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 빈봉투만 줄 수 없네요"

2014.02.06 17:38:00

우리 학교 졸업식 바로 내일이다. 학교의 커다란 주요행사다. 제13회 졸업생 339명이 졸업한다. 졸업생 한 명 당 부모님을 포함해 평균 세 명이 온다고 계산하니 외부인사가 1천명이 넘는다. 학교에서 세심히 신경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담당부장은 졸업식 준비 마무리에 바쁘다. 교감, 교장도 마찬가지다. 졸업식을 거행함에 있어 소홀함이 없는지 하나하나 꼼꼼이 챙겨야 한다. 그런데 장학금 수여가 문제다. 장학금은 부모님 통장에 입금이 되고 학생들은 장학증서와 금액이 적힌 빈 편지봉투를 받는다. 속에 든 내용은 없다.

이것이 마음에 걸리는 것이다. 심사숙고 끝에 결론을 내렸다. 장학금 빈봉투만 줄 수 없다고. 그 속에 내용을 넣어야 한다. 어떤 내용이 좋을까? 졸업도 축하하고 장학금 받는 것도 축하하고, 평상 시 학교생활에서 강조했던 것을 재강조하는 것도 뜻이 있으리라.

아래 글은 장학금 편지 봉투 속에 들어간 '율전중학교 장학금 받는 학생들에게!'라는 제목의 글이다.

오늘 우리학교 제13회 졸업식에 즈음하여 장학금 수혜 대상자로 선정되어 영광스런 장학증서 받음을 축하합니다. 소정의 장학금은 부모님 통장으로 입금이 되겠지요. 부모님과 상의하여 매우 뜻있게 사용하기 바랍니다.

장학금 주신 분들을 보니 참으로 고마운 분들입니다. 우선 우리 학교 교직원들이 매월 보수에서 일정액을 기부하여 장학금을 모았습니다. 학교운영위원장을 비롯한 운영위원들도 장학금을 기부했습니다. 학부모회장님은 1백만원을 발전기금으로 내놓아 여러분들에게 돌아가도록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이번에 받는 장학금은 교직원 장학금 5명 100만원, 학교운영위원회 장학금 7명 150만원, 학부모회장 장학금 5명 100만원, 동창회 장학금 20만원으로 모두 370만원입니다. 대상자는 18명입니다.

문득 나의 학창시절이 생각납니다. 1980년대 초반, 초등교사로서 낮에는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밤에는 야간대학을 다니며 배움의 기쁨, 즐거움을 느꼈던 시기였습니다. 그 당시는 통학의 피로도 모르고 배움의 어려움도 즐거움으로 다가왔습니다. 희망찬 꿈이 있었기에, 배움의 즐거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학점도 덩달아 좋게 나오니 하루하루가 즐거웠습니다.

아마도 젊은 시절 배움에 대한 도전정신은 지금 내 삶의 바탕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지금도 항상 배움에 대한 갈망으로 삶을 개척해나가고 있습니다. 그 때 받은 장학증서는 지금도 소중히 간직, 가끔씩 꺼내보며 추억에 잠기곤 합니다.

여러분은 율전중학교 3개년간 학업성적도 우수하고 행동도 올바른 학생이라 장학금 대상자가 되었습니다. 아마도 가정교육, 학교교육을 제대로 받은 덕분이겠지요. 주위에서 도움을 주신 분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 어떻게 보답해야 할까요? 자기가 맡은 일을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하루하루를 충실히 보내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우리 학교 현관에 붙어 있는 ‘도전은 즐겁다’ ‘실행이 답이다’를 등하교시에 항상 보았을 것입니다. 도전정신과 실천하는 태도를 강조한 것이지요. 또 인생철학으로 ‘긍정적, 능동적, 적극적, 자율적, 창의적인 생활’을 강조해 왔습니다. 여러분의 인생에 좋은 영향을 주었기를 기대합니다.

다시 한 번 여러분의 우리 학교 졸업과 장학금을 축하합니다. 모교를 빛내는 길은 여러분이 훌륭하게 성장하여 가문의 명예를 빛내고 국가에 이바지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세계 인류 공영에 기여하면 더욱 좋고요. 큰 뜻 품고 꼭 실천에 옮겨주기 바랍니다. 건승!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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