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대산과 금정산 산행하며 가마미해수욕장으로

2013.09.01 20:58:00

지난 8월 17일 저녁, 소양호 옆 오봉산에 다녀와 산악회의 홈페이지를 뒤적였다. 마침 다음날 출발하는 청주산누리산악회의 봉대산과 금정산 산행을 뒤늦게 한 사람이 취소했다. 연 이틀 산행을 해야 하지만 낮은 산이고 오래 전에 다녀온 백수도로와 영광이 고향인 김수기 선생님이 생각나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밤늦게 신청을 했다.

이른 아침, 염치불구하고 나들이를 다녀와 피곤한 아내에게 도시락을 부탁했다. 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2차 집결지인 남부주차장으로 갔다. 1년 전 815투어의 백령도 산행에 다녀오며 얼굴을 익힌 여자회원을 만나 반가웠다.

관광버스가 도착해 빈자리를 찾아 앉고 보니 이번에도 뒤에서 두 번째 자리다. 회장님의 짤막한 인사가 끝나자 모두 취침모드로 들어간다. 각자 취미생활을 즐기는 동호회원들이 서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관광버스가 여산휴게소에 들리자 시와 정자가 어우러진 가람 이병기 길을 한 바퀴 돌아본다. 정읍IC를 빠져나온 관광버스가 22번 국도를 달려 선운산 방향을 지나자 길가에 풍천장어와 복분자술을 파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바닷물이 빠진 갯벌도 구경거리다.


10시 7분경 전남 영광군 흥농읍에 도착했다. 날씨가 무더웠지만 작고 아담한 읍내의 풍경이 순박한 시골처럼 여유롭다. 10시 15분경 흥농119안전구조센터와 시골집 사이의 흙길로 산행을 시작했다.


가끔 읍내의 풍경이 나타나는 초입의 산길은 뒷동산 산행처럼 발걸음이 가볍다. 아침부터 푹푹 찌는 날씨라 쉬엄쉬엄 계단을 올라 팔각정자 봉대정을 만났다. 정자 앞 목판에 김삿갓이 금정암에서 하루 밤을 자고 가며 읊은 시가 적혀있다.

‘昨夜一宿靑天 足豆時生白髮(어제 밤 푸른 하늘에서 지내고 한발 한발 내려오니 흰 머리카락이 돋는 것 같구나)’


“앗 뜨거, 앗 뜨거”

더워도 너무 덥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산행인데 입에서 헉헉 소리를 토해낸다. 지루하게 작은 봉우리를 넘고 계단을 오르면 크기가 작은 봉수대가 있다. 높이 226m의 봉대산 정상에 서면 바닷가와 흥농읍 주변의 풍경이 한가로운데 그늘이 없어 바로 아래편으로 향한다.


산은 산이다. 작거나 낮다고 깔보면 고생한다. 더구나 바닷가의 산들은 더 그러하다. 도대체 봉대산에서 금정산까지 산봉우리가 몇 개나 있는지 모르겠다. 산등성이를 넘으면 또 새로운 등성이가 나타난다.

사실 가볍게 등산하고 가마미해수욕장에 들러 물놀이나 하고 와야겠다는 생각에 따라나선 산행이라 봉대정, 봉수대, 봉대산, 질마재, 솟대봉, 엑기재, 금정산, 가마미해수욕장 사이에 이름 없는 봉우리가 여러 개 있고 산행거리도 약 7.5km나 된다는 것을 몰랐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 등산로가 희미하다. 키만 키운 풀숲을 헤쳐 나가는 일이 쉽지 않은데다 연신 발목까지 붙들고 늘어져 걸음을 더디게 한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데 바람 한 점 없고 생수마저 떨어졌다.

폭염주의보가 내린 무더운 날씨, 이틀째 산행의 피로, 부족한 생수 때문에 입에서 단내가 날만큼 힘이 든다. 몸의 컨디션이 나빠 몸과 마음이 따로따로 논다. 고난은 이겨낸 만큼 보람이 크다는 것을 알기에 작년 공룡능선을 넘을 때보다도 어려운 산행을 하며 철저히 자신과의 싸움을 한다.

바닷가로 나타나는 영광원자력발전소와 폐업한 조선소를 구경하고 헬기장이 있는 높이 264m의 금정산 정상에 올라섰다. 이곳에서 계미항과 가마미해수욕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하산 길도 풀숲을 헤쳐 나가느라 한참을 고생해야 한다.


1시 45분경 물에 빠진 생쥐 꼴로 가마미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맥주 1캔과 생수 2병을 벌컥벌컥 순식간에 들이켰다. 갈증이 났던 몸에서 그만큼 물을 필요로 했나보다. 여유가 생기니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온다.

호남 3대 피서지의 하나인 가마미해수욕장은 병풍처럼 드리워진 솔숲 사이로 길이 1km, 폭 200m의 백사장이 펼쳐진다. 200여 그루의 울창한 송림, 반달 모양의 백사장, 올망졸망 떠 있는 작은 섬, 바다 위를 한가로이 오가는 어선들이 평화롭다.

나무 그늘에 앉아 100여m 높이의 낮은 산을 10개 넘는 게 1500m 높이의 큰 산을 오르는 것보다 힘들다는 간단한 이치를 깨우쳤다. 비록 264m 높이의 산에 올랐지만 오늘처럼 고생하면 아무리 높더라도 못 오를 산이 없다.



주차장에서 바라보니 금정산이 바로 눈앞에 있다. 그늘에 앉아 닭백숙에 막걸리를 마시며 지긋지긋했던 산행의 피로를 풀었다. 한참동안 더워도 너무나 더웠던 날씨, 온몸이 후끈거렸던 땅의 열기, 지루했던 오르막과 내리막에 대한 얘기가 이어졌다.

3시 45분경 관광버스가 가마미해수욕장을 출발했다. 정읍휴게소, 죽암휴게소를 거쳐 7시경 청주에 도착할 때까지 총무님은 모시떡, 복숭아, 자두 등 회원들의 먹거리를 챙기느라 발걸음이 가벼웠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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