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이 물건 구입 시장조사를 한다고? 혹시…

2014.02.20 14:15:00

학교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경우, 교장은 어디까지 관여해야 하는가? 교장은 관여할 필요가 없다고? 그냥 결재 올라온 것 승인만 하면 된다고? 그게 교사들이 원하고 교사들을 위하는 것이라고? 담당자가 하자는대로 하는 것이 편하다고? 그렇다면 교육은 누굴 위해 존재하는가?

우리 학교, 매주 목요일 점심시간마다 '반갑다, 친구야!' 공연이 중앙현관에서 펼쳐진다. 학생 자치문화 형성도 되고 학생들이 끼를 펼치는 것이다. 노래와 연주, 춤 등이 펼쳐지는데 재학생들의 관심도, 호응도가 높다. 언제 무대에 서서 주인공이 되어 보는가? 자기 재능을 타인에게 보여준다는 것, 소중한 무대체험이다.

여기서 사용하는 이동식 앰프가 수명이 다 되었다. 성능이 좋지 않다. 스피커도 찢어졌다. 새로운 앰프가 필요하다. 기안 하나가 올라왔다. 앰프와 스피커 일체형인데 2백30만원이다. 현재 앰프와 비슷한데 꽤 비싸다. 우리 학교 방송실 관리업체에서 추천한 것이란다. 교장이 생각한 공연용 앰프와 스피커가 아니다.

담당자에게 무대용 앰프와 스피커 의견을 제시하니  담당자가 말한다. 앰프에 대하여 잘 모르니 그렇다면 학교가 원하는 것을 거래업체 맡겨 장비 설치까지 하자고 제안한다. 그러면 사후서비스도 되니 좋다고 말한다. 한편 일리가 있다. 고장과 사후 관리까지 신경 쓴 것이다.

이미 내신을 한 담당자의 입장은 이해한다. 방송장비에 대해 잘 모르니 거래하는 전문업체에 맡기자는 것이다. 용산전자상가에 가 보았자 설명도 이해 못하고 바가지만 쓰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그 분야에 대해 잘 모르니 겁을 먹는 것, 당연하다. 더 이상 설득을 할 수 없어 교감과 교장이 시장조사를 가기로 했다.

일요일, 담당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죄송하다고. 담당자로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교감 선생님까지 시장조사 가게 해서는 안 된다고. 떠날 땐 떠나더라도 마무리 짓고 가겠다고. 날을 잡아 주시면 함께 시장조사를 가겟다고. 그래서 담당자와 동행하게 되었다.
대학 방송실 출신인 필자는 필자 나름대로 인터넷을 검색하였다. 배경지식을 가지려고 주인과 통화도 하였다. 교실 하나 크기 공간에 청중 100∼150명 정도로 하니 대충 견적이 나온다. 그러나 그들이 부르는게 값이다. 예산에 맞추어 주겠다는 말도 한다.

담당자도 나름대로 조사를 하여 업체로부터 견적을 받았다. 3백만∼4백만원 정도다. 이제 현장에 가서 물건을 보아야 한다. 비교 견적을 하여 나랏돈을 절약해야 한다. 어느 날 용산으로 향하였다. 견적업체에 가니 방송장비 수준과 가격에 대해 대충 감이 잡힌다.

이웃 대형업체도 방문하여 견적을 받았다. 비교견적이 가능하다. 필자와 통화한 주인도 만났다. 소규모 점포라 그런지 장비가 다양하지 못하다. 총 세 곳에서 다섯 개 정도의 견적을 받았다. 이제 담당자가 이 제품 가격을 검증하면 된다. 그 결과 우리가 원하는 제품에 가격도 저렴한 것이 최종 결정되었다. 발품 팔아 답사한 업체 추천 제품이다.

설치비, 인건비, 택배비 등 장비 비용외에 더 들어가는 부대비용이 있다. 이 비용을 절약하려고 설치방법을 배워 익히고 자가용으로 운반하였다. 중앙현관에서 설치를 해 보니 제대로 작동이 된다. 교육공동체실에서도 방송이 가능하다. 날이 풀리면 우리 학생들은 야외에서도 방송장비를 이용할 수 있다.
우리 학생들, 신학년도엔 '반갑다 친구야!' 공연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 같다. 방송장비의 성능이 좋기 때문이다. 저음을 살리기 위한 15인치 메인스피커가  두 대다. 파워 앰프에 오디오 믹서기도 있다. 공연을 원활히 하기 위해 유선마이크 외에 무선마이크 두 대도 있다. 방송장비를 보호하기 위한 케이스까지 갖추었다.

우리 사회, 교장이 시장 조사를 다니거나 물건을 사러 다니면 색안경을 쓰고 본다. 업자와 유착하여 부정을 저지르는 전단계로 본다. 그러나 그게 아니다. 좋은 물건 싸게 사려는 애국심의 하나다. 교사들이 기안한 것, 그냥 클릭하여 결재하면 교장도 편하다. 그러나 교사들이 보는 시야와 교장이 생각하는 깊이가 다르다.

얼마 전에는 교실 창문용 롤 브라인드 가격을 비교 견적한 적이 있었다. 심한 경우에는 같은 물건인데 두 배 이상의 가격 차이가 났다. 그렇다면 교사나 행정실 담당자나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물건 구입에 있어 담당자의 조그마한 정성이 공금을 아끼는 것이다. 국고 절감했다고 나에게 돌아오는 실이익은 없다. 그래도 공직자가 나가야 할 길은 자명하다고 본다. 교장이 시장 조사한다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우리 학교 공연 담당자에 대한 이미지도 좋게 바뀌었다. 만약 그가 방송장비 구입 마무리를 하지 않고 떠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는 자기 업무를 잘 마무리 지었다. 방송장비에 대한 기초지식도 익히고 설치까지 할 수 있다. 필자가 강조하는 '도전은 즐겁다'를 실천하였다. 방송실 담당자와 후임자에게 인계인수까지 마쳤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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