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 설경에 흠뻑 빠지다

2014.02.11 09:26:00

입춘이 지나고 중부지방에도 큰 눈이 내렸다. 강원도 지방은 폭설로 인하여 교통이 두절되고 고립마을도 생겨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중부지방은 설경 즐기기에 딱 좋다. 일요일 오후 아내와 함께 수원의 명산 광교산을 찾았다. 도심 가까이 산이 있다는 것은 도시민에게 축복이다.

광교산은 등산 코스가 수십 가지다. 등산객 형편에 맞게, 변화를 주며 다양하게 산행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오늘 산행, 하광교 소류지 출발, 비로봉 코스를 택하였다. 거리는 왕복 3.6km. 2시간 산행코스로 적당하다. 소류지에서 광교산 풍경을 보니 한 폭의 동양화 같다.




소류지와 비로봉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남기고 산행 시작이다. 국수나무 위에 내려앉은 눈송이는 그대로 쌓여 눈꽃이다. 오랜만에 겨울산 눈풍경을 만끽한다. 이 코스는 등산객이 많지 않다. 등산로 낙엽 위 눈은 일부 녹았으나 걸을 때마다 뽀드득 소리가 난다. 습설이다.

소류지 진입 계곡물을 보니 가족과 함께 이 곳을 찾았던 추억이 떠오른다. 지금은 대학생인 딸이 유치원 때 이 곳을 찾았다. 여름철인데 더위를 식히려고 계곡물에 발을 담갔다. 튜브 놀이를 했던 기억이 있다. 가족과 함께 한 번 찾았는데 기억이 생생하다.

조금 오르니 곧바로 능선으로 이어진다. 철쭉 군락 안내판에도 눈이 쌓였다. 광교산에는 철쭉 능선이 다섯 곳이 있다. 철쭉, 지금은 한 겨울이지만 한참 봄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겨울 풍경이 멋진 것은 나무 가지가지마다 쌓인 눈 때문일 것이다. 나무 전체에 눈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나무 기둥 한 쪽에만 있는 것이다. 바람이 만들어낸 자연의 작품이다.




산행의 경사가 점차 심해진다. 정상이 가까와지고 있다는 증거다. 나뭇가지 사이로 형제봉이 보인다. 숨은 차오르고 등은 땀으로 젖는다. 아내는 목도리를 풀어 젖혔다. 정상 가까이에 있는 등산로 눈은 녹지 않았다. 아이젠을 차야 미끄럽지 않은데 산을 가볍게 보는게 찰이다.

드디어 정상 도착. 비로봉 아래 소류지와 하광교 저수지가 한 눈에 들어 온다. 정자에 있는 산을 예찬한 한시(漢詩)를 읽어보고 한글 풀이와 맞추어 본다. 부부산행을 온 분은 벤치에서 음식을 먹으며 정겹게 대화를 나눈다. 홀로 온 등산객은 뜨거운 커피 한 잔으로 추위를 녹인다.

이제 하산이다. 눈길에서는 등산보다  하산이 위험하다. 조심조심 엉금엉금 발을 떼어 놓는다. '누운 소나무'를 찾아 안부를 묻는다. 이 소나무는 누워 옆으로 자라는데 누군가가 Y자형 받침목으로 받쳐주어 잘 자라고 있다. 혼자서 소리내어 본다. '광교산에 저 소나무, 받침대 위에서 등산객이 보우하사 잘 자라고 있네.'




다시 소류지. 처음보다 소류지 얼음이 많이 녹았다. 가까이 다가가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니 작품 사진이 나온다. 산 그림자가 저수지에 담겨 있고 저수지 풍경과 산 풍경이 대칭이 된다. 저수지만을 초점을 잡아도 멋진 풍경이 나온다. 겨울이 깊을수록 봄은 가까이 오고 있으리라.

하산길에 무리가 있었는지 왼쪽 무릎이 시큰거린다. 그렇지만 눈 쌓인 광교산 겨울 풍경을 마음 속에 담아 왔다. 자연은 사시사철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준다. 그래서 자연환경 보존이 필요한 것이다. 때론 개발을 하되 지속가능한 개발이 전제 되어야한다. 오늘 부부 광교산행, 설경에 푹 빠졌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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