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섬, 해운대, 문탠로드, 청사포 찍고 자갈치시장으로

2013.03.16 18:25:00

지난 2월 17일, 815투어 회원들이 부산으로 트래킹을 다녀왔다. 대충 짐을 꾸려 이른 아침 집을 나서는데 시내버스정류장 옆 아파트에서 관리인들이 일을 하고 있다. 청주체육관 앞은 관광버스들이 줄지어 서있고 그 사이로 배낭을 짊어진 사람들이 부지런히 오간다. 그러고 보니 어느 날 부턴가 게으름뱅이 생활을 하고 있다.


출발지인 몽벨서청주점 앞에 낯익은 사람들이 많다. 7시가 되자 88명의 회원들이 버스 두 대를 꽉 채운 채 부산으로 향한다. 가끔 눈을 감고 조용히 사색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제법 속도를 내며 달리는 차안에서 지나온 삶과 살아갈 일들을 생각해본다. 요즘의 고속도로휴게소는 편안한 쉼터로서 지역의 문화를 널리 알리는 역할까지 제대로 한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선산휴게소의 얼어붙은 냇물과 뒷산, 대구부산고속도로 청도휴게소의 씨 없는 감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부산까지 먼 거리를 빠르게 달려온 관광버스가 서다가다를 반복한다. 지루하게 시내를 지나 해운대해수욕장 서쪽의 동백섬 입구에서 하차했다. 주차장에 모여 간단히 몸을 풀고 신광복 산대장을 따라 가볍게 산책을 시작한다. APEC하우스로 가면 광안대교가 가깝게 보인다. APEC하우스는 APEC 정상회담 회의장으로 사용되었던 건물로 모양은 우리의 전통 건축인 정자를 현대식으로 표현하였고, 지붕은 동백섬의 능선을 형상화하였다. 등대가 눈앞에 보이는 전망대에 올라 바다를 바라본다.

‘꽃 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동백나무보다 소나무가 많지만 꽃을 활짝 피운 동백나무도 만난다. 동백섬(부산기념물 제46호)은 신라 말의 유학자 최치원과 관계가 깊다. 산중턱의 동백공원에 동상과 시비가 있지만 일행들과 행동을 같이하려면 그냥 지나쳐야 한다. 등대를 지나 해운대해수욕장과 숨바꼭질을 하다보면 바닷가 암석 위에 황옥공주의 전설이 담긴 인어상이 있다. 나무 테크 끝에서 해수욕장의 백사장으로 내려선다.


해운대해수욕장은 여름철 전국에서 가장 많은 피서객이 몰리는 국내 최대의 해수욕장이다. 최치원은 이곳의 울창한 송림, 깨끗한 백사장, 망망대해의 아름다움에 감탄해 동백섬의 넓은 바위에 '해운대(海雲臺)'라는 글씨를 남겼다. 2008년에는 백사장에 펼쳐진 형형색색색의 파라솔 수가 세계 최고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해운대해수욕장은 갈매기들의 천국이다. 수많은 갈매기들이 물가와 백사장 위를 오가며 사람들과 어울린다. 좋은 풍경을 만나면 어른들도 아이들같이 즐거워한다. 갈매기를 벗삼아 추억남기기를 하는 815투어 회원들의 표정이 밝다. 백사장에 새긴 발자국을 뒤로한 채 달맞이길로 향한다.




해운대를 지나면 해파랑길이 달맞이길로 이어진다. 달맞이길은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송정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와우산 중턱의 고갯길이다. 고갯길 꼭대기 달맞이동산에 해월정이 있고, 달맞이길의 아름다운 월출은 대한팔경 중 하나로 꼽힌다. 달빛이 밝은 날 해월정에 올라 달님과 대화를 나누며 추억 쌓기를 하는 것도 행복이다. 도로변에는 젊은 사람들이 찾는 멋진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하고 영화촬영 장소도 몇 곳 있다.

