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홍에게서 배울 점

2014.04.16 18:11:00

오늘 바람은 완전 봄바람이다. 찬 기운은 하나도 없다. 학교의 꽃을 볼 때마다 새롭다. 어제도 보았는데 어제와 다르다. 일신우일신이라. 날마다 새롭고 또 새롭다. 목만중 시인은 〈한 해 한 해 어김없이 찾아오지만 저 풍경은 볼 때마다 처음 본 듯해〉라고 노래하였다. 시인의 눈에도, 평인의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다. 날마다 새로워야 살아남는다. 과거 집착하는 집착병에 걸리면 변화가 있을 수 없고 살아남기도 힘들어진다.

연산홍은 인내의 꽃이다. 봄에 짧은 기간 꽃을 피우기 위해 여름, 가을, 겨울을 말없이 참고 이기어 내었다. 매미는 성충으로 살아 있는 기간이 일주일이나 길어야 한 달이다. 그런데 매미가 되기 위해 적게는 6년에서 많게는 17년을 애벌레도 지낸다고 한다. 짧은 삶을 살기 위해 많은 기간을 인내하며 참고 기다리는 매미는 대단하다. 그래서 매미는 ‘금선탈각’이라는 유명한 문자를 남겼다. 황금빛 매미가 저절로 된 것이 아니다. 자신의 껍질을 과감하게 벗어던진 탓이다. 연산홍도 마찬가지다. 인내의 산물이 화려한 꽃이다.

연산홍은 준비된 꽃이다. 준비 없이 화려함을 뽐낼 수 없다. 준비 없으면 기회가 와도 잡을 수 없다. 봄의 기회가 왔는데 연산홍이 준비 없고 단련이 없었다면 화려한 작품을 선보일 수가 없다. 우리들에게도 언제나 멀리 내다보고 준비를 해야 한다. 짧게는 1년, 적어도 10년은 내다봐야 하며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준비 없으면 기회가 와도 발만 둥둥 굴리고 만다. 준비가 잘 되어 있으면 기회가 엄청 반가워진다.

연산홍은 시련이 많고 실패가 많은 꽃이다. 반드시 겨울이라는 혹한 시련을 겪는다. 그 때 연산홍을 보면 너무 서글프다. 저게 무슨 꽃을 피우겠나 싶다. 무슨 빛을 보겠나, 제대로 제 구실을 하겠나 싶다. 그래도 그에게는 끈기가 있다. 연단과 훈련을 통해 내공을 키운다. 때가 되면 무서우리만치 위력을 발휘한다. 실패는 아름답다. 실패없는 사람은 없다. 나름대로 다 실패가 있다. 내 경우도 마찬가지다. 많은 실패가 있었다. 실패를 해도 좌절하지 않는 이는 반드시 성공의 기쁜 맛을 보게 된다. 지금의 연산홍처럼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생각을 변화시키고 새롭게 되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연산홍은 상황에 잘 적응한 꽃이다. 어느 위치에도 꽃을 피운다. 바위틈에서 꽃 피는 것 보면 놀라울 정도다. 조금 일찍 피우고 늦게 피우고의 차이뿐이다. 우리 학교에도 음지에 있는 연산홍은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지만 움직임을 보이고 있음을 보게 된다. 사람은 언제나 상황이 변한다. 상황에 잘 적응하는 이가 성공을 가져온다. 늘 열린 마음, 긍정적인 마음, 늘 새로운 마음이 되어 있으면 화려한 때가 오게 된다.

연산홍은 과거를 집착하지 않는다. 언제나 미래를 바라본다. 과거에 집착하면 언제나 과거의 환경을 잣대로 삼는다. 옛날에는 이러했는데, 옛날이 좋았는데, 옛날이 그립다...등 옛날 타령만 한다. 매미가 자꾸만 과거의 껍질이 좋았다고 새롭게 태어나기를 거부했다면 금빛 찬란한 매미가 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옛날은 추억으로 끝내야지 거기에 미련을 두고 집착하면 변화될 수가 없다. 발전할 수도 없다. 새롭게 될 수도 없다.

연산홍은 언제나 밝은 꽃이다. 어둡지 않다. 생각이 어두우면 얼굴도 어둡다. 과거에 얽매이면 표정이 밝지 못하다. 언제나 미래를 바라보고, 꿈을 향해 나아가면 자동적으로 밝은 생활을 하게 되고 얼굴 표정도 밝고 화사하게 빛날 수 있다. 연산홍 닮으면 언제나 밝고 맑게 살아갈 수 있겠다.

남자들은 사업에 실패했을 때 가장 얼굴이 어둡다.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된다. 여자들은 자녀들의 꿈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가장 얼굴이 어둡다. 모든 것에 손을 놓고 만다. 이런 이들에게도 연산홍처럼 생각을 달리하면 얼굴이 환해진다. 사업에, 자녀에 목숨 걸던 것을 내려놓으면 달라진다.

봄을 봄답게 하지 못하는 것이 셋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안개다. 오늘도 안개가 방해를 놓고 있다. 또 하나는 황사다. 황사는 언제나 목을 괴롭힌다. 또 하나는 꽃샘추위다. 오늘은 안개가 시야를 가리고 마음을 어둡게 하지만 안개가 있는 날은 날씨가 더 화창하다. 오늘 하루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함이 생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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