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실도 개학 준비합니다

2013.08.12 00:10:00

기나긴 장마가 끝나고 폭염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입추가 지났지만 밤에는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사람도 많다. 폭염이 다음 주까지 계속 된다면? 다음 주가 우리 학교 개학인데…. 교장으로서 폭염 이겨내기 지혜가 요구된다.

우리 학교 급식실, 영앙사 한 분에 조리원이 여덟 분이다. 개학을 얼마 앞두고 출근하여 개학맞이 준비를 한다. 개학과 동시에 급식이 시작되는데 차질 없이 이루어지도록 준비를 갖추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준비를 할까? 영양사에게 나흘간의 주요 일과를 알려달라고 하니 아래와 같은 메시지가 왔다. 내용을 살펴보니 쉽게 되는 일이 아니다. 고된 노동이 필요한 작업이다. 이러한 것을 묵묵히 해내는 급식실 가족이 고맙다.

08.05(월) - 창고, 보일러실, 전처리실 정리 및 청소준비
08.07(수) - 식기구 세척 및 열탕소독, 트렌치 청소
08.08(목) - 후드, 선풍기, 창문, 천장형 에어컨 세척 및 식차세척
08.09(금) - 덤웨이터, 식차 세척 및 마무리 청소

필자는 급식실 가족에게 당부하는 것이 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아무리 공부가 싫고 학교 가기 싫어도 급식 먹는 재미에 학교 오게끔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급식의 위생처리는 물론 메뉴 구성, 밥과 국, 반찬 등이 맛있어야 한다. 집에서보다 더 좋아야 한다.

그 당부가 통했을까? 지난 1학기 급식 만족도를 조사하니 96%다. 그야말로 기다려지는 점심시간이다. 먹는 즐거움이 넘치는 행복한 시간이 바로 점심시간인 것이다. 어떤 반은 먹성이 좋은 지 급식실로 추가 배식을 가지러 온다.


그러면 교장은 영양사에게 또 요구한다. 과식, 폭식이 좋지 않다는 것을 홍보해 달라고. 추가 배식이 이루어지지 않게 학급 배식이 잘 조절되도록 담임의 협조를 구하라고 한다. 급식량이 많으면 수명 단축의 우려가 있고 그 다음 시간부터 졸음이 쏟아져 수업에 지장이 있고 행동이 굼뜬다. 때론 비만을 초래하기도 한다.

식사후 뒷정리를 위해 학급별 선의의 경쟁도 붙인다. 잔반량이 적고 식판과 수저 정리 상태가 좋은 학급에는 포도송이를 붙여준다. 그리하여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우수 학급에는 간식이라는 선물이 주어진다. 교육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 먹는 것으로 유인체제를 마련한 것이다.

그 동안 우수 학급이 먹은 간식을 본다. 아이스쇼, 아이스크림, 팥빙수, 케잌. 브루베리라떼, 딸기 도너스 등. 뒷정리를 잘한 우수 학급 학생들에게는 또 한 번 입을 즐겁게 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기사를 쓰려고 교장이 급식실에 들어가 카메라를 들이대는데도 맡은 일에 열중이어서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다. 참으로 성실하시고 고마우신 분들이다. 2학기에도 학생들로부터 ‘우리 학교 급식 짱!’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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