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왕산과 정선아리랑시장

2013.07.13 11:25:00

지난 6월 21일,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 산행 모임인 청주골드산악회원들과 산의 높이가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가리왕산(해발 1561m)을 다녀왔다. 서로 어울리며 사는 인생살이가 재미있다. 골드산악회원들과 두 번째 산행이지만 아는 얼굴들이 있어 인사를 나눈다.

아침 6시 40분 분평동을 출발한 관광버스가 굽잇길을 달려 중원고구려비(국보 제205호)를 지나고 8월 25일부터 2013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가 열리는 중앙탑(국보 제6호) 옆 탄금호가 여러 번 나타났다 사라진다.


산대장이 이끼조심과 안전산행을 당부하고 총무님이 돈피무침을 해왔다고 안내하는 8시 40분경 38번 국도변의 제천휴게소에 도착했다. 세상은 참 좁다. 이곳에서 형제처럼 지내는 청주의 나드리관광 정상옥 사장을 만나 커피를 마셨다.


정선으로 들어서니 사람의 발길이 뜸한 오지답게 길가의 물길과 철길이 낭만적이다. 백석폭포를 지나 10시 20분경 장구목이에 도착했다. 맑은 물이 흘러내리고 소나무들이 멋진 풍경을 만든 계곡을 구경하며 짐을 꾸리고 '장구목이-이끼계곡-임도갈림길-정상삼거리-가리왕산정상-중봉-주목군락지-임도-숙암분교터(별천지박물관)'로 이어지는 길이 약 12km의 산행을 시작한다. 가리왕산은 산이 높고 웅장한데다 들머리가 낮아 산행시간이 많이 걸린다.


장구목이골은 임도까지 계곡이 이어져 녹색이 만든 산풍경이 멋지고 걷는 내내 ‘졸졸졸’ 물소리가 들려와 기분을 맑게 한다. 초입부터 빼곡이 들어찬 숲이 반기지만 물기가 많은 암석 부스러기 때문에 길이 미끄럽고 가지를 늘어뜨리거나 누운 나무들이 발길을 가로막는다.


장구목이골은 자연의 신비를 간직한 이끼계곡이다. 산길을 벗어나 계곡으로 발을 들여놓으면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이름 없는 폭포와 습한 토양에서 잘 자라는 이끼가 지천이다. 예쁘게 꽃을 피운 식물도 있어 이끼가 만든 녹색세상에서 한참동안 여유를 누렸다. 그러고 보면 이끼는 잎과 줄기를 구분하지 못할 만큼 연약해도 있는 듯 없는 듯 다른 것에 붙어 살아가는 생명력이 있다.

12시경 임도삼거리에서 간식을 먹었다. 산행지에서는 내 것 네 것이 없을 만큼 인심이 후하다. 산행으로 흘린 땀을 막걸리로 보충하며 갈증을 해소했다.


임도삼거리에서 정상삼거리 사이는 멋진 나무들이 많은데 비해 경사가 급해 힘이 든다. 이럴 때 가뿐가뿐 두 발로 걷는 사람들이 부럽다. 걷거나 뛰는 일에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었는데 무릎을 다치고부터는 스틱을 이용해 네 발로 걷는다. 오늘같이 산행이 힘 드는 날은 네 발도 모자라 온몸으로 걷는다.

그런데 왜 고생하며 산에 오르느냐고? 이런 날 산에서 인생살이를 배운다. 주위를 살펴보면 나보다 더 힘들게 산에 오르는 사람이 있다. 이렇게 힘들어하며 낮은 곳을 바라보고 살아야 하는 인생살이를 배운다.

1시 20분경 정상삼거리에서 점심을 먹었다. 김밥, 김치, 과일, 맥주, 커피, 얼음물 등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음식물이 가득 든 배낭을 이곳까지 짊어지고 온 여자 회원들의 성의가 놀랍다.


점심을 먹은 삼거리에서 정상이 가깝다. 정상은 산길의 오르막과 달리 편평한 평전이라 쉼터로도 좋다. 날씨가 좋으면 멀리 동해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지만 맑은 날인데도 사방이 산 넘어 산처럼 산들로 둘러싸여 있다.

표석의 내용에 의하면 옛날 맥국의 갈왕이 이곳으로 피난 와 성을 쌓고 머물러 갈왕산이라 부르다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가리왕산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평전의 정상에서 색다르게 자유를 누리다 2시 20분경 하산을 시작했다.


가리왕산은 숲이 무성해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치유의 산이다. 중봉으로 가는 산길에 꽃이 지천이다. 정상, 하봉, 숙암분교터의 갈림길인 중봉은 평범해 보여도 높이가 1433m나 된다. 중봉을 지나 비탈길을 내려가면 오장동임도를 만난다. 다 내려온 줄 알았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 정상에서 숙암분교터로 내려오는 하산 길은 조망이 없어 갑갑하고 거리가 멀어 지루하다.

가리왕산은 생태적 가치가 높은 희귀식물이 자생하여 산림청에서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이날 우리가 걸어 내려온 중봉의 북사면에 평창동계올림픽 활강경기의 메인슬로프가 건설된다. 올림픽을 유치한 이상 경기장이 필요할 것이고 타당성을 검토했겠지만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잘 보존할 수 있는 방법도 같이 연구되어야 한다.


뒷산의 비탈에 큰 바위덩어리들이 쌓여있는 숙암리로 내려서니 할머니가 밭에서 수확한 곤드레나물을 판다. 숙암분교터에 들어선 별자리천문대를 구경하고 냇가로 나가면 중국의 계곡을 닮은 산풍경이 멋지다. 몇 명은 냇가로 내려가 알탕까지 했다. 둥그렇게 둘러 앉아 먹은 돈피안주와 느림막걸리 맛이 일품이다.


정선으로 가며 아침에 봤던 백석폭포를 또 만난다. 북평면 나전리의 백석봉(1,170m) 정상에서 수직으로 떨어져 내리는 세찬 물살이 장관이다. 백석폭포는 계곡의 물줄기를 돌려 만든 높이 116m의 인공폭포로 마치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것 같다.


정선은 산과 강이 어우러진 아리랑의 발상지이다.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주소’ 정선아리랑의 한 대목처럼 이곳에는 구구절절 사연도 많다.

조양강을 끼고 있는 아라리공원을 지나 전국 최고의 재래시장을 자랑하는 정선아리랑시장으로 갔다. 시장을 한 바퀴 돌아보고 평상에 둘러앉아 막걸리를 마셨다. 곤드레나물밥을 쓱쓱 비벼먹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정겨움이 넘쳐난다.

정선아리랑 인형극 보고 7시 20분경 청주로 향했다. 일행들을 태운 관광버스가 8시 15분경 동강휴게소를 거치며 옛날 사람들이 소달구지를 몰고 느리게 넘었을 고갯길을 빠르게 달린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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