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10월의 마지막 화요일을 ‘저축의 날’로 정하고 저축의 정신을 기렸다. 하지만 저축의 날이 언제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저축의 날이 사라진 셈이다. 저축의 날은 물론 저축하는 습관까지 사라졌다. 특히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저축 습관이 사라졌다. 이러다가 어른이 되면 돈의 쓰임새를 몰라 무절제해지고 저축과는 먼 생활을 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 저축이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투기가 저축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한푼 두푼 모아서 남들이 생각하는 부자의 반열에 들 수 없다는 사실을 배운 것이다. 높아만 가는 생활비, 교육비, 통신료 등과 지출을 원활하게 만드는 카드도 저축할 마음을 빼앗아갔다. 그 결과 많은 청소년들이 사회의 구성원이 되면 자신이 모은 돈으로 생활설계를 하기 보다는 부모에게 의지하고 계획적인 쓰임을 못하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모은 돈의 가치를 모르는 세상으로 된 것은 정부와 교육계의 영향도 컸다. 정부에서는 ‘소비는 미덕이다’는 말로 소비조장에 앞섰다. 소비가 산업 생산의 원동력이 되고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소비는 가진 자를 모방하는 행태로 이어진다. 분수에 맞지 않는 집, 외제 승용차, 스마트폰, 명품을 들고 다녀야만 사회 구성원에 끼일 수 있다는 심리 등이 과소비 왕국으로 만든 것이다. 그 결과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파산자, 신용불량자가 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정부는 신용불량자 회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 돈이 세금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한때 일어났던 전국민 아파트 투기도 그렇다. 아파트에서 시작한 투기는 땅으로, 땅에서 벌어들인 불로소득은 다시 아파트로 순환하였다. 특히 기업과 정보를 독점하는 지도층까지 투기에 앞섰다. 부지런히 돈을 모으는 사람이 빚내서 투기하는 사람 당할 수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를 통해 저축하는 일이 얼마나 바보인가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숨어있는 위험성을 간과하지 못하였다. IMF 구제금융이 그렇고 아파트 값 폭락이 그렇다. 매년 국가 채무가 늘어 1000조원에 이르고 가계부채 비율도 GDP 대비 91.1%로 늘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보다 높다고 한다.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각종 복지 공약과 파산자를 위한 회생프로그램을 만들어 서민 생계를 걱정하지만 세수 마련도 어려워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가 땀 흘려 모은 돈의 가치를 잃어버리게 만드는 일에 일조한 것은 한둘이 아니다. 한 때 여가산업 활성화가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부추기며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 부었는가? 강원랜드 카지노가 그렇고 로또, 스포츠 토토, 경마, 경륜, 등 돈되는 일은 뭐든지 도입하였다. 정치인들은 돈 되는 일에 이익이 있다는 것을 알고 혈안이 되어 도입에 앞섰다.
여가산업이라는 이름으로 한차례 광풍이 일고 난 뒤 바다이야기로 부르는 2차 여가산업(게임 산업)이 뜨기 시작했다. 황금알을 낳는 산업이라고 게임 산업을 부추겨 곳곳에 PC방이 만들어지고 젊은이들, 심지어 주부, 직장인들도 밤을 낮으로 PC방에서 보내고 충혈 된 눈으로 직장으로 가게 만들었다. 국민의 경제적, 정신적 고혈로 성장한 PC방 산업은 다른 나라까지 확산시키기 까지 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저축을 위한 의욕을 줄이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것은 매년 증가하는 인플레이션이다. 세계 여러 나라는 공공부분 지출 증가가 재정적자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중앙은행 무제한적인 발권력 확대를 실시했다. 그 결과 세계는 통화전쟁이라는 인플레이션 시대에 살고 있다. 성실히 돈을 모아 저축한 개인이 은행에서 주는 이자는 쥐꼬리만 하고 은행에 돈을 맡기는 일은 자산을 줄이는 행위가 된 것이다.
유태인들은 자녀에게 종자돈을 마련하도록 가르친다. 자녀의 건강한 독립을 원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떠한가? 전교조 만능시절 학교에서 저금을 받는 일까지 노사협약으로 정하여 학교에서 저축은 물론 금융교육이 사라지게 만든지 오래다.
어릴 때 경제습관은 평생을 간다. 어린이들은 부모님의 경제 습관을 보고 배우기도 하지만 자신이 직접 체험한 씀씀이 관리를 통해 습관으로 정착된다. 건강한 경제 습관만이 행복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그러므로 학교가 저축에 앞장서야 한다. 경제적 행복과 자유는 저축과 규모의 소비에서 온다. 이제라도 학교에서의 저축 습관을 장려하고 건강한 생활금융 습관을 길러주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