달맞이길 아래편 해안 쪽에 친구, 연인, 가족들이 달빛 기운과 솔 향을 맡으며 산책을 즐길 수 있는 문탠로드가 있다. 문탠로드는 일광욕의 선탠과 대비되는 한적한 오솔길로 조명등을 설치해 달밤에도 산책이 가능하다. 짧은 거리를 설레는 마음으로 달빛 맞으러 가는 달빛꽃잠길, 은은한 달빛 속에 마음을 정리하는 달빛가온길, 달빛에 몸을 맞겨 새로운 나를 만나는 달빛바투길, 나와 달빛이 하나 되는 달빛함께길, 아쉬움에 다시 오길 약속하는 달빛만남길로 나뉘어 운치를 살렸다.


달맞이길 너머에 위치한 청사포는 조용한 바다마을로 터널을 뚫기 전에는 해운대에서 송정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목이었다. 수령 300여년의 망부송, 해변철길, 아름다운 일출, 갯바위 낚시, 질 좋은 미역으로 유명한데 멋지게 생긴 망부송에 슬픈 전설이 전해온다. 옛날 청사포 마을에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큼 금슬이 좋은 정씨 부부가 고기잡이를 하며 살았는데 바다에 나간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부인이 소나무 두 그루를 심고 나무에 올라가 수년을 기다리다 죽어 망부송이 되었고, 부인을 가엽게 여긴 용왕이 푸른 뱀을 보내 남편을 만나게 해 청사포가 되었다고 한다.

마을 입구 밭에서 우리네 모두의 어머니를 닮은 할머니를 만나 마음이 포근하다. 방파제 끝 등대에서 육지쪽을 바라보면 해안선이 길게 뻗어 있고 그림 같은 집들이 언덕위에서 포구를 내려다보고 있어 외국에 온 듯 운치가 느껴진다.

청사포에서 가까운 바닷가에 수질이 좋고 모래가 고와 관광객이 많이 찾는 송정해수욕이 있다. 송정해수욕장은 며칠 전 아내와 함께 다녀간 곳이지만 몽벨서청주 산악회의 트래킹 일정은 청사포까지다.


송정해수욕장을 간단히 소개하면 해수욕장 끄트머리에 대숲이 울창한 죽도공원이 있고, 이곳 바닷가 바위 위의 팔각정자 송일정에서 바라보는 경관이 아름답다. 송정해수욕장은 해운대나 광안리보다 자연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남아있어 정이 간다. 해안을 따라 자연산 회를 취급하는 횟집들이 많다.

바닷가에서 제일 흔한 게 횟집이고, 내륙도 충북 사람들의 바닷가 여행 목적은 회 먹는 게 큰 비중을 차지한다. 청사포에서 한참을 달려 자갈치시장으로 갔다.


부산하면 먼저 떠오르는 곳이 자갈치시장이다. 바다로의 열림과 도시로의 개방을 형상화하고, 3개의 날개가 갈매기의 도약·비상·활공을 뜻하는 신축건물이 생겼지만 길게 이어지는 노천시장에 가야 사람냄새가 난다.

부산의 명물답게 골목에 들어서면 비릿한 생선냄새가 코를 찌르고 해산물을 파는 상인과 관광객들로 활기가 넘친다. 사람 하나 지나기 힘든 좁을 골목에서 경상도 아주머니들의 흥정소리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사는 맛을 느끼며 노천시장을 기웃거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쟁 통에 피난민들로 넘쳐났던 곳이 부산이다. 해산물이 풍부한 바닷가였고, 가난하고 배고픈 시절이었으니 먹거리가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여행지에서는 잘 먹고, 소화 잘 시키는 것도 복이다. 마음이 통하는 회원들과 이곳의 별미인 꼼장어구이, 돼지껍데기, 고래고기를 안주로 오랫동안 술잔을 비우며 정을 나눴다.

멋진 경치와 맛있는 음식으로 피곤한 일상을 달랜 하루였다. 회원들을 태운 관광버스가 청주를 향해 부지런히 달린다. 조용한 차안에서 늘 여행하는 기분으로 사는 일상을 꿈꾼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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