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잡힌 교육

2013.11.14 19:23:00

아름다운 것은 오래 가지 못한다. 귀한 것은 오래 지니지 못한다. 가을이 오래 가면 좋겠는데 더 힘센 겨울이 밀려오고 있다. 천의무봉(天衣無縫), 만산홍엽(滿山紅葉)이 곧 사라질 것 같다. 그래도 마음판에 새겨둔 그 아름다움은 오래 갈 것 같다.

가을의 강과 산은 언제나 추억을 만들어준다. 교훈을 안겨다 준다. 감동을 준다. 사람을 변화시킨다. 오늘 아침에도 강과 산에 대한 이야기를 얻게 된다. ‘산이 합을 머금고 강이 구슬 둘을 토하고’이다. 산함일합(山含一盒)이요, 강토이주(江吐二珠)라는 이야기다.

두 형제가 변변치 않은 재산으로 싸움이 일어났다. 원님에게 송사를 했다. 원님은 ‘산함일합(山含一盒), 강토이주(江吐二珠)’라는 판결을 했다. 두 형제는 유식한 학자에게 가서 물었다.

산함일합(山含一盒) 이야기는 이렇다. 어떤 형제가 사는데 형은 착하고 동생은 반대다. 형이 어느 잔치집에 가서 음식을 먹지 않고 어머니 갖다드리려고 했는데 주인은 그것을 알고 음식을 다 먹게, 갈 때 어머니 음식 싸 줄 테니. 그런데 남은 음식이 없었다. 형은 한탄을 하면서 먹은 음식을 토해내었다. 그 속에 합(盒:작은 상자)이 하나 나왔다.

이것을 집에 와서 열어보니 국수가 가득 들어 있었다. 온 식구가 함께 나눠 먹었다. 합을 열 때마다 잔치집의 음식이 나왔다. 필요할 때마다 쌀, 반찬, 고기 등이 나왔다. 동생이 갖고 싶어 했다. 어머니 3년상이나 치루고 나서 주고자 해도 지금 달라고 했다. 형은 그러면 산에 가서 합을 밑으로 굴러보자, 오른쪽으로 가면 동생 것, 왼쪽으로 가면 내 것...이렇게 해서 굴렀더니 동생 것이 되었다. 동생은 내려가서 합을 주어보니까 합이 보물합이 아니라 단순한 돌멩이었다. 산이 합 하나를 먹은 것이다. 산함일합(山含一盒)이었다. 함(含)은 머금다는 뜻이다.

강토이주(江吐二珠)의 이야기는 이렇다. 우애가 가득한 형제가 살았다. 형이 몸이 아파 동생이 도미 한 마리 큰 것을 사다가 바쳤다. 도미국을 먹는데 옥이 하나 나왔다. 동생은 형에게 가져라고 하고, 형은 동생에게 가져라고 하였다. 둘은 형제 우애를 생각해서 바다에 던져 버렸다. 하루는 동생이 형의 밭에 가서 일을 하고 있는데 강에서 물고기 하나가 훌딱 뛰어올라 쟁기 앞에 떨어졌다. 강물이 고기를 토해 내었다. 도미국을 먹는데 구슬이 있었다. 또 있었다. 강토이주(江吐二珠)다. 토(吐)는 뱉다는 뜻이다.

서당선생님, 즉 훈장께서 가르쳐 주신 말씀에 감동을 받고 돌아가서 재산을 반으로 나누었다.

산함일합(山含一盒), 강토이주(江吐二珠)가 주는 교훈은 형제우애를 잘 지키라는 것이다. 형제우애가 깨지면 돈도, 재산도, 쌀도, 전답도, 세간도 다 필요 없다. 택택(澤澤)한 부자 부럽지 않은 것이 형제우애다. 형제불화, 형제의를 상하게 하는 것 어느 부모님이 원하겠는가? 돈보다 귀한 것이 형제 화목이다. 황금은 흑사심(黑士心)이라고 선비의 마음도 검게 하는 것이 재산이라고 하지만 황금 때문에 황금보다 더 귀한 형제 우애를 깨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요즘 애들이 많아야 한두 명이다. 이들에게 형제 우애만큼 어떤 일이 있어도 지닐 수 있도록 잘 지도해야 할 것 같다. 애들이 적다보니 인성교육을 더욱 시키기가 어렵다.

인성교육은 정말 중요하다. 학생시절 인성교육을 반듯하게 잘 시켜 놓으면 형제우애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너무 공부, 공부, 대학, 대학, 취직, 취직에만 몰두하다 보면 정작 지켜야 할 바른 품성을 지니지 못하게 된다. 이러면 정말 불행해진다.

신문만 보면, 부모가 자식을 위해 헌신하고 잘 길러놓았는데 자식은 부모를 내 몰라라 하는 내용이다. 또 재산 때문에 형제간의 소송을 제기하고 형제간 원수가 된다. 누구를 원망하며 누구를 탓하겠는가? 수원수원(誰怨誰咎)라 누구도 원망하지 못하고 한탄하지 못한다. 모두가 부모 탓이다. 인성교육 제대로 시켜놓지 못한 탓이다.

형제우애교육, 형제의 정 교육, 형제의 의 교육, 바른 도리, 바른 길, 착한 길, 착한 행동을 잘 가르쳐 놓으면 험한 꼴은 보지 않는다. 지금도 늦지 않다. 가정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학교에서도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 일에 더욱 힘을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인성교육이 지식교육보다 먼저다. 인성교육과 지식교육은 병행해야 한다. 균형 잡힌 교육을 기대하는 아침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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