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예방 존중 교육으로

2013.04.14 18:25:00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따돌림으로 어린 아이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관계 당국은 예방책을 내놓고, 전문가들도 대안을 제시했지만, 안타까운 일이 계속 일어난다.

이런 가운데 우연히 존중이라는 책을 읽었다. 책에는 존중 교육을 통해 학교 폭력을 줄이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외국의 사례인데 공감이 간다. 소개하면 이렇다. 10대들은 약한 친구들을 괴롭혀 권력을 얻는 경향이 있다. 아이들끼리는 공격적인 아이가 영웅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즉 이들은 스스로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껴 무리로부터 존중받기 위해 친구 가운데 먹잇감을 찾아내 희생양으로 삼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존중받는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만족하지 못하므로 그보다 더한 자극을 추구하는 등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는 결론이다.

이 연구에 대해 따돌림이 주는 상처로부터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존엄성 교육 프로그램이 실시되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실제로 10대들은 치열한 경쟁과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존중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아이가 진정으로 잘 되기를 원한다면 존중의 귀중한 가치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외국의 사례이지만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10대들은 약한 친구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그 약점을 이용해 괴롭히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남을 괴롭힐 때는 여러 공모자들이 함께 목표물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피해가 크다. 남학생뿐만 아니라 여학생들도 남을 못살게 군다. 이런 행위는 자신의 힘을 과시하거나 보복 차원에서 자행한다. 더욱 친구 관계를 지속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하는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즉 남을 괴롭히는 행위의 배경엔 친구들이 자신에게서 떠나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그런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존중이란 높이 받들고 중하게 여기는 것이다. 존중의 첫 번째는 스스로 하는 것이다. 자기 존중감이다. 자기 존중감이 있는 사람은 쉽게 좌절하지 않는다. 꿋꿋하게 난관을 헤쳐 나간다. 자신을 존중하는 사람은 자신감이 있다. 부족한 것이 없는지 늘 살피고 자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다. 이렇게 자기 존중감을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의 평가나 성과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래서 스스로 존중하는 마음만 있다면 다른 사람이 나를 가볍게 대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스스로 존중하는 문화는 가정에서 키워야 한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결혼을 하면 가정을 꾸린다. 가정에서 중요한 윤리는 존중이다. 부부가 존중하지 않으면 이혼의 나락으로 빠진다. 사랑과 존중이 결혼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직원의 가치를 존중하고 인정하면 기업의 수익 또한 높아진다. 존중받는 직원은 스스로의 능력을 향상시키고,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낸다. 이를 고객들이 구매해 회사는 성장하게 된다.

우리는 전쟁의 비극을 겪고 가난과 사우면서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았다. 타고난 선한 성품으로 함께 일하고 함께 보람을 맛보았다. 덕분에 지금은 국민소득 2만불을 넘었고 세계 10위권의 부자 나라가 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과거 가난할 때 누렸던 행복감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산업화를 빠르게 겪으면서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잃은 결과다. 정당끼리 싸우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사 관계, 이념, 지역, 계층 간의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이혼율과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라는 소리가 자주 들린다. 이런 갈등으로 연간 300조 원이라는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고 있다.

모든 갈등의 원인은 서로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이기겠다고 헐뜯고 자기들만이 옳다고 주장한다. 상대방을 악마로 만들고 기필코 자신은 선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렇게 싸우면 모두 악마가 된다. 존중의 문화를 만들면 된다. 존중은 패배도 아니고, 그렇다고 체념도 아니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인간관계의 바탕은 존중이다. 존중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첫 출발이다. 배려와 사랑은 나와 함께 살아갈 이웃에게 다가가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다. 상대방에게 배려와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하면 남과 아름다운 동행을 한다. 인정이 넘치고 즐거운 마음이 생긴다. 이것이 행복한 삶이다.

존중은 스스로를 위한 최고의 투자다. 성공하고 싶다면 다른 사람을 존중하라는 말도 있다. 마음속에서라도 남을 무시하면 내가 얻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어린 사람에게도 직급이 낮은 부하에게도 존중하는 마음을 보이면, 그 존중은 반드시 내게로 돌아온다. 심리학적으로도 사람들은 자신의 기쁨을 얻고자 노력할 때보다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려고 할 때 더 큰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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