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슈 두 각으로 2년 4개월 버티다

2013.12.18 17:06:00

드디어 교장실 티슈(미용 화장지)가 다 떨어졌다. 얼마만인가? 무려 2년 4개월만이다. 지난 2011년 9월에 이 학교에 부임하였으니 세월은 그렇게 흘러간 것이다. 그 당시 교장실에 있던 티슈다. 당연히 퇴임한 전임 교장이 쓰던 물건이다. 얼마나 티슈가 남았는지는 열어보지 않았다.

대한민국 공무원 중 베이비부머 세대는 낭비를 모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필자의 경우, 공공물건을 아껴쓴다. 나랏돈이라고 함부로 쓰지 않는다. 근검절약이 습관화되어 있는 탓이다. 아마도 전쟁 후 어려운 시기와 경제건설기를 거친 세대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교사 시절, 모 여자중학교 교장 일화다. 그 분은 지난 달력 종이를 버리는 것이 아까워 명함 크기로 잘라 메모용지로 사용한다. 학교에 수도꼭지가 고장이 나면 집에 보관하고 있는 수도꼭지를 가져온다. 길을 가다가 쓸 만한 물건이 버려져 있으면 가져와 집에 보관한다. 심지어는 테니스장 옆 노는 땅이 아까워 배추를 심어 김장 담그는 것도 보았다.


20여 년전 교사 시절, 학교 소모품 맘대로 쓰지 못하였다. 등사를 하려 해도 원안지 등사 결재를 교장까지 받았다. 복사를 하려 해도 결재를 받아야 복사용지를 받았었다. 교육청에서 발송하는 공문서 용지는 어두운 색깔에 구멍이 뻥뻥 뚫려 있어 글자를 알아볼 수 없었던 때가 있었다. 어렵게 살던 1970년대 시절의 이야기다.

그런데 지금은? 공공물건은 내 것 아니라고 펑펑 쓴다. 무상급식을 비롯해 무상복지를 주장하는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그러한 정책이 옳다면 세금으로 100% 쏟아부을 것이 아니라 자기 보수에서 10%만이라도 내놓을 의향이 있는지? 자기 돈아니라고 펑펑 인심을 쓰면서 득표전략을 구사한다. 말이 득표전략이지 포퓰리즘이다.


교장실 티슈, 누가 쓸까? 대개 교장이 다 쓴다. 손님이 방문했을 경우도 가끔 쓰고 교직원도 쓸 때가 있다. 필자의 경우, 쓸 일이 많지 않다. 탁자 위에 음식물을 떨어뜨렸을 경우나 가래침 또는 껌을 싸서 버릴 때 요긴하게 사용한다. 식후엔 양치질을 하니 티슈가 필요 없다. 가장 자주 쓰는 경우는 비데 화장실 갈 때이다. 이 때 1-2장 뽑아 간다.

티슈 가격, 저렴한 것은 3천원 정도 한다. 그러니까 6천원 갖고 28개월을 버틴 것이다. 교장실에 티슈 펑펑 써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 다 쓰면 학교 소모품 비용으로 행정실에서 채워 준다. 그러나 그렇게 국가 공무원 생활하라고 배우지 않았다. 아마도 요즘 신세대 공무원들하고는 다를 것이다.

얼마 전 함박눈이 펑펑 내릴 때의 일이다. 우리 학교 남학생, 운동장에서 친구들 하고 눈싸움 하면서 실컷 놀았나 보다. 머리가 흠뻑 젖었다. 교직원 화장실에서 화장지 수 십 미터를 풀어헤쳐 머리에 있는 물기를 제거한다. 만약 자기집 화장지라면 그렇게 할까? 교장을 보더니 당황해 어쩔 줄 몰라한다.

지금 우리 학교 화장실, 공용으로 쓰는 화장지통이 텅 비었다. 휴지통에는 학생들이 사용한 비교적 개끗한 화장지가 넘쳐난다. 좀더 아껴쓰면 화장지가 그렇게 금방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학생들만 탓해도 안 된다. 수준 높은 화장실 문화를 우리가 지도해야 한다.

교장실 티슈, 담당 실무사가 행정실에서 쓰던 것을 임시로 가져다 놓는다. 구입하기 전까지 교장의 불편함을 덜어주려는 것이다. 양이 얼마나 찼는지 모르지만 이 티슈도 몇 달간 교장실에 머물 것이다. 선진국은 소비가 미덕이라고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더 뛰어야 한다.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낭비문화를 없애야 하지 않을까?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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