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가까이 하며 삶의 의미 찾는다

2013.07.13 11:25:00

어느 날 아침 기상하여 앞베란다에 나가니 고추가 새벽 이슬을 맞으며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고추화분에 함께 있는 봉선화도 잘 자란다. 또 있다. 나팔꽃도 순을 뻗으며 고추와 더불어 살아간다. 고추 따서 먹는 것도 목적이지만 아파트 베란다 농사를 지으며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나팔꽃 줄기에 보리잠자리 한 마리가 새벽 잠에 푹 빠졌다. 바람이 불어 줄기가 흔들리는데도 날아가지 않고 그네타기를 즐기 듯 그대로 매달려 있다. 어제 밤을 우리집 베란다에서 나와 함께 지낸 친구가 된 것이다. 카메라로 접사 촬영을 하는데도 꼼짝 않고 있다.




얼마 전에는 우리 동 앞 살구나무에서 새 집을 발견한 적이 있다. 새 집의 크기가 크지 않다. 그런데 새끼 새 한마리가 둥지에 앉아 있다. 한참을 지켜보니 어미새가 찾아왔다. 어미새는 산비둘기. 새끼를 돌보러 온 것이다. 새끼새는 날개를 퍼득이며 어미새에게 재롱을 부린다. 어미와 자식 간 사랑은 본능인가 보다.

퇴근 후 자두나무 새 집을 살펴보니 새끼 비둘기는 보이지 않는다. 어미와 함께 날아간 것이다. 그 동안 비둘기가 새 집을 짓고 알을 낳고 새끼를 부화할 때까지 아무도 몰랐다. 새끼가 다 자라 둥지를 떠날 즈음에 발견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주위 사물에 대한 무관심 때문이다.

그러나 주위 자연에 대해 애정을 갖는다면 안 보이던 것이 보인다. 시력과는 아무 상관 없다. 애정과 관심에 따라 주위 사물이 다가오기도 하고 멀어져 가기도 한다. 우리 아파트 어린이 집 뒤 어치 가족도 마찬가지다. 아파트 숲 산책을 하다가 발견한 것이다. 어미가 새끼를 들키지 않게 하려고 울음소리를 내지 않는다. 새끼를 보호하려는 모성애다.






아파트를 돌아보면 집에서 키우다 버린 식물들이 화단에서 자생하는 것도 있다. 사랑초가 바로 그것. 보라색 잎의 사랑초 옆에는 초록색의 옥살리스도 보인다. 우리 학교 교장실 화분에 피었다. 그 사진을 학교 홈페이지에 '너는 어디서 왔니?' 하고 올렸더니 학부모가 꼬리말로 알려 주었다. 사랑초의 일종이다.  

우리 아파트 1999년에 완공되었으니 15년 차이다. 이 정도 경과하면 아파트 숲은 어느 정도 완성된다. 그래서 어치와 산비둘기가 새끼를 치는 것이다. 인간과 더불어 새들이 공존한다. 숲은 우리 인간에게 치유의 공간이 된다. 아파트를 둘러보면 자연의 생명력이 보인다.

우리 아파트의 유실수는 무엇이 있을까? 대추나무, 감나무 등이 있지만 살구나무가 제일 많다. 요즘 누렇게 익은 살구 열매가 뚝뚝 떨어진다. 조금 부지런한 사람이면 식후 간식으로 한 두 개 따 먹으며 살구맛을 음미할 수 있다. 재작년인가 식후 살구맛 보는 재미에 빠진 적도 있었다.

사진 촬영에 취미가 있다면 사계절 아파트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것도 좋다. 아파트 숲 산책과 함께 이것도 정신건강에 좋다. 가까이 있는 아파트를 치유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인생도처 유청산'이라는 말이 있다. 인생 살면서 어느 곳에 가던지 청산이 있다는 말이다. 행복, 누가 그냥 거저로 가져다 주지 않는다. 본인이 노력하여 찾아야 하는 것이다.

아파트 베란다 화분에 심은 방울토마토 디섯 그루. 지난 어린이 날 모종을 옮겨 심었으니 두 달이 넘었다. 녹색의 열매가 한 20여개 매달렸다. 그러나 이것이 붉게 익어야 한다. 방울토마토 하나 맛보려면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얼마 전 붉은색 토마토 하나를 발견했다. 이것을 보는 기쁨, 아내와 함께 나눈다. "여보, 방울토마토 익은 것 봤지?"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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