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배려다

2013.12.20 13:15:00

오늘은 우리 학교 축제가 있는 날이다. 금년 들어 처음 하얀 눈이 내렸다. 우리 축제를 축복해 주고 있다. 하지만 불편한 점도 많다. 산 중턱에 자리 잡아 선생님들의 출근길이 힘들다. 아직도 출근하지 못하고 길에서 묶여 있기도 하다. 학부모님들이 오기가 불편하다. 다행히 학생들은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축제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각종 모임이 많다. 회식도 많다. 축제도 많다. 이럴 때일수록 그늘진 곳에 있는 분들을 배려하는 마음도 한편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가져본다. 배려하는 마음을 학생들에게 길러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영국의 여류 소설가인 캐서린 맨스필드의 ‘원유회’를 읽어보면 가정 축제는 상상만 해도 즐겁다. 행복하다. 기쁘다. 이런 파티를 해 보는 것도 괜찮다 싶다. 이 날 원유회의 출발은 참 좋다. 쾌청한 날씨다. 가든파티, 잔치, 원유회를 하는 날에 비가 온다든지 눈이 온다든지 궂은 날씨면 즐거움과 기쁨이 반감한다. 부잣집에서 파티를 열어 친한 이와 이웃들을 청해 잔치를 하는 것은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가난한 집은 상상도 못하고 비례해서 슬픔을 안겨준다. 그래도 부잣집에서는 자기들의 행복을 원유회에서 찾는다. 가난한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는다. 이것은 영국에서는 큰 문제 중의 하나였다. 가난한 사람들이 원유회 못하는 것도 서러운데 이웃에 초상이 났는데도 조금도 배려 없이 원유회를 하는 것은 더 큰 슬픔을 안겨준다.

주인공은 ‘로라’다. 청소년기에 있는 나이쯤 된다. 좋은 날씨에 수준 높은 손님들을 청해 놓고 원유회를 가지면 부잣집 로라네 가족은 뿌듯할 것 같다. 음주와 가무가 있을 것이고 만난 음식이 준비되어 있을 것이고 많은 이들이 좋은 잔치에서 잘 먹고 간다고 말할 것이고 어떻게 이렇게 준비를 했냐고 칭찬할 것이고, 가족들은 만족할 것이 뻔할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원유회의 이런 모습으로 끝을 내려고 하지 않았다. 이런 부잣집의 원유회를 통해 즐기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뒤편에는 어렵고 불행하게 사는 이들이 있음을 로라의 눈을 통해 보여주려고 하였다.

로라네 집에서 원유회 준비를 분주하게 하는 동안에 언덕길 아래의 빈촌에서는 초상이 났다. 사람이 죽은 것이다. 마차꾼이 사고로 죽은 것이다. 이럴 때 고민이 생겼다. 잔치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여야 했다. 그런데 로라를 제외한 모든 이는 잔치를 해야 한다고 하고 로라는 생각이 달랐다. 초상이 났는데 우리들이 악단을 통해 음악소리가 퍼지고 피아노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하는 것이 과연 옳으냐는 것이다. 로라의 생각이 옳았다.

나 같아도 로라와 같은 심정으로 잔치를 뒤로 미룰 것 같았다. 잔치가 망가지는 한이 있어도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이런 현실이 닥치지는 않겠지만. 하지만 그네들은 한결같이 생각이 가난한 사람들의 상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들에 대한 배려도 없었다. 그들의 슬픔에 슬픔을 더하는 것 같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게 오늘의 현실이다.

자기만 알고, 자기 가족만 아는 이기주의적 사고는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는 게 로라의 소녀에게도 싹이 텄다. 자기만을 위해서 남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자신들의 파티를 위해 초상집에 불을 지르는 것을 말이 안 된다. 이런 자세라면 부자와 가난한 자가 함께 할 수 없다. 이들이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가진 자가 마음을 열어야 하고 가진 자가 먼저 행동으로 배려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변화가 올 수 없다.

잔치가 끝난 후 남은 음식을 상가에 보내기로 했다. 이것도 문제다. 잔치가 끝나기 전에 문상을 하고 양해를 구하고 음식을 사전에 갖다 드리고 하는 것이 바른 예인데, 이런 것은 다 생략되었다. 끝나고 나서 체면치레로 남은 음식을 로라를 통해 갖다 준다. 뺨맞을 짓이다. 그것도 최고의 고급 옷을 입고 잔치집의 복장으로 초상집에 간다는 것이 말이나 되나? 그것도 어른이 간 것도 아니고 소녀를 보내었으니 상가집에서는 얼마나 분통이 터지겠는가? 부잣집의 한 행동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하고 있다. 여류 작가지만 빈부의 격차, 차별대우에 대한 것에 대한 변화가 있기를 작가는 고대하고 있다. 교육은 배려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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