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고온이 개화시기를 앞당겼다. 이맘때면 남녘에서 들려온 꽃소식이 바닷가로 유혹한다. 지난 3월 17일, 815투어 회원들이 울산의 대왕암공원과 경주 양남면의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을 걸으며 바다향기를 만끽했다.
늘 그렇듯 여행은 그 자체가 설렘이다. 좋아서 하는 일은 저절로 힘이 난다.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고 몽벨서청주점으로 갔다. 며칠사이에 해 뜨는 시간이 많이 빨라졌다. 출발시간인 7시에 벌써 날이 훤하다.
회원들을 태운 관광버스가 부산으로 향한다. 충북과 경북의 경계이고, 서울과 부산의 중심점에 위치한 해발 231m의 추풍령휴게소에 경부고속도로 개통 40주년 기념비가 서있다. 그냥 지나치기 쉬운 휴게소에서 ‘위대한 도전! 기적의 역사!’를 상징하는 경부고속도로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긴다.
건천휴게소를 거쳐 울산 시내에 들어선 관광버스가 오른편의 태화강 물줄기를 따라가며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울산의 동쪽 바다는 청주에서 꽤 먼 거리다. 현대자동차, 현대미포조선, 현대중공업을 지나 4시간여 만에 동구 일산동의 대왕암공원에 도착했다. 오래 전부터 자주 찾는 곳이고 그동안 여러 사람들에게 소개시킨 여행지라 친근감이 느껴진다.
공원에 도착하면 수령 100년이 넘는 1만 5000그루의 아름드리 해송들이 입구에서 맞이한다. 공원의 북쪽이 일산해수욕장과 연결되어 해수욕을 즐기는 피서객들이 산책하기에도 좋다. 815투어 회원 80여명이 신광복 산대장을 따라 길게 줄을 만들었다. 왼쪽편의 해수욕장을 내려다보며 하늘로 치솟은 나무들이 숲을 이룬 송림을 걸으면 해송의 진한 향기가 코를 간질인다.
산책로에서 바라보면 반달형의 백사장과 에메랄드빛 바다가 그림처럼 아름답다. 바닷가에 멋진 소나무와 해수욕장을 배경으로 추억남기기를 할 수 있는 명소도 있다. 건너편으로 내려서면 노란색 등대가 예쁜 선암과 현대중공업의 크레인들이 한눈에 바라보이고 용굴 옆 바위 위에 부부송이 금슬 좋은 부부처럼 사이좋게 서있다.
바닷가를 따라가면 공룡화석들이 푸른 바닷물에 엎드려 있는 듯 기암괴석과 멋진 소나무들이 바다와 어우러지며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형상의 할미바위(남근암), 갓 속에 쓰는 탕건을 닮은 탕건암, 생김새가 거북이와 같아 옛부터 재복을 기원하던 거북바위, 사금을 채취했다는 크고 작은 5개의 바위를 일컫는 사근방 등 암석의 모양과 이름도 가지각색이다.
처음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해외여행이라도 온 듯 해안가의 멋진 풍경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가장 높은 곳을 뜻하는 고이와 해안 바위 중 가장 넓은 곳을 뜻하는 넙디기에 편하게 앉아 마음을 내려놓으면 누구나 신선이 된다. 이곳에서 점심도 맛있게 먹고 술도 한 잔씩 나눈다. 옛 선비들이 해금강이라 불렀던 대왕암이 먼발치에서 숨바꼭질을 한다.
바닷가로 내려서면 빨간 우체통과 솟대가 서있는 해맞이공원과 신라시대 문무대왕의 왕비가 호국룡이 되어 나라를 지키려고 바위섬 아래에 묻혔다는 전설이 서린 대왕암을 만난다. 태종무열왕과 김유신의 누이인 문명왕후(문희)의 아들로 신라를 신라답게 만든 이가 바로 문무왕이다.
대왕암은 용추암으로 불리는데 육지의 바위들과 철교로 연결된다. 이름만큼이나 웅장하고 각양각색의 멋진 바위들이 파도가 만든 포말과 어우러지는 모습도 장관이다. 정상에는 연인들이 사랑의 징표로 걸어놓은 자물쇠들이 많고, 이곳에서 바라보는 등대와 송림, 기암괴석과 먼 바다의 풍경이 아름답다.
송림이 끝나는 지점에 1906년 동해안에서는 처음 세워진 높이 6m의 울기등대가 있다. 울기등대의 구 등탑은 등록문화재(제106호)이고 아래편에서 새로 세운 등대가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1906년 일본인들이 붙인 한자 표기 '蔚岐'를 2006년 울산의 새로운 기운을 염원한다는 뜻의 '蔚氣'로 바로잡았다.
해맞이광장에서 왼편으로 접어들면 울산교육연수원 아래 바닷가에 길게 자갈마당이 펼쳐진다. 해안선을 끼고 송림, 울기등대, 용추암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바다 풍경이 독특하다. 해안산책로를 따라 용디이목전망대, 과개안(너븐개), 고동섬전망대를 지나며 낭만을 누린다.
시간 때문에 가볼 수 없는 슬도를 먼발치로 바라보는데 색소폰 소리가 들려온다. 산책로 옆에서 덩치가 큰 분이 열심히 색소폰을 부는데 관중이 나 혼자다.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게 사람이다.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혼신을 다하고 있는 연주자의 모습이 봄소식을 알리는 동백꽃보다 아름답다.
슬도가 눈에 밟혀 옛 사진으로 돌아본다. 슬도는 방파제를 다리로 연결한 해양공원이다. 고래조형물과 슬도등대, 방어진항과 대왕암공원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국적인 풍광이 아름답다. '슬도'라는 지명은 이곳이 섬 전체에 구멍이 뚫려있는 특이한 지형이고, 구멍 뚫린 돌 사이로 바닷물이 드나들 때 거문고 타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여졌다. 시루를 엎어놓은 것 같다는 시루섬과 거북이 모양 같다는 구룡도라는 이름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