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 세류초교에서의 교직 추억

2014.01.09 21:10:00

“1985학년도 4학년 2반 어린이들과 학부모님께 늦었지만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학년초 담임을 했으면 그 학년을 마쳤어야 하는데 중학교로 전직 발령을 받아 죄송스럽게도 1학기만 가르치고 말았습니다.”

늦었지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리는 것이 순서일 것 같다. 그 어린이들, 29년 전 일이니 지금 나이는 39세 정도 되었을 것이다. 전직 발령이라는 핑계로 담임으로서 소명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후임으로 발령을 받은 교사가 담임을 맡았지만 지금도 죄송한 마음이 남아 있다.

이 세상에서 아름다운 감동 하나가 모교에서 후배들을 가르치는 일 아니던가!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모교를 자원하여 발령을 받았다. 1984년 4학년 2반 담임, 1985년 4학년 2반 담임. 젊은 총각교사로서 6학년을 희망했지만 기존 교사들이 우선권을 부여 받았나 보다.




그 당시 모교는 얼마나 학급수가 컸던지 1984년에는 4학년까지 2부제 수업을 하였다. 오전반과 오후반이 있었다. 교실이 모자라 한 교실을 두 개 반이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사용하였던 것. 교사들 상호간에도 관심이 부족하면 동료교사를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1984년 우리반 교실이 오래된 느티나무 옆 2층이었다. 이 느티나무를 바라보며 후배들을 가르친다는 것이 필자에게는 감동이었다. 왜? 유년시절 이 나무는 동네 어린이들의 놀이터였기 때문이다. 나무에 올라 타잔놀이를 하고 유년시절의 추억이 그대로 남아 있는 나무 아니던가!

모교 근무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레크리에이션 특기를 발휘한 사실. 4, 5, 6학년 야영이 있었다. 워낙 학생수가 많아 운동장에서 자지 못하고 교실에서 숙박을 하였는데 프로그램 중 내가 학년 오락지도를 담당한 것. 노래와 게임, 춤 등을 지도하였는데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힘든 줄도 몰랐었다.




가을 운동회 때의 일이었다. 우리 학년이 업무분장으로 만국기 달기를 맡았다. “제가 걸겠습니다” 학년주임에게 자신있게 말했다. 본관 견물에서 운동장을 가로질러 스텐드 개가죽나무에 매는 것. 학년주임은 걱정이 되고 미덥지 못한지 “이 많은 걸 혼자 어떻게 합니까?”다. 운동회 전날 혼자서 만국기 20여개를 모두 매달았다. 스카우트 지도자 기능을 활용한 덕분이었다. 학년주임 왈, “정말 이 선생님 혼자서 다 매달았네요!”

1985년도에는 모교가 인천교대 실습학교가 되었다. 교대 재학생들이 나와 참관실습, 수업실습을 하는 것이다. 대학 후배들을 맞이해 수업을 보여주고 그들을 지도하는 것이 보람된 일이었다. 그 당시 교생들, 지금쯤 중견교사들이 되었을 것이다.


전임지 매원초교처럼 이 곳에서도 스카우트 대장을 하였다. 대원들이 많아 동료교사의 협조를 받았다. 1대 대장, 2대 대장을 부탁하고 필자는 단대장을 하였다. 걸스카우트도 행사에 동참하였는데 대학스카우트 지도자의 협조를 받아 행사를 진행하였다. 도대체 지도자가 무엇인가? 출근하는 필자를 보고 막 달려와 삼지경례를 하는 대원들을 보면 어깨가 으쓱거리곤 했다.

주경야독으로 인하대 교육대학원을 다니고 주말과 방학 땐 스카우트 활동에 푹 빠지고. 1년 6개월간 근무하면서 유년대 숲속생활학교 가장행렬 부문에서 영예의 최우수상을 받았다. 대원들의 적극성과 학부모의 협조, 그리고 동료교사들의 헌신에 힘입은 바가 크다.

근무기간이 짧으면 그 만큼 아쉬운 것인가! 경기도교육청에서는 1985년 중등교사가 모자라 초등교사 중 중등자격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전직 희망을 받았다. 서류는 냈지만 그렇게 빨리 발령이 날 줄은 몰랐다. 어린이들에게 차마 입에 떨어지지 않는 이별을 통보하니 교실은 울음바다가 된다. 개인의 영달을 위해 초등교육을 저버린 것 같아 지금도 미안한 마음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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