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즐거운 토요일이다. 바람은 겨울 냄새가 난다. 학생들은 겨울옷으로 바꾸어 입었다. 아침식사 메뉴는 양식이었다. 영국 느낌이 났다. 빵도 우유도, 계란도, 스프도 맛이 있었다. 예전 같으면 많은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공을 찼을 텐데 한 학생만 열심히 공을 차고 있었다. 차가운 겨울에 건강관리를 하는 이는 참 지혜롭다.
어제 오후 자매결연을 맺은 일본 선생님들을 보내고 나서 애드가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를 읽었다. 애드가 앨런 포는 미국의 시인, 작가, 비평가다. 참 불행한 사람이다. 2세 때 배우였던 어머니는 죽고 아버지는 행방불명이 되어 양부모 밑에서 자랐다. 대학에 들어가 도박으로 중퇴, 다시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가 불량학생으로 쫓겨나고 27세 때 14세밖에 안 되는 조카와 결혼, 아내는 폐결핵으로 죽고, 포는 절망과 가난 속에서 술과 아편으로 세월 보내다 40세 길거리에서 횡사했다.
이런 불행한 삶을 산 포의 ‘검은 고양이’를 읽고서는 왜 이런 소설이 청소년 필독도서에 들어있을까 하는 걱정 어린 생각도 들었다. 청소년들이 이 소설을 읽고 나쁜 것 배울까봐 걱정도 된다. 정신분열 현상을 일으킨 이상한 행동을 본받기보다는 정신적인 분열이 아주 무서운 거라는 것을 깨달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검은 고양이’는 ‘플루토’라는 이름의 검은 고양이를 길러 왔던 주인공이 음주벽으로 인해 이상한 행동을 한다. 술을 마시면 광적인 생각이 들어 그 고양이의 한쪽 눈을 도려낸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술은 정말 원수다. 사람을 취하게 만들고 정신을 흐리게 만들고 나쁜 행동을 하게 한다. 술 좋아하면 안 된다. 처음에는 한 잔, 두 잔 하다가 나중에는 술이 술을 마시고, 술이 사람을 마신다. 술을 조정 못하면 차라리 먹지 않는 게 낫다. 나는 술을 먹지 않는다. 그래서 술 먹는 사람의 심정을 잘 모른다. 그런데 오늘 이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을 보면서 술은 정말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학생들에게 술은 마시지도 말고 쳐다보지도 말고 호기심도 가지게 하지 말도록 함이 좋겠다 싶다. 술이 건강을 나쁘게 만든다. 정신건강은 말할 것도 없고 육체적 건강도 나쁘게 만든다. 많은 의사선생님들은 병원에만 가면 술 마시지 말라, 담배 피우지 말라, 짠 음식 먹지 말라 등을 가르친다.
이 행동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나중에는 그 좋아하던 고양이마저 귀찮게 한다고 나무에 매달아 죽여 버린다. 정말 아니다 싶다. 바로 그날 밤에 화재가 일어났는데, 오직 한 군데 타다 남은 벽에는 목에 고리가 걸린 고양이의 그림자가 비쳐 있었다.
주인공은 양심의 가책을 느껴 다른 애꾸눈의 검은 고양이를 기르지만, 목의 흰 반점이 차차 교수대를 연상하게 할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정상적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생각하는 것마다, 연상하는 것마다 좋지 않은 것이었다.
나중에는 고양이가 보기 싫어 고양이를 죽이려다가 만류하는 아내를 죽이고 만다. 이 엄청난 죄를 저지르고 말았다. 불안한 나머지 아내의 시체를 지하실의 벽 속에 감추려고 하였다. 지하의 벽돌을 깨고 그 속에 죽은 아내를 세워 놓고 부지중 고양이도 함께 넣고 벽을 발랐다. 아무리 봐도 제 정신이 아니다. 정신분열자다. 정신이상자다. 정신의 이상을 일으킨 주범이 술이다. 술이 정말 무섭다.
6명의 경관이 집에 와서 조사를 하던 중 주인공은 스스로 묻어둔 벽 앞에서 이상한 행동과 말을 한다. 경관들은 거기에서 짐승 소리를 듣고 벽을 깬다. 그 속에는 죽은 아내와 함께 묻은 산 고양이가 있었다. 술은 정말 조심해야 한다. 정신에 이상이 생기면 하루라도 빨리 전문의를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건강을 되찾아 정상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그래야만 불행을 막을 수 있다.
요즘 수능을 친 이후의 고3 학생들의 행동이 걱정된다. 아무리 스트레스를 받고 뜻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아도 술은 금물이다. 모든 사고가 술에서 시작된다. 술은 모든 사고의 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