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한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고등학교까지 무척이나 걱정을 많이 하게 하던 아들이었답니다. 그런 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에 가고 부사관이라는 직업군인이 되었답니다. 직업군인을 하면서 사이버대학으로 전문학교 과정을 마쳤답니다.
그리고 육군 3사관학교의 생도가 되었답니다.
그런 장성한 아들과 함께 올해 신년 해맞이를 위해 동네 뒷산에 올랐답니다. 해맞이를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있어 높고 길게 옹벽이 있답니다. 옹벽이 높고 길다보니 그 부분은 응달이 져 겨울 내내 빙판이 된답니다. 그 길은 많은 사람들이 통행하는 길이랍니다.
겨울 내내 빙판이 되다보니 사람들이 통행에 어려움을 겪는 길이랍니다. 흔히 그런 빙판길에는 언제나 길에다가 뿌릴 수 있도록 모래나 염화칼슘 주머니가 비치되어 있지요. 그러나 누구도 그것을 이용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지요. 그런 일은 공무원이 하거나 아파트 경비원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혹여 빙판길에 넘어지거나 하면 공무원 탓을 하고 아파트 경비 탓을 하는 경우가 많지요,
길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라 아비와 아들만 있었답니다. 그 길을 부자가 조심조심 넘어지지 않게 내려오는데 아비의 옆에서 나지막한 숨소리로 걸어오던 아들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더랍니다. 애비는 아들의 숨소리를 기억하는 법이지요. 그래 뒤 돌아보니 꽁꽁 언 손을 녹여 가며 빙판길에 모래를 뿌리고 있더랍니다. 아비 눈에는 보이지 않던 모래주머니를 아들은 보았던 모양입니다.
그 모습을 보는 아비는 가슴이 먹먹해지더랍니다. 그냥 눈물이 핑 돌만큼 큰 감동이 오더랍니다. 아비는 생각했답니다. ‘우리 아들이 비범한 사내가 되었구나. 평범한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모래주머니를 보고 그것으로 다른 사람들의 불편을 덜어주고자 노력하는 비범한 인간으로 성숙했구나.’
아비는 너무 기뻤다고 합니다. 그래 아들이야기만 나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변을 토하는 버릇이 생겼다며 어색하게 웃었습니다.
자식의 올곧고 아름다운 성장 어버이 된 자로서의 큰 낙이지요.
오월의 끝자락입니다. 흔히들 오월을 감사와 보은의 달이라고들 합니다. 어버이의 가이 없는 은혜에 대해 생각해보고 스승의 그 큰 노고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의미가 있는 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2014년 5월은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의 시계가 멈춘 탓에 그 소중한 의미가 많이 바랬습니다.
《효경》의 첫 장인 〈개종명의(開宗明義)>에는 身體髮膚 受之父母(신체발부수지부모)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내 한 몸 온전히 보존하는 것이 부모에 대한 효 중에 가장 큰 효라는 의미입니다. 慘慽(참척)이라는 잘 사용되지 않는 어휘도 있습니다. 자손이 부모나 조부모보다 먼저 죽는 일을 일컫는 말입니다.
세월호 참사가 우리 부모들에게는 참척이지요. 옛말에 부모는 죽으면 산에 묻고, 자식은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습니다.자식이 죽은 아픔은 죽을 때까지 가슴에서 털어내지 못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래서 가슴 병이 생기고 恨이 되는 것이지요. 그러기에 무릇 자녀 된 자로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자신의 안위를 돌보는 일일 것입니다.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 이것 이상 더 큰 孝가 없겠지요.
시대사회가 도시화, 고도화 되면서 위험이 상존하는 시대입니다. 일상생활 중에도 언제나 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삼가고 또 삼가서 내 한 몸 온전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보존하는 일이 부모에게 큰 즐거움을 주는 일입니다. 자녀 된 자들은 언제나 무슨 일에서나 먼저 안전을 살피는 것을 생활화해야 합니다. 상황이 그렇고 주위 여건이 그렇더라도 내 한 몸 안전을 먼저 살피고 생각해야겠습니다.
자식의 가슴팍이 두꺼워지고 목소리가 굵어지고 생각이 깊어지는 것을 보는 것, 부모에게는 가장 큰 즐거움입니다. 부모의 큰 즐거움은 자녀가 무리 중에서 우수한 성취를 거두는 것도 큰 낙이지만 그보다 더 큰 기쁨은 자녀의 아름다운 성장을 보는 것입니다.
오월을 보내면서 자녀와 제자 된 자로서 부모와 스승의 은혜를 생각하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하여 정리해보았습니다. 오월 그 푸른 신록처럼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아름답게 높은 하늘 향해 커나가기를 소망해보면서 2014년 오월을 보냅니다.