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은사, 80세 제자에게 주는 덕담은?

2013.05.20 20:30:00

"드러누우면 죽고 걸어다니면 산다"

스승의 날이 지난 5월 17일 오전, 인천 중구 한 음식점에서는 뜻 깊은 모임이 있었다. 바로 국립 인천사범학교 제1회 졸업생들이 졸업 60주년을 맞아 은사님을 모시고 조촐한 간담회 자리를 마련한 것. 은사는 90세, 제자들 중 88세 최고령을 비롯해 대부분 80대이다.

식순을 보니 국민의례(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묵념), 추진위원장 인사. 은사님 말씀, 식사, 교육 소회 및 인생 이야기, 은사님께 기념품 전달, 교가 제창이다. 태극기, CD 반주도 준비하고 노래를 제창할 때는 지휘자가 나와 지휘를 한다. 교육적 의미가 가득 담긴 제대로 된 행사다.




이 자리에 모인 제자들은 6.25 전쟁 중인 1952년 입학하여 1953년 3월 16일 졸업한 200여 명 중 14명. 올해 2월 간담회추진위원회(위원장 이성구, 위원 박철준, 김윤수, 전윤연)가 구성되어 주로 서울과 인천, 경기지역에 흩어진 동창생을 수소문하여 주소가 파악된 사람은 38명.

이들은 파란만장한 교육역정을 거쳤다. 전쟁 중 사범학교 입학은 하였지만 학교가 없어 신흥초교 운동장에 천막을 치고 공부하다가 숭의초교 교실을 빌려 수업을 받았다. 1953년 4월 1일, 1급정교사로서 국민학교에 부임하는 기쁨과 황홀함을 잊지 못하고 있다.




이후 7월 27일 휴전,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학교를 재건하는데 젊은 정열을 다바쳤다. 3.15 부정선거, 4.19 의거와 5.16 혁명, 새마을 운동, 10월 유신과 10.26 사태, 12.12 사태를 거치면서 65세 정년. 그리고 15년. 서울, 인천, 고양, 부천, 김포, 안산 등지에 흩어졌던 동창들은 오늘 이렇게 다시 만난 것이다.

인천사범 1회 졸업생이자 경인교대총동문회 원로동문회 전윤연 회장은 "오늘 모임은 졸업후 60년만으로 만남이 의미가 깊다"며 "우리들의 성금을 모아 모교에 발전기금을 기탁하고 오늘 행사를 기록으로 남겨 모교 역사관에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조한보 은사님은 "여러분들은 공부하는데 고생이 많았다. 그러나 길 닦는 사람이 있어야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여러분이 이끌어주어 오늘날의 모교와 후배들이 있다. 나무도 뿌리가 깊어야 꽃피고 좋은 열매를 맺는다. 농사 중에서 사람농사가 가장 중요하다. 투철한 애국인을 길러야 한다. 교육력이 국력이다. 드러누우면 죽고 걸어다니면 산다. 건강하기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 날 모임을 위해 인천지역 동창 6명이 100만원을, 서울 지역 동창 6명이 90만원을 모았다. 행사 경비와 모교에 장학금 등으로 전달된다. 이들 제1회 졸업생 중 교육장 5명, 시도교육청 국장 2명, 시교육위원회 의장 1명이 배출되었다.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교수 1명도 나왔다.

사회가 급변하고 교권이 추락하여 교육자의 입지가 계속 좁아져가고 있다지만 오늘 80세 제자들이 90세 은사를 정성껏  극진하게 모시는 것을 보니 교육의 힘은 위대하다. 교육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말은 진리다. 교육이 앞서가는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가다. 교육은 백년지대계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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