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 만나는 안면도 노을길

2013.04.25 19:53:00

행복한 삶이 무엇인가. 세월 지나는 것, 손에 쥔 것 다 잊으면 마음이 편하다. 여럿이 어울리며 여행하다보면 행복에 겨운 삶이 눈앞에 보인다.

14일, 815투어 회원들과 함께 했던 안면도의 노을길 산책도 그런 여행이었다. 여유를 찾으러 떠나는 여행길도 시간에 쫓기면 마음이 급하다. 부랴부랴 몽벨서청주점에서 7시에 출발하는 관광버스에 올랐다.

빗방울 때문에 차창 밖 풍경들이 실루엣으로 다가온다. 세상 풍경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장거리 여행은 오랜 시간 홀로 여유를 누릴 수 있어 좋다. 목적지로 가는 동안 스마트폰으로 흘러간 노래를 감상했다. 예산휴게소에서 유부우동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요즘 일기예보 잘 맞는다. 안면도가 가까워지자 둥근 해가 반기고 도로에 물기도 없다. 빗속에 여행 떠나는 걸 걱정했던 아내에게 전화하니 청주는 비가 내린단다. 그러고 보면 작은 것 같아도 참 넓은 세상이다.




10시경 안면도의 삼봉해수욕장에 도착했다. 2007년, 검은 기름이 뒤덮여 시커멓게 변한 돌과 모래를 국민들의 구슬땀으로 닦아낸 아픔의 장소가 태안의 바닷가다. 이곳 최북단 학암포에서 최남단 영목항까지 120㎞ 거리를 연결해 태안해변길을 만들었다.

태안해변길 5코스인 노을길은 백사장항에서 꽃지해수욕장까지의 12㎞ 거리에서 해안사구와 송림, 아름다운 해변과 바닷가 마을들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명품 코스다. 오른쪽에 바다를 두고 걸으면 초입의 백사장항에서 아래편으로 백사장 삼봉‧기지포‧안면‧두여‧밧개‧두에기‧방포‧꽃지해변이 이어지고, 두여전망대와 방포항도 구경할 수 있다. 바닷가에 예쁜 펜션들도 많다.

서해안의 바닷가는 리아스식 해안선이 길게 이어진다. 삼봉해수욕장으로 내려서면 삼봉, 기지포, 안면, 두여해변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파도가 일렁이는 서해바다와 바닷바람을 품에 안고 걷는 회원들의 얼굴에 낭만이 넘친다.

날씨 좋은 건 갈매기도 안다. 나풀나풀 춤추는 갈매기의 날개 짓이 보기 좋다. 키가 큰 곰솔이 터널을 이뤄 사색의 길로 불리는 숲길을 걸으며 솔향에 취한다. 푹신푹신한 모래숲길과 나무데크로 조성된 1004m 길이의 천사길도 걷는다. 두여해변에서 멋진 나무도 만난다.




모래해변을 야트막한 산이 가로막는다. 전망대 아래에 지하 깊은 곳의 압력으로 성질과 형태가 변한 습곡 및 단층의 지각이 풍화, 침식되면서 서서히 융기한 해안습곡이 있다. 나무데크를 따라 올라가면 전망이 좋은 두여전망대가 나온다. 방금 지나온 삼봉해변과 밧개해변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전망대 왼쪽의 밧개해변은 암반갯벌로 이루어져 독살이 잘 보존된 곳으로 유명하다. 독살은 해안의 굴곡 부분에 돌담을 쌓아 밀물 때 들어온 물고기가 썰물 때 갇혀 나가지 못하는 원리를 이용한 원시적인 고기잡이 방식이다.




해변에 평탄한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모래 언덕과 흙을 밟으며 걷는 비탈길도 있다. 해안사구와 울창한 송림을 지나다 만나는 언덕은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걸어도 될 만큼 완만하다.

힘들면 마음편히 쉬면서 바다풍경 실컷 구경할 수 있는 전망대도 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앉아 해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의자도 있다. 촛대바위가 서있는 두에기해변과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나무의자가 명물인 방포해변을 지난다. 방포전망대에 서면 방포해변과 꽃지해변의 멋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가까운 바다에 작은 섬들이 올망졸망 모여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


전망대 아래편의 방파제에서 방금 지나온 방포해변, 바위섬의 등대, 할아비바위와 할미바위 뒤편의 꽃지해변, 아치형 꽃다리와 방포항을 바라본다. 방포와 꽃지해변을 잇는 꽃다리가 해질녘 꽃지해변의 낙조를 감상하는 장소다.

꽃지해변은 서해안 낙조의 명소로 손꼽힌다. 할미바위에 뿌리를 내린 노송과 두 개의 바위섬 사이로 지는 낙조가 일품이다.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로 불리는 바위섬은 해상왕 장보고의 부하 승언 장군이 전쟁터에 나간 후 돌아오지 않자 아내 미도가 일편단심 기다리다 죽어 망부석이 됐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안면대교와 가까운 초입에 백사장항이 있다. 백사장항은 남면의 드르니항과 마주한 작지만 정겨운 포구로 우리나라 최대 자연산 대하집산지라 각종 해산물이 풍부하다. 좁은 해협을 사이에 두고 양쪽을 잇는 다리공사가 한창이다.

노을길이 시작되는 백사장해변은 흰모래밭을 뜻하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옥석같이 고운 모래가 지천이고 솔밭이 넓다. 백사장해변을 둘러본 후 횟집에서 함께한 회원들과 정을 나눴다.


청주로 향하는데 차창 밖으로 바닷가를 따라 길게 이어지는 안면도의 낮은 산봉우리와 바다위의 고깃배들이 정겨운 풍경을 만든다. 차안에서 물위에 떠있는 간월암과 멋진 자태를 뽐내는 궁리소나무도 구경했다. 파란하늘이 반갑게 맞이한 예산휴게소, 정부종합청사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된 세종시를 지나 청주에 도착했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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