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교육

2013.11.28 15:59:00

하늘을 보면 천의무봉(天衣無縫)이다. 산을 보면 만산홍엽(滿山紅葉)이다. 아직 가을이 다 지나갔다고 말할 수 없다. 겨울이 오는 길목에서 가을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오래 입력이 되도록 갖은 노력을 다한다.

규칙적인 생활은 건강을 유지케 한다. 반대로 불규칙적인 생활은 건강을 유지하기 힘들다. 우리학교에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시는 선생님과 교육가족들을 보게 된다. 아침 일찍 청소를 하시는 선생님, 멀리 동구에서 아침 도시락을 준비해서 일찍 출근하시는 선생님, 밤낮 학교를 지키시는 사감선생님, 아침마다 뵙게 되는 두 어르신, 급식 모니터링을 하시는 두 학부모님, 아침을 담당하시는 여사님들을 뵈면 생기를 다시 얻게 된다.

오늘 새벽에 머리 언저리에 있는 책을 읽었다. 정비석의 ‘성황당’이다. 이 소설은 교육청에 근무할 때 읽고 나서 글을 쓴 기억이 난다. 오늘 또 읽었다.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이 소설에는 네 사람이 나온다. 주인공인 ‘순이’와 남편인 현보. 그리고 ‘순이’를 탐내는 김 주사와 칠성이다.

이 소설에서 얻는 것이 많다. 그 중의 하나가 현보와 순이의 행복한 삶이다. 이들은 부자도 아니다. 이들이 사는 곳은 많은 사람들이 사는 도시도 아니다. 또 따뜻한 이웃이 있는 시골도 아니다. 첩첩산중이다. 산 속에서 살았다. 겨우 나무를 패다 숯을 만들어 팔아 그것으로 먹거리를 준비하고 하루하루 만족하며 살았다. 그래도 행복했다.

행복이 부에 있지 않다. 의식주에 있지 않다. 어떤 권력에도 있지 않다. 자식에게도 있지 않다. 오직 자기의 위치에서 서로 만족하며 의지하면서 사는 것이 행복임을 가르쳐 주고 있다. 행복한 학교생활, 행복한 교육은 따로 없다. 나의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러면 불평도 없어지고 불만도 사라지고 행복에 젖게 된다.

또 하나는 못된 마음의 절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소설에서 절제는 못하는 이가 둘 나온다. 김 주사와 칠성이다. 김 주사는 산림간수를 하면서 유부녀인 순이를 겁탈하려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보잘 것 없는 권력을 이용해서 현보를 감옥으로 보낸다. 이런 이는 인성교육을 다시 받아야 할 사람이 아닌가 싶다. 인성교육을 받지 않은 지도자는 이런 엉뚱한 것에 관심을 두게 된다.

산 너머 사는 칠성이도 똑 같이 유부녀를 탐내고 있었다. 순이를 사이에 놓고 칠성과 김 주사가 격투를 벌이는 일을 생각 보면 가관(可觀)이다. 남의 유부녀를 두고 싸움을 벌이다니 말이나 되나? 다시 인성교육을 받아야 사람이 될 것 같다.

또 하나는 그래도 순이는 물질적 유혹에 순간적인 흔들림에도 넘어지지 않고 오직 남편인 현보만을 사랑하는 것은 이 소설에서 돋보이는 부분이다. 일편단심 민들레야, 오직 한 번 맺어준 남편을 위해 산다면 길이 행복을 지닐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순이는 문득 천마령 안골짜기 자기집이 그리웠다. 오막살이일망정 고대광실 부렂비 않게 정다운 그 집이었다. 」 「현보와 둘이서 나무하고 숯 굽던 장면이 문뜩 떠올랐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순이는 천마령과 현보를 떠나서는 살아갈 재미도 없거니와 살지도 못할 것 같았다.」

우리 선생님들은 고운 저고리, 고운 치마를 입지 못해도 내가 몸담고 있는 학교와 학생들을 떠나서는 살아갈 재미가 없다. 살아갈 수도 없다. 고광대실이 아니어도 새소리 들을 수 있고 산과 나무만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이게 행복 교육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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