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반 수원매원초교의 추억

2014.01.02 13:39:00

1980년 3월 수원매원초교에 발령을 받았다. 출퇴근 시외버스 통근에서 시내버스로 바뀐 것이다. 이 학교는 수원에서 가장 동쪽 변두리 원천유원지 인근에 있었다. 그 당시 학교가 많지 않아 학구가 넓었다. 지금의 동수원 한신아파트, 매탄아파트, 광교신도시 흥덕지구 부근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주경야독 생활. 낮에는 교육자가 되어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밤에는 야간대학에 나가 공부하는 생활을 3년간 하였다. 1주일에 두 번 출석하는데 통학코스를 살펴본다. 매원초교→원천유원지 버스정류장→수원시외버스터미널→수원역→종로3가→삼선교→○○대학이었다. 귀가하면 11시 정도 되었는데 꿈이 있어 그런지 즐거운 야간대학 학창시절이었다.

이 학교에서 4년간 머무는 동안 포크댄스 지도자로 변신하였다. 전교생이 2교시 후 중간놀이 시간에는 운동장에서 민속무용을 즐겼다. 우선 필자가 교직원 연수를 통해 담임들을 지도하면 담임이 체육시간에 학급을 지도한다. 그런 후에 전교생 중간놀이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기록 사진을 보니 1년에 2회씩 총8회 연수를 가졌다. 그러고 보니 당시 어린이들은 4년간 30여개의 민속무용을 하였던 것이다.






우리반은 사열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필자는 무대 위에서 시범을 보이며 마이크를 잡았다. 교육자가 되면 성격도 바뀌는가? 내성적이었던 성격이 학생들 앞에 서면서, 레크리에이션을 지도하면서 점차 외향적으로 변하게 되었다. 대학 때 체육시간에 배우던 포크댄스와 초임지에서 녹음해 두었던 테이프 음악, 세계의 민속무용‘이라는 전문서적 탐독과 자가실습이 자칭 전문가를 만들었던 것이다.

보이스카우트 지도자 입문은 삶의 궤적을 넓혀주었다. 입문과정과 기본과정 마치고 유년대 대장이 되었다. 매주 열리는 대집회, 뒤뜰야영, 휴일의 하이킹, 숲속생활학교, 스키학교 등은 새로운 세계를 펼쳐주었다. 개인시간 봉사가 즐거움으로 변하였다. 보장 훈련, 기본과정 등 지도자 훈련 강사로도 활약하기 시작하였다.

그 당시 교직원들은 체육활동을 무척 좋아하였다. 어린이들을 귀가시키고 난 후 편을 갈라 운동장에서 배구시합, 축구시합을 즐겼다. 주말 퇴근 시간 후에는 테니스를 즐기기도 하였다. 대학 1년 후배 최○○ 교사는 축구부를 창단하고 필자는 여자 배구부를 창단하여 지도하였다. 선수들을 이끌고 역사가 깊은 매산초교에 와서 연습게임을 하여 기량을 향상시켰다.




6학년 6반 담임 때였다. 우리반 어린이 두 명이 수원세무서 주관 납세에 관한 글짓기 우수작을 제출하게 되었다. 당시 교감 선생님 원고지를 보더니 “이것, 선생님 글씨지요?” “아닌데요.” “그런데 어찌하여 선생님 글씨체와 같나요?” 자세히 보니 정말 그렇다. 알고 보니 1년여 가르치는 동안 담임의 글씨체를 학생들이 본받은 것이다. 사표(師表)라는 말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이었다.

앨범 속 사진을 보니 이건 사람 얼굴이 아니다. 피골이 상접하다. 당시 키는 170cm, 몸무게가 45kg이었다. 한여름 도청입구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출근하는데 팔꿈치에서 땀이 뚝뚝 떨어진다. 몸이 그만치 허약한 것이다. 작은 형은 말한다. “너는 활동량이 많은데 먹는 것이 부실해서 그런가 보다” 5, 6학년 담임에, 야간대학에, 스카우트 활동에 1인 3역을 해서인가?

촌지(寸志)에 대한 추억도 있다. 지금은 부조리로 역사적 유물로 사라져 버렸지만 당시엔 학부모가 교사에게 건네는 정성의 표시였다. 받는 교사들도 당당히 받았다. 금액은 만원 정도였는데 촌지 학부모가 많은 반은 알짜반이었다. 어떤 교사는 학년이 바뀌면 명단을 인계인수(?)하기도 하였다.

수원매원초교에서 4년간 근무, 학교를 옮기게 되었다. 주위에서는 촌지가 많이 생기는 신풍초교, 남창초교, 화홍초교를 권유한다. 그 3개교는 당시 학부모들 경제 수준이 높아 교사들이 선호하는 학교였다. 필자는 모교인 세류초교를 택하였다. 학창시절 뛰어놀던 학교에서 교사가 되어 후배를 가르치는 보람을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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