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안하는 나라, 앞날이 걱정이다

2013.11.11 12:03:00

며칠 전 동화작가 박성배 선생님을 만났다. 박성배 선생님은 ‘행복한 비밀 하나’ 등 많은 동화를 교과서에 수록하기도 해서 부러워하는 작가이다.

박성배 선생님과 요즘 보기 드문 감동스런 장면을 들려주었다. 이야기는 전철에서 책을 읽고 있는 가족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뭔가에 몰입하고 있는데 다른 한편 몇은 모두 책을 읽고 있더라는 것이다.

‘요즘도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이 있다니?’ 너무 감격해서 가까이 가 보니 들고 있는 책이 모두 일본어라는 것이다.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은 일본 사람인 것이다. 그래서 다시 씁쓸해졌다는 이야기다.

그러고 보니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오래전 나는 경기도영어마을 캠프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함께한 원어민이 20명쯤 되었다. 그중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고 무척 조용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가서 물어보니 이름은 티모시(Timothy), 유태인이라고 했다. 그런데 몇 번이고 보았지만 손에 책이 들고 있었다. 나는 복잡한 곳에서도 책을 읽다니 참 특이한 사람이로구만 생각했다. 이제와 일본인 여행객과 유태인 티모시를 생각할 때 스마트폰만 들고 있는 우리나라 지하철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우리나라는 창조경제로 IT분야의 문화 콘텐츠를 개발해서 돈을 많이 벌려고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드라마, 연극, 영화 등 문화 콘텐츠의 기본은 책을 읽는데 있다. 다시 말하면 독서와 글쓰기에 있다는 점이다.

‘해리포터’란 판타지 소설을 쓴 영국인 조앤 K. 로랭도 창작의 힘은 그가 읽은 독서에 있다고 했다. 영국에 가본 사람은 책 읽는 사람을 자주 볼 것이다. 독서가 창작의 원천인 것이다.

독서는 똑똑한 국민을 만든다. 세계적으로 국민 평균독서량이 가장 많은 이스라엘이다. 몇 해 전 통계에 따르면 이스라엘 사람들은 매년 평균 64권의 책을 읽는다고 한다. 그중 인구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유태인의 연평균 독서량은 68권에 달한다고 한다. 같은 나라에서도 유태인이 더 읽는다.

유태인은 문맹이 없는 민족이며 구걸하는 거지도 책을 들고 다닌다고 한다. 이스라엘은 인구가 750만밖에 안 되지만 도서열람증을 가진 사람만 해도 100만 명을 넘는다고 한다. 서점의 책값은 세계에서 가장 비싸지만 책도 가장 많이 가진 나라라이다.

이러한 유태인이 세계적으로는 약 1,400만 명 정도, 그 중 노벨상 수상자가 184명으로 전체 수상자 23%에 해당된다. 뿐만 아니라 아이비리그 대학 교수 중 20%, 미국 100대 부호 중 20%가 유대인이라고 한다. 유태인은 이렇게 미국과 세계 여러 나라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적은 인구의 유태인이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유태인만이 가지고 있는 교육 방식 때문이다. 유태인들은 그들의 언어인 히브리어를 가르칠 때 연필과 공책을 내놓으면서 손가락에 꿀을 묻히라고 시킨다. 그런 다음 히브리어의 알파벳 스물두 자를 쓰도록 한다. 유태인 아이들은 공책에 글자를 쓰면서 손가락에 묻어있는 꿀을 빨아먹는다.

그때 부모가 말한다. “맛이 어때? 책은 이 꿀처럼 달고 맛있는 거야.”

그리고 아이에게 묻는다. “만약 집에 불이 났다면 넌 어느 물건을 들고 나가겠니?”

아이들이 장난감, 돈, 보석 등을 선택하면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책을 선택해야 해. 거기는 지혜가 숨겨져 있거든. 지혜는 돈이나 보석보다 더 중요해.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기 때문이야!”

우리나라 국민이 노벨상을 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육제도가 원인으로 곱을 수 있다. 우리 대학생들이 한 해에 도서관에서 9권 남짓한 책을 빌려본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또 성인 1인당 독서량은 한해 평균 9.9권으로 OECD 가입국가 중 최하위권이라고 한다. 이에 반해 하버드, 옥스퍼드 등 세계 유명 대학생들의 연평균 독서량은 100권이라고 한다. 얼마나 빈약한가? 책을 읽는다고 해도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와는 질적으로 차이가 난다. 당연히 노벨상이 나오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입시제도에 원인을 둘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대학가 어디든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PC방, 술집, 노래방이 많다. 입학하면 졸업이 보장되니까 굳이 공부할 필요가 있나? 하지만 노벨상을 배출한 대학들은 공부 안하면 졸업하지 않는 것이 철칙이다.

공부 안하고 졸업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 없을까? 수도권 1류 대학과 시도별 1개 정도 졸업정원제 해 봐라. 대학 재정도 좋아지고 학생들은 책 안 읽을 수 있나?

수능점수 망쳐서 옥상위로 올라가는 사람도 입학 정원을 두 배 쯤 늘려 놓으면 자살을 막을 것이다. 그리고 대학가서 공부하지 않으면 졸업 못하게 만들면 되지 않나? 그래야 졸업증을 맹신하는 나라가 되지 않고 독서하는 나라로 만들 것이다. 책 안 읽는 국민 공부 안하고 졸업하는 대학, 입시제도와 무관하지 않다.
김완기 로봇에게 쫓겨난 대통령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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