%포인트로 더욱 벌어졌다. 우리나라도 대졸 이상(48.0%)은 초등학교 이하(66.8%)보다 20%포인트 가까이 흡연율이 낮다(2005년 기준). 2004년 12월 담뱃값을 500원 인상한 후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담뱃값 인상은 서민 가계 부담에 직접적인 이유가 된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서민 흡연자는 비싸진 담배를 필터 부분까지 완전히 피우고 깊이 들이마셔 건강을 더 해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경고한다.

우리나라는 꾸준히 노력한 결과 공공장소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흡연은 하지 않는 등 문화가 선진화되고 있다. 하지만 성인 남성 흡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2위(1위 그리스)이다. 이유는 담배 가격이 가장 낮은 데 있다. 반갑지 않은 통계다. 분명한 것은 국민 건강도 챙겨야 하고, 세수도 확보해야 한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시기다. 이제는 과거처럼 정부가 일방적으로 물가를 올리면 국민 저항이 심하다. 합리적인 행정이 국민 삶의 질을 높인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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