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의 사색 몇 가지

2013.10.28 13:22:00

아침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오늘 가로수 단풍이 완연하다. 누군가는 말한다. 멀리 내장산 단풍 구경가지 않아도 우리가 살고 있는 곳 관심 있게 둘러보면 가을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고. 사랑의 눈으로 애정을 갖고 바라보면 자연에서, 우리의 삶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오늘 체험학습을 떠났다. 바람은 차갑지만 하늘은 청명하다. 어제 가을운동회를 마치고 연이어 체험학습을 떠나는 우리 학생들! 혹시 피곤하진 않을까? 그러나 소풍은 즐거운지 재잘거림이 끊이질 않는다.


수도권 전철 이용학급 6개 학급을 빼니 전세버스만 21대다. 청개구리 공원에서 출발인데 차량 통제에 어려움이 따른다. 교감, 행정실장, 학생부장, 체육교사 등이 교통안전 지도에 바쁘다. 3개반씩 묶어 출발하니 시간이 제법 오래 걸린다.

교장도 이리저리 움직이는데 집합장소로 모이는 학생들이 인사를 한다. 교장하면서 하루 기분을 좌우하는 것 하나, 학생들이 인사를 잘 하면 왠지 가슴이 뿌듯하다. 가정교육, 학교교육이 제대로 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 닭 쳐다보듯’ 그냥 지나치면 왠지 기분이 우울해진다. ‘기성세대가 교육을 제대로 못 시켰구나!’하고 반성하게 된다.

청개구리 공원에 붙은 구명환 사용 표지판 문장 하나. ‘이 구명환은 위급상황시 아무나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필자에게는 이것이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는다. 국어교사 출신이라서 그런지 ’아무나‘가 거슬린다. ‘이 구명환은 위급 상황 시 누구나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가 더 어울린다.


한 시간 동안 밖에 머무니 콧물이 흐른다. 추위에 대비해 하의내복을 입었지만 몸이 으스스 떨린다. 학생들 중에는 담요를 어깨에 두른 학생도 보인다. 여름 그렇게 작열하던 태양은 우리나라에서 멀어진 탓인지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점심시간 밖에서 외식을 하였다. 평일 점심시간인데 잘 되는 음식점은 번호표를 받고 2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 털레기 수제비인데 된장이 들어가 구수하고 맛이 담백하다. 녹두 부침개를 먼저 먹고 수제비를 먹으니 배가 든든하다. 저렴한 가격에 실속있는 그리고 특별난 음식점을 알고 이용하는 것도 작은 행복이다.

이 음식점 창고에 쌓인 연탄을 보았다. ‘아, 이제 가을이 아니라 겨울이구나!’ 문득 어렸을 때 동네 모습이 떠오른다. 그 당시 못 사는 가정에서는 연탄을 한 장 씩 사서 나른다. 연탄 구멍에 새끼줄 넣어 들고 간다. 그 연탄 한 장이 겨울밤 차디찬 구들을 덥혀주는 것이다.


우리 어머니 말씀, “광에 연탄을 가득 쌓아 놓으면 왠지 배가 부르고 추위가 가신다”고. 그 당시 연탄 한 장 값과 라면 한 개 값이 비슷했었다. 그러나 대부분이 살림살이가 어려워 연탄 몇 백 장을 미리 준비하는 집이 많지 않았다. 우리 어머니들은 그 연탄불에 하루 세 끼 식사를 준비하는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

이제 가을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그것은 겨울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 생활형편이 어려운 사람은 추운 겨울 이겨내기가 힘들 것이다. 우리 주위 따뜻한 돌봄이 필요한 때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하지만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삶’도 생각해야 한다. 오늘 이 가을에 그 때의 겨울을 생각해 본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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